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918 vote 0 2004.08.07 (17:29:52)

성인(聖人, saint)의 어원을 따져보면 ‘완전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서 속인(俗人)은 불완전한 사람이 되겠다.

원래는 천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희생되는 동물을 의미했다. 제물이 되기 위해서는 몸에 상처가 없어야 했다.

여기서 health(건강)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원래는 몸에 상처가 없다는 뜻이다. 상처가 없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heal(치료)이 나왔다.

여기서 완전무결하게 치료(heal)된 것이 훌륭한(holy), 혹은 완전한(whole)이고 ‘가득+훌륭’(catholic)한 것이 카톨릭이다. 카톨릭을 ‘보편’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치료(heal)를 위해 제물을 물에 씻는 것이 곧 세례다. 세례받아 씻어진 것이 성인(saint)이다. 원래의 의미는 완전한, 훌륭한, 흠이 없는 그리고 보편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서 흠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희생제단에 제물을 바친다는 것은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사용되어서 안된다. 사용되기 전의 ‘스탠 바이’ 상태로 대기중이어야 한다.

성(聖)과 속(俗)이 무엇이 다른가?

성은 미처 사용되지 않은 채로 준비된, 완전한, 갖추어진, 훌륭한, 흠이 없는, 치료된, 보편적인 즉 역할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아직 역할이 특정되지 않은 것이다.

속은 이미 여러번 사용되어 낡은, 준비되지 않은, 갖추어지지 않은, 훌륭하지 못한, 흠이 있는, 이미 역할이 특정되고 고정된 것이다.

무엇인가?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싱그러움을 유지해야 한다. 왜? 신에 의하여, 역사의 부름에 의하여, 언제 출동명령이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할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므로 보편적이라는 것은 내게 어떤 임무가 주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며 동시에 어떤 임무이든 소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한다. 향기로 유혹하고 있어야 한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시대정신의 주문에 의하여 언제 어디서 내게 소집명령이 하달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쓰여져야 할 존재이다. 언제든지 쓰여지기 위하여 대기상태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세속에 가담하여 고정된 역할 맡지 말아야 한다.

속(俗)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역할이 특정된 것이다. 역할의 특정된 바 꼴불견은 아줌마다. 또 아저씨다. 아줌마, 아저씨 되지 말아야 한다.(이건 통념에 따른 비유적인 표현)

아줌마란 무엇인가? 역할을 맡아 그 역할에 안주하는 것이다. 아줌마는 걱정이 없다. 왜? 든든한 남편이 있고 똑똑한 아이가 있다. 더는 위로 상승할 필요가 없다.

아줌마는 누구를 유혹할 이유도 없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 애쓸 이유도 없다. 긴장할 이유도 없고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없다. 역할을 얻었으며 그 역할을 잘 해내기만 하면 된다.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안하무인이다. 그들은 말년병장처럼 긴장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그들은 남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식당에서 큰 소리로 떠든다.

그들은 좋은 직장을 가졌다. 그들은 그 직업으로 하여 사회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그들은 어디서든 큰소리 칠만 하다. 그들은 거리낌없이 당당하다.

그들에겐 내세울 간판이 있고, 사랑스런 아내가 있고, 자기를 인정해주는 동료가 있고 자랑스런 아들, 딸이 있다. 그러므로 더는 위로 상승할 이유가 없다.

그 역할을 버려야 한다. 남편역할을 버려야 한다. 직장상사 역할을 버려야 한다. 아내역할을 버려야 한다. 엄마가 되어서 안된다. 아빠가 되어서도 안된다.(마음가짐을 말함)

인간을 회복해야 한다. 자기를 돌아보아야 한다. 유혹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일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긴장해야 한다. 역할을 벗어던지므로써 가능하다.

고독한 인간으로 돌아와야 한다. 신 앞에서 혼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신 앞에서 바쳐질 제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정신차려야 한다. 5분대기조로 깨어있어야 한다.

범속하다는 것.. 누구든 그러하다. 소속 되고자 한다. 기계처럼 돌아가는 시스템의 한 작은 톱니바퀴로 역할하려 한다. 그렇게 사회에 기여하고 기여한 만큼 행세하고자 한다.

인간은 그런 식으로 소모된다. 소진된다. 생기를 잃고 죽어간다.

성(聖, saint)스럽다는 것은.. 순수하다는 것이다. 흰 백지와도 같다. 어떤 임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처녀지 처럼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비유가 이상해도 양해바람)

고상한 인간은 없다. 천박한 인간도 없다. 인간은 누구나 다 같다. 문제는 태도다. 성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임무가 주어졌을 때 곧 출동할 수 있다면 곧 성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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