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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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6925 vote 0 2012.10.21 (17:43:01)

방향을 제시하라

 

방향성.. 요즘 구조론 사이트의 화두가 되었다. 왜냐고? 아무도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하다. 기세좋게 치고나가야 하는데. 도무지 발동을 못 걸고 있다. 다 똑같다.

 

‘저녁이 있는 삶?’.. 최악이다. 근데 호평을 받았단다. 누가 호평했지? 웃기고 앉았어.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데 극소수 먹물들 살롱에 앉아 수다떨며 자화자찬.. 무슨 출판사 책 제목 정하냐?

 

‘국민이 행복한 나라?’ .. 놀고 있네. 행복은 존엄을 이기지 못한다. 긴장감을 주지 못하면 필패다. 행복보다 성취가 먹히고 성취보다 사랑이 먹히고 사랑보다 자유가 먹히고 자유보다 존엄이 위다.

 

이는 긴장을 주는 순서다. 행복을 주는 사람? 나사 빠진 소리 하고 있네. 졸다가 집에 간다. 어린애 같은 수작이다. 지난 총선에서 재미보더니 삼류 광고쟁이들이 달라붙어서 망치고 있다.

 

‘국민아래 김두관?’.. 이름 석자 홍보하러 왔나? 총선 나왔나? 이장답게 이장짓하고 있다. 그래 김두관 너는 영영 아래에 있어라. 마이너리그 마인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위로는 왜 못가나? '세계기준 대한민국'이 차라리 낫다.

 

그나마 문재인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이 먹히고 있다. 이건 긴장시키는 거다. 판을 흔드는 거다. 이건 슬로건이 아니지만 적절한 방향판단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뭐 이런 것도 있나본데 농담이겠지. 설마.

 

대개 무슨 도서출판사 하던 사람들이 달려들어 말아먹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치는 전쟁이다. 긴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면 군대를 동원하지 못한다. 출판업계 광고카피는 정치판에 안 먹힌다.

 

광고천재 이제석이 와도 안 된다. 이 양반 광고는 전봇대 벽보용.

 

예전의 이야기지만 필자가 영화 제목만 보고 흥행스코어를 맞춘 적이 있다. 제목이 한 글자면 작가주의 영화다. 최대 20만. 배창호의 정, 김기덕의 섬, 이창동의 시.. 이런거 흥행 안 된다.

 

제목이 두 글자면 대작이 많다. 광고 엄청 하고 톱스타 출연시키고.. 대박 흥하거나 아니면 쪽박 망한다. 벤허부터 대부, 무사, 괴물, 친구, 하녀 등등 톱스타+블록버스터 전략이다. 자신감 과시다.

 

세 글자가 딱 망하는 제목이다. 요즘은 아니지만 과거 90년대쯤 세글자로 지어서 망하는 영화가 산더미 같았다. 비천무, 애니깽 등등 쪽박영화가 많았다. 물론 요즘은 세글자로 흥한 영화도 많다.

 

글자수가 둘이냐 셋이냐가 아니라 왜 세 글자냐다. 두글자로 밀어보려다가 자신감이 없어서 세 글자가 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세 글자인 경우 한 단어인데 그게 고유명사인 경우가 많다.

 

두 글자면 괴물, 대부, 무사, 친구, 하녀, 쉬리.. 등등 아는 단어인데 곧 보통명사인데 세 글자면 애니깽처럼 처음 들어본 단어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꼭 망한다. 해운대는 세 글자지만 아는 단어다.

 

해운대는 글자수는 셋이지만 두 글자와 같은 논리다. 글자수가 문제가 아니고 대중이 잘 모르는 고유명사를 제목으로 들고 나왔는데 대작도 아니고 톱스타도 아니면 백퍼센트 망한다.

 

화산고.. 어중간하다. 화산고는 대중이 아는 보통명사가 아니다. 고유명사다. 대작스멜이 조금 나는데 사실은 대작이 아니다. 톱스타가 있는 듯 없다. 요런건 딱 망해먹기 좋다. 대작인척 하기.

 

전우치.. 이것도 망해먹기 좋은 세글자 고유명사 제목인데 그나마 톱스타가 출연하여 조금 살았다. 가장 나쁜 세글자 제목은 흑수선이다. 이것도 고유명사..대중이 모르는 낯선단어. 게다가 제목이 스포일러. 쪽박.

 

집행자, 백야행, 시크릿.. 모르긴 하나 딱 망할거 같은 제목.. 너무 성의가 없다. 집행자.. 익숙한 보통명사가 아니다. 백야행? 시크릿? 장난하다. 요즘 영화를 통 안 봐서 흥행실적은 모르겠으나 하여간 제목은 최악이다. 그나마 시크릿이 좀 낫다. 영어니까.

 

그렇다면 흥행하는 제목은? 물론 두 글자 보통명사 대작+블록버스터+톱스타가 흥행하는건 당근이고 근데 두 글자는 흥행하는 비율만큼 쪽박도 많다. 대작스멜만 풍기는 소품이 많아서다.

 

황해.. 대작처럼 보이지만 본질에서 소품이다. 돈만 내버렸다. 익숙한 보통명사가 아니잖아. 딱 봐도 망하잖아. 고유명사 안 된다고 몇 번 말했나?

 

대박제목은 다섯자다.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광복절특사, 신라의 달밤.. 이런건 제목에 반전이 숨어 있다. 달마는 따분한 스님인데 놀자? 어 반전이네. 두사부? 두부냐? 군사부일체 오타냐? 어 반전이네.

 

광복절 특사? 근데 탈옥영화? 탈옥인데 특사? 어 반전이네. 신라의 달밤? 따분하네. 근데 조폭영화라고? 어 반전이네. 다섯자 글자에 제목이 반전이나 암시면 백퍼센트 흥행한다.

 

글자 수는 중요치 않다. 첨밀밀은 세 글자지만 반전이 있다. 왜? 우리말이 아니니까. 주유소 습격사건.. 일곱자지만 다섯자제목과 논리가 같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역시 반전이 암시되어 있다.

 

제목 숫자가 중요한게 아니고 반전 혹은 반전의 암시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게 꼭 제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르와 어긋나는 제목붙이기다. 조폭영화면 신라의 달밤처럼 점잖은 제목이 좋다.

 

조폭영화에 폭력적인 제목은 안좋다. 짝패 이건 제목부터 스포일러다. 게다가 보통명사 느낌이 안 난다.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고유명사 느낌이 나므로 세글자 제목과 같이 망하는 공식에 들었다.

 

최악의 제목은?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이보다 더 나쁠순 없다. 이건 제목이 스포일러임은 물론이고 참 철이없다. 왜냐? 안웃기는데 웃기려고 용쓰는 제목이다.

 

영화를 만들다보니 딱 망할거같은 예감이 든다. 그 경우 코미디 영화인척 위장한다. 그래서 제목을 우스꽝스럽게 짓는다. 그러다보면 제목이 길어진다. 근데 들킨다. 그 가련한 모습이. 궁상떠는 거.

 

관객들이 제목만 봐도 이건 워낙 망한 영화라서 제목 가지고 장난질 쳤다는거 눈치채 버리는 것이다. 지구를 지켜라.. 이건 걸작인데 제목뿐 아니라 포스터 가지고도 장난을 쳤더라.

 

무슨 초등학생 책가방 디자인같은 걸로 코미디영화인척 하는 거다. 안웃기지만 웃기려고 용쓰고 있으니 제발 웃어주세요 하고 비는 거 같다. 차라리 지구를 버려라로 하는게 나았다. 물론 여주인공을 잘못 캐스팅해서 망했지만.

 

결론은 자신감이 없이 잔머리를 굴려 국민을 속이려 하고.. 불쌍하게 봐주세요.. 하면 망한다는 거다. 대담하게 가야 한다. 이게 아니고 저거다 하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방향은 뭔가? 부패에 대해 반부패. 과거에 대해 미래, 노쇠에 대해 청년, 불경기에 대해 고도성장 이거다. 지금 불경기로 나라가 거덜나고 있는 판에 복지타령, 행복타령 안 먹힌다.

 

이런때일수록 고도성장을 약속하고 과감하게 치고나가야 한다. 부패와의 전쟁은 좋은 컨셉이며 박근혜의 약점은 과거지향이므로 미래제시로 길을 열어야 한다. 이건 안철수가 유리하다.

 

안철수는 정확히 박근혜의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에 입다물고 가만이 있어도 이미 미래가 제시되어 버렸다. 박정희의 독재삽질에 첨단IT+스마트로 맞서면 승부는 해보나마나다. 이걸 선점해야 한다.

 

안철수가 어떤 슬로건으로 나올지 뻔하다. 선제대응해서 그것을 슬쩍 자기것으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교안보를 비롯한 상부구조를 건드려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방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저녁에 밥먹고 어쩌고 이건 하부구조다. 교착된다. 반대논리 나오면 김빠진다.

 

반대논리가 불능인 것을 들고나와야 방향제시가 된다. 무엇인가? 방향제시는 목표를 줄이는 거다. 한 넘만 패.. 이거다. 의사결정을 쉽게 하는 거다. 저녁타령 행복타령 이건 뭔가 꼬인다.

 

국민은 결정하기 쉬운 것을 결정한다. 단순하고 쉬운 목표를 반복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거. 기존의 흐름을 이어받는 거. 이게 아니고 저거다 하고 딱 짚어줄 수 있는 거.

 

그것은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 경제에 대한 확실한 약속. 부패에 대한 단호한 대응. 굴뚝과거와 스마트미래의 명석한 대비. 이런 거다. 저녁타령 행복타령 이런건 흘러간 유행가 같다.

 

김건모, 박상민, 한영애 등 할배들이 나와서 죽 쑤고 있는 판에 국카스텐과 소향이 젊은 힘으로 판을 엎어버리듯이 화끈하게 전복해야 한다. 장혜진, 조관우의 동정표 모으기 이건 아니잖아.

 

무조건 하나의 방향을 가리켜야 대중은 움직인다. 그대가 초원의 양치기 개라면 눈이 어두운 양떼를 어떻게 몰겠는가? ‘이리오라’ 하고 길안내한다고 해서 양떼가 그리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오직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방법 만이 국민을 일깨울 수 있다. 대결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직업 광고쟁이들은 역시 광고수준의 카피만 만들 수 있다는걸 필자는 이번에 알았다.

 

분노해야 하고 흥분해야 하고 가슴 속의 피울음을 토해내야 한다. 그래야 광고쟁이 수준의 낯간지러운 카피가 아니고 진짜 사자후가 터져나올 것이다. 쩌렁쩌렁하게 울리지 못하는 것들은 가라.

 

◎ 세계기준 아무개 독재세습 박근혜

 

저쪽의 '독재세습 박근혜'는 정해져 있다. 거기에 맞는 이쪽의 슬로건을 대칭시키면 된다. 독재세습의 암울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이미지를 삽입하기만 하면 된다. 스마트시대 이미지가 더욱 좋다.

 

행복이 아닌 존엄이어야 한다. 긴장시켜야 한다. 사자후여야 한다. 대결해야 한다. 반전과 암시가 있으면 더욱 좋다. 고유명사는 배척하고 익숙한 단어를 쓰라. 짧은 메시지를 반복하라. 쉬운 목표를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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