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603 vote 0 2002.09.10 (12:18:18)

노동이야말로 가치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왜 주 100시간 노동을 주장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노동이 가치있다면 노동투입량을 늘릴수록 수확이 증대해야 한다. 그러나 네가 알고 내가 알다시피 일정한 한도 이상의 노동을 투입하면 낭비다.

노동시간은 줄이는 것이 대세이며 주 5일근무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데서 의견이 일치한 결과이다. 즉 기술로 노동을 대체해가는 진보의 법칙에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최적화다. 최적화는 균형이다. 균형은 토지투입량, 자원투입량, 자본투입량, 기술투입량, 노동투입량 간의 균형이다.

■ 토지 - 육지나 바다, 우주공간을 포함한 물리적 시공간
■ 자원 - 농업이라면 씨앗과 거름, 공업이라면 석유와 철강 등 원부자재.
■ 기술 - 발견이나 발명을 포함한 과학, 학술분야.
■ 신용 - 생산과 소비 사이의 시간차를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계약형태, 화폐, 증권 등
■ 노동 - 위 요소들의 실제적인 조직.

이 요소들 중 하나라도 없다면 생산은 불가능하다. 즉 요소의 의미는 결코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뜻에서의 요소이다.

경제의 본질은 동일한 생산량에 대해서 위 요소간에 교환이 발생한다는 점에 있다. 즉 100이라는 특정 생산목표량을 두고 볼 때, 위 요소들 중 하나나 둘을 늘리거나 줄여도 동일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을 줄이는 대신 기술이나 토지를 늘여도 동일한 생산량을 담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기술이나 토지를 줄이는 대신, 노동을 늘여도 동일한 생산량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요소들 중 한가지라도 현저하게 줄이거나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면 결코 동일한 생산량에 도달할 수 없다.

즉 적절한 교환에 의해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최적화에 도달하려는 것이 경제학의 본질이며 이를 위하여 위 요소들은 적절히 교환되어야 한다. 여기에 순서와 비례가 있다. 이 순서와 비례의 공식을 알아내자는 것이 경제학이다.

결국은 노동만이 가치있는 것이 아니라 토지, 신용, 자원, 기술, 노동이 전부 가치있으며, 최적화라는 균형에 근접하기 위하여, 위 요소들은 하나가 늘거나 줄어듬에 따라 가치는 유동적이다. 여기서 가치는 교환가치이며, 가치량은 최적화에 대한 요소교환필요성의 함수관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고로 가치에는 우선순위가 발생한다. 위 요소들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생산량은 0이 되므로, 위 요소들 중 하나가 부족할 때 그 부족한 요소가 가장 가치있는 것이 된다. 역으로 이 부족한 부분을 보급하는 노동이 가장 가치있는 노동이 된다.

기술이 부족할 때는? 기술을 공급하는 노동이 가장 가치있는 노동이 된다. 토지가 부족할 때는 토지를 공급하는 노동, 곧 '전쟁'이 가장 가치있는 노동이 된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려는 이유는, 역시 다른 부분의 잉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미국의 입장에서 자원의 확보가 가장 가치있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노동의 가치는 상대적이며 유동적이다. 가치있는 노동과 가치없는 노동이 존재하며 가치있는 노동을 하려고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가치있는 노동은 어떤 일의 진행에 있어서 우선순위 1번의 노동이다.

우선순위 1번의 노동은 생산요소들의 최적화된 조합에 관한 노동이다. 생산요소는 토지, 자원, 신용, 기술, 노동이며 이 요소들을 조합하여 최적화하는 노동이 최고의 노동이며, 우리는 이런 노동을 하는 사람을 CEO라고 부른다.

착각이 일어나는 이유는 토지, 신용, 자원, 기술들의 요소들이 최종적으로는 노동이라는 관문을 반드시 통과하기 때문이다. 즉 노동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토지, 신용, 자원, 노동 또한 반드시 기술이라는 관문을 통과한다는 점을 간과해서 안된다. 마찬가지로 토지라는 관문, 신용이라는 관문, 자원이라는 관문도 반드시 통과한다.

이를테면 영토(토지)가 없이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서버는 현실의 물리적 공간 위에 구축해야 한다. 서버를 임대하더라도 그 재택근무노동자가 노동하는 집은 물리적 공간위에 존재한다.

모든 요소들은 반드시 노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므로, 노동 하나만 논하면 될거 같지만, 반대로 노동 또한 다른 요소들의 관문을 반드시 통과하여야 하며, 경우에 따라 일정부분 다른 요소들로 대체될 수 있으므로 노동가치설은 설득력이 없다.

아무리 무식한 막노동자라도 최소한의 기술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또 기술을 많이 획득한 노동자일수록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한다. 신용(계약)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노동도 계약없이 성립할 수는 없다.

신용은 생산과 소비의 시간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즉 모든 생산과 소비 사이에는 반드시 시간차가 발생하며, 시간차가 발생하지 않는 생산과 소비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일당벌이 막노동자라도 구두계약은 하는 것이며, 부자간에 근로계약을 안하더라도 신용은 형성되어 있으며, 신용의 성립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다.

신용의 주된 부분은 교육이다. 우리가 교육에 엄청나게 투자하는 것은 신용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며 학벌이나 인맥, 도덕적 인격, 결혼관계, 통화정책 등 다양한 부분들도 신용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IMF가 발생한 것은 신용의 붕괴이지 노동의 붕괴가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기존 경제학이 틀려있기 때문이다. 철 지난 노동가치설이 횡행한다는 자체로서 우리나라 경제학의 철학적토대가 얼마나 빈곤한지 알만하다.

생산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으며 노동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여럿 중 하나만을 강조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이 위축되고 이는 경제의 왜곡을 가져오게 된다.

동일한 노동량에 대해 가치의 성립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으며, 더 가치있는 노동과 덜 가치있는 노동이 존재하므로, 우리는 가치있는 노동을 하기에 주력해야 하며 이 시대에 가치있는 노동은 주로 기술로 노동을 대체하는 부분에 관한 것이다.

봉건시대에는 전쟁으로 토지를 약탈하는 것이 가장 가치있는 노동이었으며, 제국주의 시대에는 무력으로 자원을 약탈하는 것이 가치있는 노동이었다. 또 교육을 통하여 신용을 증대시키는 것 또한 가치있는 노동이 된다. 고로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가치를 유발하는 노동에 포함되는 것이다.

모든 가치는 교환가치이며, 교환의 척도는 최적화이고, 최적화를 표준으로 하여 가치량에 차등을 둘 수 있으며, 여기서 가치량의 차등이 성립하는 순서는, 어떤 단일한 독립된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성립하는 우선순위와 일치한다.

업무의 우선순위는 신용과 기술과 토지와 자원과 노동을 조직하는 순서이며 한 업체가 게임을 개발한다면 기획>시나리오>그래픽>프로그래밍>마케팅의 순서로 우선순위가 성립하며 여기서 기획단계에서 가장 넓은 범위의 신용과 기술과 토지와 자원과 노동의 조직범위가 결정된다. 고로 기획이 가장 큰 가치를 생산한다.

기획단계에서 필요한 신용과 기술과 토지와 자원과 노동의 범위를 한정해 두었으므로,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기획파트에서 한정해 준 범위의 한도 안에서 시나리오를 작성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이 원리를 거스르는 경우도 있다. 장선우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원래 30억짜리 기획으로 시작했다. 120억을 사용했다. 이는 기획과 시나리오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즉 우선순위를 무시한 결과 터무니없는 비효율이 발생했으며 이 손실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문제로 된다.

장선우를 잡아다 놓고 매질을 하랴?

결론은 기획단계에서 철저해야 하는 것이며, 이로서 기획이 우선순위 1번이고 가장 가치있는 노동임이 증명되는 것이다. 기획을 제대로 했다면 수십억원은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제학은 궁극적으로 '경제하기'에 성공해야 의미가 있다. '경제하기'에 성공한다는 것은 최적화한다는 것이다. 최적화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요소들을 적절히 교환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하여 필수적인 것은 우선순위다. 순서가 잘못되면 반드시 비능률이 발생한다. 순서는 예의 요소들 간의 조직에 관한 순서이다. 노동가치설의 1원론적 발상은 이러한 순서개념, 최적화개념, 요소들간의 교환개념을 무시하므로서 비효율을 발생시켜 경제에 실패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80대 20의 법칙은 그 자체로서 경험칙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실재하는 이유는 동일한 하나의 독립된 업무의 진행에 대해 투입되는 요소들 간의 우선순위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우선순위에 따라 동일한 노동투입량에 대한 가치의 차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며, 이에 대응하여 최적화개념이 요청되고, 최적화는 적절한 우선순위의 지정과, 순서대로 투입되는 요소들의 잉여분과 부족분에 대해 적절한 교환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에 관한 것이다. 기업가가 '토지, 자원, 기술, 신용, 노동'에 골고루 관심을 가진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쉽게 최적화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요소들 상호간의 우선순위와 교환비율이 어떻게 성립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있다면 더 쉽게 최적화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벤처가 붐이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하는 벤처의 공통점은 업무의 우선순위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점이다. 먼저 개발해야할 것과 나중 개발해야할 것의 순서를 무시하고 나중 개발할 것을 먼저 개발해놓고 사용하지 않는데서 비효율이 발생하여 무너지는 것이다.

가치의 차등이란 것은 어떤 오류가 발생했을 때 몇가지를 바꾸어야 하는가의 숫자에 관한 것이다. 즉 우선순위가 빠를수록 오류시정에 있어서 더 많은 단계를 수정해야 한다. 이때 우선순위 1번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면 최소한 다섯가지를 모두 수정해야 한다.

즉CEO가 담당하고 있는 우선순위 1번의 업무에서 오류가 발생한 경우 '토지, 자원, 기술, 신용, 노동의 요소배분비율 전체에서 전반적인 오류가 발생하므로 오류를 수정하는데 드는 비용이 오류수정으로 얻을 수 있는 예상이익을 초과하므로 이 기업은 파산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된다.

반대로 말단노동자가 담당하는 우선순위 5번의 업무에서 오류가 발생한 경우 오류를 수정하는데 드는 비용은 미미하다. 약간의 노동투입량을 늘리므로서 오류는 충분히 시정된다.

가치는 교환이다. 오류발생시 몇가지를 교환하는가이다. 단일업무에 투입되는 요소의 수가 5개로 한정되므로 업무의 진행은 5단계 이상일 수 없으며, 최소 한가지에서 최대 다섯가지를 교환해야 하며, 업무진행단계에 따라 오류발생시 그 단계에서 교환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특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부분은 주로 노련한 고참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경험을 이론으로 대체하는 것이 과학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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