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7040 vote 0 2004.06.07 (15:47:01)

도자기가 하나 있소이다. 전문가가 그 도자기를 가짜로 판정했는데 아제님이 나타나서..

“아니 이 도자기가 어찌 가짜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것이 도자기가 아니고 목기란 말인가? 유기그릇이란 말인가? 이건 분명히 목기도 아니고, 유기도 아니고, 토기도 아닌, 도자기가 맞다. 고로 진짜다.”

이런 소리를 하면 안돼재요. 달리 가짜가 아니고 그게 바로 가짜입니다.

라즈니시류가 가짜이죠. 전형적인.. 왜냐하면 대의명분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인류의 공동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보편이 아니고 특수이기 때문에.. 자기 것이 아니고 남의 것을 가공했기 때문에.. 짝퉁이고, 찌라시고, 모조품이지요.

하여간 라즈니시 붐 이후 라즈니스류 짝퉁이 한국에도 꽤 많이 번성했는데.. 한바다 등 노골적으로 외계인과 통신하는 사이비 그룹은 논외로 하더라도 시인 류시화까지 저는 짝퉁으로 봅니다. (사이비 그룹은 굉장히 많음.. 그게 다 라즈니시 아류임..)

이름은 까먹었지만 일본의 그 서른 넘어 요절했다는 넘 부터(무묘앙에오?)..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까지 범 라즈니시파로 볼 수 있는데.. 베트남의 칭하이우상스.. 등 하여간 이런 대소동이 일어났다는 것만 봐도 라즈니시의 폐해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나라 사람이 인도에 여행을 갔다오면 전부 거짓말장이가 되는 풍속도 라즈니시병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다 거지이거나 명상가라는 둥 인도는 지상낙원이라는 둥, 인도인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는 둥.. 하는 거짓말대회.. 다 영향이 있어요.

학문은 주류이고 원래 통합되어 있습니다. 종교는 비주류이고 원래 분열되어 있어요. 아제님이 말하는 라즈니시의 통합주장은 라즈니시가 종교를 통합하여 초교파적인 초종교를 꿈꾸었다는 건데 .. 학문은 원래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라즈니시의 통합운운은 헛소리지요. 그 어떤 가치도 학문에서 갈래쳐 나가지 않으면 사이비에요.

예컨대 어떤 사이비가 나타나서 사실은 통일교도, 기독교도, 도교도 다 나의 종교이니라 .. 다 하나로 통합되니라 하고 구라를 쳤다면.. 그건 새로운 사이비종교일 뿐.. 새로운 찢어짐의 시작일 뿐 그게 통합은 아니지요.(실제로 아류 라즈니시들이 무수히 나타나서 각자 한뭉터기씩 찢어갔지요)

(그러고 보니 통일교는 이름부터 통일(통합)을 주장하고 있네.. 문선명이 라즈니시 보다 형님이여.)

우리당을 키우고 한나라당을 무찌르는 것이 국민의 통합이지 김영삼의 삼당야합이 통합일 수는 없는 없는 것과 같지요. 라즈시니의 통합이 통합이라면 YS는 통합의 기수에요. 후단협도 통합의 기수이고..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간 우리당은 분열주의자이지요.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이건 불멸의 진리입니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우겨넣는 짓은 통합이 아니라 큰 그릇을 부수는 짓이에요. 절대 그게 통합이 안됩니다. 라즈니시의 그릇은 작기 때문에 설사 그가 진정으로 통합의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불능이에요.

학문이 보편이냐 종교가 보편이냐는 결국 .. 어느 쪽이 큰 그릇이냐인데 이는 어느 쪽에 더 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참여하고 있느냐입니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학문의 큰 그릇에 종교의 작은 그릇이 담기지요.

하여간 공자는 종교를 만든 것이 아니고 학문을 만든 것이며, 노자 또한 종교를 만든 것이 아니고 학문을 만든 것이며, 석가가 ‘자등명 법등명’이라고 유언한 것은 종교로 변질될까봐 걱정하여 그런 말을 남긴 것이죠.

근데 결국 유교나 도교나 불교가 학문이 아닌 종교로 대접되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거기서 갈래쳐나갈 명분이라는 지류를 만들 베이스가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작은 그릇이기 때문이지요.

학문은 그 베이스가 고갈되지 않기 때문에 큰 그릇입니다. 즉 어떤 사람이 불교를 토대로 어떤 갈래를 만들어 나가려면(예컨대 원불교를 만든다든가) 교리를 위반해야 하는 문제에 걸리기 때문에 작은 그릇이 되는 거지요.

라즈니시는 제가 보기에는 철저한 노예였습니다. 그를 자유인으로 본다면 자유가 너무나 작은 거죠. 세상은 크고 자유는 더 큽니다. 그가 자유를 잃은 이유는 자신을 위대한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거짓된 목적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불행해졌지요.(그는 동분서주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사업가 스타일)

라즈니시는 하나를 말했지만 죽을 때 까지 그 하나를 보지 못했으며 보편을 말했지만 죽을 때 까지 보편 근처에 못 가본 사람입니다. 정상을 본 사람과 정상을 못 본 사람은 발언하는 방식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지요.

정상에는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초극이 있습니다. 정상에서 산을 보았다면 진실로 정상을 보지 못한 것.. 정상에서는 바다가 보이지요. 정상은 산봉우리들을 통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품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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