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870 vote 0 2002.09.10 (11:25:36)

옛날부터 '口舌을 조심하라' 하여 말을 경계해 왔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고도 하지요. 그러나 이는 봉건적 관념입니다.

독재치하 말 '한마디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끽'하던 시대, 왕조시
대의 낡은 관념이지요.

언어는 불완전한 것입니다. 내가 말을 했다 해서 그것이 곧 말이 된
것은 아닙니다. 말은 쌍방향적인 것입니다. 듣는 사람의 '바른 귀'에 의
해 '바른 말'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바른 들음'이 없다면 '바른 말함' 역시 성립할 수 없는 것, 따라서 말
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어떤 들음'과 '어떤 들음으로의 유도함'까지 고
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입으로 바른 말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의미의 소통'에 즈음하여 바른
말은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바른 들음'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부딪히고
유도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말함에 있어서 충분한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 것은 '나쁜 말함'의 '나쁨'
을 성립시키기에 절반은 '나쁜 들음'이기 때문입니다. '헤아려 들음'이
있다면 참된 의미에서 '나쁜 말함'은 없는 것입니다.

말함은 하나의 과정이며 불완전한 것이며 아직은 미수범입니다. 그것
은 선으로 혹은 악으로 만드는 것은 잘못된/바른 들음입니다. 고로 책
임물어져야 하는 것은 말함이 아니라 쌍방향적 과정 전부입니다.

고로 어떻게 말하는가 보다 상대방의 바른/잘못된 들음에 대하여 어떻
게 뒷수습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경계선을 그어놓고 차단한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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