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6649 vote 0 2002.10.27 (20:05:27)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이싸-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

하이쿠입니다. 아래는 바쇼의 작품으로 생각되는.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당신은 모르겠지만
지금 울고 있는 저 매미는
오래 살 수가 없어



작년에 우리둘이 바라보던
그 눈은 올해도
내렸는가?



생선가게 좌판에 놓인
도미 잇몸이
시려보인다



눈뭉치
불을 피우게나
그러면 내가 멋진걸 보여 줄 테니



내 앞에 있는 사람들
저마다 저만 안 죽는다는 얼굴들일세



특별한 재주가 없으니
난 잠이나 잘란다
이 시끄러운 새들아



허무한 나를
쓸쓸하게 해다오
저 뻐꾸기여



들판의 해골로 뒹구리라
다짐코 떠나가자니
바람은 살을 에이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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