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071 vote 0 2004.03.27 (20:13:02)

신비님의 블로그에서 (http://blog.empas.com/simplemind21/)

웰빙이라고 한다. 잘 살자는 거다. 잘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잘 먹고? 운동하고? 여행하고? 명상하고? 아니다. 그건 진짜가 아니다. 진짜는 삶이다.

잘 살려면 잘된 ‘삶’이어야 한다. 삶이란 무엇인가? 삶의 반대편에서 죽음은 또한 무엇인가? 삶은 채워져서 충만한 것이다. 죽음은 텅 비어있는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그 삶을 미학적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완성으로서 채워넣는 것이다.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다움으로서 채워넣는 것이다.

진실해야 한다. 진실로서 채워넣는 것이다. 그러한 채워넣음들에 의해 후회없는 것이어야 한다. 가득이 채워넣어 충만해야 한다. 그것이 잘된 삶이다.

삶은 커다란 자루와 같다. 그 자루에 채워넣기 어렵다. 대개 빈곤하다. 삶의 자루는 텅 비어있기 다반사이다. 그래서 대개 죽음이다. 그 비워진 공간만큼 죽음이다.

그대 살아있는가? 그 자루에 그득히 채워져 있는가?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부지런히 여행하고, 심심하면 명상하고.. 그건 아니다. 그건 그 삶의 자루가 텅텅 비어서 느끼는 허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들은 허기진 것이다. 삶이 빈곤하여 그 삶에 허기진 것이다. 그래서 잘 먹고 운동하고 여행하고 .. 돈 드는 짓을 한다. 진짜가 비었으니 가짜라도 채워넣고자 한다.

돈 들여서라도 아무러나 채워넣고자 한다. 허나 그 밑 빠진 독에 삶의 물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절절한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실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루를 살더라도 진짜가 아니면 안된다. 삶이어야 한다. 생생한 삶 그 자체여야 한다. 죽음이어서 안된다. 비어 있어서 안된다.

심심할 땐 시간보내기로 명상도 좋다. 일거리가 없을 땐 여행도 좋다. 오래 살려면 운동도 좋다. 유기농 채소도 좋다. 그러나 진짜가 아니다.

그것은 좋은 캔버스에 좋은 붓과, 좋은 물감을 구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는 그 삶의 캔버스에 그 붓과 그 물감으로 그려진 ‘삶’의 작품이다. 그 그림 완성되어야 한다.

진짜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생의 세 친구’를 사귀는 일이다.

첫 번째 친구는 나 자신이다. 먼저 자기 자신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기 자신과 친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면 안된다.

두 번째 친구는 신이다. 먼저 신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이 인간과 소통하는 수단으로서의 진리와 신의 창조한 바 되는 세상과, 자연과, 우주와 친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세 번째 친구는 사람이다. 먼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사람의 모둠살이가 만들어낸 바 사회와, 역사와, 문명과도 친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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