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582 vote 0 2002.09.10 (10:45:42)

조선일보 등에서 우리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 보겠다고 고교평준화 철폐 운운하며 쩐을 벌이는 모양인데 이거 안된다.

평준화문제는 근본 철학의 문제이고 그 이전에 예측의 문제이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미래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정답을 내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미래를 가장 잘 예측해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아싸~! 이럴 때는 또한 명언이 나와조야만 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언하는 바른 방법은 그것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똥꼬에 전율이 짜르르한 명언이 아닐수 엄따. 그렇다. 그것은 미래의 창조에 관한 일이다. 고로 철학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또한 역사를 모르고는 철학을 논해서 안된다.

옛날에 교육은 쓸만한 관료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관료 외에는 취직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사회는 주로 어떤 분야에서 취직자리를 맹글어낼 것인가? 여기에서 답이 찾아져야 한다.

어리석게 내 초등학교 3학년 때 맹키로 주산 따위를 배워설랑은 쓰잘데기 없는 짓이다.

하야간에 옛날교육은 유능한 관료를 생산하기 위한 교육이었다. 관료가 하는 일은 주로 사람을 만나 분쟁을 조정하는 일이다. 판사나 검사, 경찰, 군인, 행정관료, 군수, 면장 뭐 이런 사람들이다.

이 분야 밖에 취직이 안된다. 이런 사람들은 하루종일 하는 짓이란 것이 사람을 주무르는 일이므로 사람 다루는 기술을 교육받아야 했다.

사람 다루는 기술? 그건 사람을 얼르고 뺨치고 겁주는 기술부터 사교술, 예의범절, 매너, 대화술, 논쟁술, 글솜씨 뭐 이딴거다. 가장 크게 배우는 것은 인맥만들기다. 즉 교육의 기본은 선배를 사귀고 후배를 꼬시며, 스승을 섬기고 어른을 찾아뵈며, 위로 아래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줄을 만드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고로 위사람에게 굽히는 기술과 아랫사람 겁주는 기술이 학습의 대강이었다. 인맥구축이다. 교육비는 인맥비용이다. 사람을 많이 사귀어 발 넓은 사람이 일을 잘 처리하는 법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예의와 매너가 깎듯해야 한다. 뒷다마를 잘 까고 음모를 잘 꾸며야 한다.

옛날교육은 권위주의 교육이었었다. 왜냐하면 어디가나 텃세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굴하게 참아야 하고 아부해야 하고 굴종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라는게 처음에는 웃사람 갈구어도 참는게 전부다.

개명세상이 되자 일자리가 늘어났다. 권위주의교육, 사람다루는 교육, 인맥구축하는 교육은 필요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후진나라이므로 아직도 모든 일이 정당하게 집행되지 않고, 뒷구멍에서 사바사바 되므로 서울대인맥이 아니고서는 기를 못펴는 사회이다. 이 사회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갈 것인가?

미래의 예측이다. 미래사회는 창조적인 분야가 각광을 받게 된다. 인맥 이딴거 필요없다. 사람 다루는 기술 필요없다. 아부 잘하고 매너좋고 예의바르고 필요없다. 빌게이츠 처럼 양복도 안입고 청바지에 수염도 안깎고 구멍뚫린 스웨터 입고 다녀도 된다.

왜냐한면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일자리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종류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미래사회는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된다. 사무는 컴퓨터가 대신하게 된다. 사무자동화다. 많은 일자리들이 필요없게 된다.

인간이 기계에 일을 빼앗기고, 컴퓨터에 일을 빼앗기면 뭘 먹고 살꼬? 관료는 필요없는 세상이 된다. 은행 점원도 필요없다. 무인점포다.

미래는 창조적인 직업만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기계나 컴퓨터가 창조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창조는 순전히 인간의 몫이다.

여기서 한가지 알아야 될 공식은 어떤 하나의 공정을 자동화 할 때마다 다섯가지 공정이 새로 늘어난다는 비례식이다. <- 이거 암기필수 밑줄쫙.

왜 그런지는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생략하고 간단히 비유하면 인간이 하던 일을 컴이 대신하면 그 컴을 생산하고 운용하고 관리할 사람이 또 있어야 하므로, 공정의 수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런거다. 입으로 직접 보고하던 시대에는 항상 주위에 하인들이 시립하고 있었다.

사또 "고개를 들라 해라"
이방 "여봐라 사또나으리께서 죄인은 고개를 들랍신다"
사령 "예이~! 죄인은 고개 들랍신다"

이렇게 3단계 4단계로 명령이 층층이 입으로 전달되던 체계였던 것이다.

이방과 방자가 사또 옆에 연락병으로 딱 붙어서있었던 것이다. 근데 입으로 직접 전달하던 일을 문서가 대신하게 되면서 이방과 방자가 해고되고, 대신 집배원과 종이장사, 붓장사 등이 취직하게 된 것이다.

하여 가마꾼이 해고되고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언뜻보면 가마꾼 두명 해고에 자동차운전기사 한명 취직으로 해고자가 더 늘어난 거 같지만, 자동차공장 종업원부터 서비스센타에 판매원에, 주유소 주유원까지 일일이 계산하면 공정의 수는 5배 비율로 늘어난다.

물론 공정의 수가 5배 증가한다고 해서 일거리가 5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노동강도가 현저하게 낮아지므로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수 있는 때문이다. 사또-이방-방자-사령-죄인 5단계시스템에서 이방과 방자와 사령은 해고되고 사또가 직접 컴퓨터로 이방-사령-방자일 까지 다해야한다.

전화와 팩스가 이메일로 대체되므로 비서는 해고되고 사장이 직접 자신의 스케줄을 관리해야한다. 일의 강도는 줄어들고 일의 종류는 증가한다. 일단 일자리의 종류가 다양해지므로 취업이 증가하는 것은 명백하다. 대신 노동강도는 낮아진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단일 노동에 들어가는 노동투입량은 적어지고, 반대로 노동의 가짓수는 증가하므로 일자리의 종류는 늘어나고, 대신 동일한 노동에 종사하는 종업원의 숫자는 줄어든다.

미래사회에는 10만명씩 고용하는 대규모 단일공장은 없어진다. 사무원도 몇천명씩 취직하는 경우는 없어진다. 모든 고용은 소규모화-전문화-세분화한다. 대신 종류가 늘어나므로 어떤 면에서는 전체적으로 엇비슷해진다. 왜냐하면 한 회사의 부서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옛날회사 - 10만명이 한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한다.
미래회사 - 10만명이 한 회사에 고용되어 있으면서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 다른 형태의 일을 한다.

고로 미래사회는 인맥관리도 필요없고, 권위주의도 필요없고, 텃세도 필요없고, 예절도 필요없고, 사람다루는 기술도 필요없다. 옛날에는 농대라도 서울대농대를 나와야 했지만 이제는 서울대 간판이라도 농대는 미달이다.

미래사회는 창의적인 교육을 필요로 한다. 창의적인 교육은 다양한 경험에의 노출에 의해 가능하다.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을 때 까지 이것저것 다해봐야 된다. 옛날에는 소질없어도 죽도록 피아노를 켜고, 소질없어도 죽도록 그림을 그리는 장인정신이 대접을 받았지만, 이제는 소질에 안맞으면 맞는 것 나올때까지 계속 때려치우기를 반복해야 한다.

"야야 안될따 싶으마 얼릉 때려치우고 딴거 해봐라"

최고의 교육은, 음악도, 미술도, 운동도, 과학도, 기술자도, 컴퓨터도, 만화도 게임도 이것저것 모조리 한번씩 섭렵해보는 것이다. 자기자신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어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맞으면 하고 안맞으면 재빨리 바꿔봐야 한다.

미래사회는 어떤 면에서 교육은 필요없다. 텔레비만 봐도 교육이 충분하다. 필요한건 다양한 경험과 기회다. 교육의 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짓수가 중요하다. 미래사회는 한 사람이 직업을 여러개 가지거나 여러번 바꾸는 일이 예사로 된다. 한 직장에서 평생고용 이딴건 없다. 사표내고 나오는 넘이 장땡이다. 창업하는 사람이 제일 대우받는다.

지금 우리사회는 교육의 품질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질좋은 교육을 찾는 것이다. 19세기 발상이다. 미래사회는 첨단기술 뭐 이딴것도 중요하지 않다. 첨단기술은 러시아가 많지만 그 많은 러시아 첨단기술 하나도 상업화 안된다. 일부 극소수분야를 제외하고 첨단기술에 미련을 갖는건 망상이다.

일본의 첨단기술? 그거 다 필요없다. 일본에서 히트상품 안나온지 한 20년 다되어간다. 일본에 기술이 없어 안되는게 아니고 기술의 시대는 지나간거다. 첨단의 신화는 깨어져야 한다.

어떤 박테리아가 최후까지 살아남는가? 가장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살충제나 항생제에 대응하는 박테리아다. 가장 다양한 잡초의 유전인자를 가진 넘이 살아남는다. 획일화되면 죽음이다. 첨단은 첨단적으로 죽는다. 뭉치면 무더기로 죽고 흩어져야 살아남는다.

지금까지의 교육철학이 뾰족하게 첨탑을 쌓는 것이라면, 미래의 교육철학은 거미줄처럼 폭넓게 망을 치는 것이다. 질의 깊이보다 저변의 넓음이 먹어주는 시대다. 상아탑의 시대는 가고 네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한다.

세상이 그렇게 되어버리는데 어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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