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211 vote 0 2002.12.30 (20:21:27)

구조란 무엇인가?
둘 이상의 것이 하나를 공유할 때 계가 성립한다. 이 하나의 계가 곧 구조이다.

[구조는 효율성이다]
세계는 구조(構造) 하나로 모두 설명될 수 있다. 구조론은 서로 다른 둘이 합쳐져 하나가 되는데 관한 이론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둘이 합쳐져 하나가 되는 방법으로 자기 존재를 성립시키고 있다. 여기서 예외는 없다.

하늘과 땅과 별과 태양과 지구와 흙과 물과 나무와 동물과 식물이 모두 그러하다. 원자와 원자핵과 전자와 소립자들이 모두 그러하다.

왜 둘이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한가?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왜 효율이 중요한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존재를 성립시키는 기본적인 원리는 만유인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따위다. 여기서 인력과 척력 구심력과 원심력을 가르는 기준이 바로 효율이다. 그 효율을 만드는 것은 확률이다. 확률은 수학이다. 여기서 물리는 수학과 만난다. 구조론은 세계를 수학 하나로 모두 설명하는 방법이다.

구조체는 구조 아닌 것에 비해서 더 효율적이다. 다음과 같이 예를 들 수 있다.

1) 구조체 (■+■)

2) 비구조체 (■), (■)

예의 그림에서 보듯이 구조체는 둘이 결합하여 하나를 이루고 있다. 어떤 물체를 특정한 위치까지 이동시키려면 일이 필요하다. 구조체는 한번의 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둘이 결합되어 하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이다. 비구조체는 두 번의 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비효율적이다.


[구조는 에너지다]
에너지(energy) 만큼 알쏭달쏭한 어휘는 없을 듯 하다. 과연 에너지란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용이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너지는 구조체와 비구조체의 효율성의 차이에서 성립한다.

모든 존재는 그 내부에 일정한 형태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즉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구조체와 비구조체가 우연히 충돌하면 구조체가 승리한다. 이 경우 패배한 비구조체는 구조체에 흡수된다. 이때 물리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 손실의 크기 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

구조체와 비구조체가 만났을 때 구조체가 비구조체를 흡수하는 이유는 더 구조체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엔트로피 현상은 열역학분야에서 용이하게 관찰될 수 있다. 열역학의 관찰대상은 주로 무질서하게 운동하는 유체나 기체이다. 여기서 무질서하게 운동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운동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수학적으로 운동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임의의 존재를 수학적 실험장치 안에 가두었을 때 자연히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기로 하는 것이다. 유체와 기체가 아니라면 그러한 실험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 반드시 유체나 기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어떤 닫힌 계 안에서 자연히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질서는 그 실험대상인 개체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의미하는 것이다.

예컨데 실험대상으로 다섯 마리의 양이 있다고 치자. 그 양 한 마리 한 마리의 행동을 규율하는 규칙은 그 양 자신에게 있다. 즉 다섯 마리의 양들의 집합에는 다섯가지의 규율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질서(구조)의 숫자는 5다.

넓은 운동장에 다섯 마리의 양을 풀어놓는다. 양들은 우연히 다른 양을 만나면 그 양의 엉덩이 뒤에 가서 서는 습관이 있다. 30분 후 그 다섯 마리의 양은 하나의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즉 그 다섯 마리의 양 각자가 가진 규율은 사라지고 그 한떼의 양떼 전체를 규율하는 하나의 규칙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질서의 숫자는 1이다.

즉 넓은 운동장에 다섯 마리의 양을 풀어놓으면 자연히 양들은 하나의 떼를 형성하므로 양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질서에 의해 규율된다. 최초에 5개의 질서가 있었는데 4개는 사라지고 1개만 남은 것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양들의 질서의 숫자가 5에서 1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질서가 감소하므로 무질서가 증가한 것이다. 그러므로 무질서도의 증가로 나타낼 수 있다.

양들이 떼를 짓는 방법으로 무질서도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종족보존본능에 의해서다. 자연계에서 물질이 무질서도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유체운동에 의해서다. 즉 물질들이 무질서하게 움직이다가 우연히 서로 충돌하거나 마찰하여 각자가 가진 운동원리를 상실하므로서 작은 질서들이 큰 하나의 질서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열마리의 양으로 구성된 한 무리의 양떼와 다섯 마리의 양으로 구성된 한 무리의 양떼가 우연히 만났다 치자. 다섯 마리의 양들은 열마리의 양떼 속으로 들어간다. 15마리의 양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양떼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항상 적은 숫자의 양들이 많은 숫자의 양떼 속으로 들어간다. 그 반대의 경우는 없다.

왜? 구조체와 비구조체가 우연히 마찰하면 반드시 비구조체가 패배하게 된다. 이때 비구조체는 구조체에 흡수된다. 그 이유는 비구조체가 구조체보다 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효율을 만드는 것은 충돌이며 그 충돌은 확률에 의해 결정된다.


[구조는 불안정에서 안정을 지향한다]
존재는 자연상태에서 구조화한다. 우주 안의 모든 존재는 구조체와 비구조체가 우연히 충돌하였을 때 구조체가 비구조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바람이 분다거나 비가 온다거나 버스가 달린다거나 햇볕이 비친다거나 동물이 뛰어다닌다거나 식물이 자란다거나 모두 마찬가지다.

구조체가 비구조체를 흡수하는 이유는 우주 안의 만유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움직이려 하기 때문이다. 안정된다는 것은 계의 평형을 이루려고 한다는 것이다. 계의 평형은 서로 다른 둘이 하나에 의해 통일될 때 이루어진다. 이것이 구조화이다. 즉 만유는 자연상태에서 구조화하는 것이다.

뉴튼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만유는 구조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중력은 물체가 지구 중심쪽으로 이동하는 성질이다. 이는 밑에서 뭔가가 잡아당기기 때문이 아니다. 아랫쪽에 있는 것이 더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은 방향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모든 에너지는 구조화이다. 위치에너지는 위치의 구조화이며 만유인력은 만유의 구조화이며 열에너지는 열의 구조화이고 전기에너지는 전기의 구조화이다. 전기는 빠른 길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빠른 길을 가는 이유는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더 빠르게 구조화되기 때문이다. 더 빠르게 구조화하려는 이유는 가까운 쪽부터 차례대로 구조화되기 때문이다.

지구중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지구 중심축에서 가까울수록 더 빠르게 구조화가 진행된다. 가까운 쪽부터 차례로 구조화가 일어나므로 지구 중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물질들은 지구 중심쪽으로 낙하하는 것이다.

실제로 구조화는 무질서하게 일어난다. 일만마리의 양떼를 너른 들판에 흩어놓으면 그 양들은 각각 가까운 다른 양의 뒤에 가서 쓴다. 이때 저절로 양떼의 중심에 큰 무리가 만들어지고 모든 양들은 그 중심으로 모여든다. 그 이유는 중심에 가까울수록 더 빠르게 다른 양들의 뒤로 가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들판에 흩어진 양들은 어디가 중심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다른 양들의 뒤에 가서 서려고만 들 뿐 중심을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러나 확률에 의해 자연히 중심이 만들어진다.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하려고 하므로 저절로 그렇게 된다.

[모범학생과 불량학생]
엔트로피의 개념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가지 교육방법이 있다. 자유방임교육과 확일적교육이 있다. 획일적 교육을 받을수록 구조화되는 것이다.

[구조론은 왜 5인가?]
5라는 숫자는 떼를 이룬 양들의 마리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양들이 가진 질서의 수를 나타낸다. 즉 무질서도의 증가 곧 질서의 감소에서 감소하는 질서의 숫자가 5인 것이다. 자연계에서 어떤 하나의 단일한 개체는 다섯 개의 질서를 가지며 다섯 개의 질서가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방식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100명이 도박을 하고 있다. 도박의 종류는 고스톱, 포커, 투전, 빠찡코, 마작 등 다섯가지가 있다. 게임이 진행되면 어떤 사람은 돈을 따고 어떤 사람은 돈을 잃는다. 이때 돈을 잃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증가하고 돈을 따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돈을 따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도박의 종목 숫자도 줄어든다.

마지막에는 단 두사람이 남아 맞고를 치고 있을 것이다. 고스톱의 종목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무질서도의 증가이다. 궁극적으로는 단 한사람이 판돈을 몽땅 가지게 된다. 즉 1명이 돈을 따고 99명은 돈을 잃는 것이다. 이것이 구조화이다.


[구조란 무엇인가?]
구조를 간단하게 나타내자면 ' ┓'가 된다. 두 개의 선과 마주치는 하나의 꼭지점으로 되어 있다. ┓를 분해하면 ━와 ┃, 그리고 이 둘이 마주치는 하나의 점(.)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그 점은 보이지 않는다. 즉 보이지 않는 플러스 알파가 숨어있는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플러스 알파가 효율성을 생산한다. 구조론의 의미는 효율성에 있다. ━와 ┃를 각각 운반하자면 두 번의 일이 필요하다. 반면 ┓를 통째로 운반하자면 한번의 일로도 충분하다.

구조화가 진행되면 ┓와 ┓가 결합하여 ╋를 이루게 된다. 여기서 네 개의 ━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꼭지점(.)은 하나로 축소된다. 이때 사라진 하나의 꼭지점(.)이 곧 에너지다.

━와 ┃가 특정한 위치와 각도에서 결합할 때 한하여 효율성이 증가한다. 엔트로피의 법칙은 효율성 증가의 법칙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자연은 점점 효율적인 방향으로 자신을 변형시킨다.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은 사라질 꼭지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집중도 이와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집단의 의사결정을 권력자 단 한 사람에게 맡길수록 효율적으로 된다. 대신 집단의 효율이 증가할수록 그 숨은 꼭지점(.)들은 사라지게 된다. 즉 에너지를 상실하는 것이다.

어떤 집단이 효율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파워가 커졌다는 말도 되지만 역으로 외부의 공격에 취약하게 되었다는 의미도 있다. 전체적으로 이용가능한 에너지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점점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로 변한다는 뜻이다. 즉 비구조화 상태에서의 (.)가 구조화를 통하여 소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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