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716 vote 0 2002.09.10 (12:14:37)

가치의 총량은 활동의 총량이 아닐까?

노동이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느낄 것입니다. 체험이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세 사람이 노동을 하지 않고 고스톱을 때렸다면, 그 세사람은 노동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아무런 가치를 생산하지 않았나요? 그들은 충분히 즐거웠는데 말입니다.

근데 이번에는 네사람입니다. 그 중 한사람은 레크레이션 강사입니다. 유료이죠. 노동입니다. 일당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가치를 생산했나요? 근데 결과를 볼짝시면 놀았다는거 아닙니까?

즉 세사람이 고스톱을 쳐도 놀았고, 네사람이 레크레이션을 해도 놀기는 놀은 건데, 화폐를 교환하기만 하면 그게 곧 가치의 생산이군요? 노동이구요. 그쵸?

유아원에 가서 아기들과 놀아주면 역시 가치의 생산이죠. 노동이구. 월급 받으니까. 과연 그럴까요?

노동가치설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가치의 총량은 활동의 총량으로 보아야 합니다. 어떤 것이 가치있다는 것은 그것을 통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활동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즉 활동을 촉발하는 것이 가치있는 것이죠.

목사가 설교를 하면 가치의 생산이 아닐까요? 목사가 씨부리는게 무슨 노동이야? 제가 돈안받고 인터넷에 글을 쓰면? 다른 사람이 그 글을 읽을 것이고 곧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활동하도록 촉발하였다는 점에서 가치의 생산입니다.

다시 말해서 임금이 오고가고 화폐를 교환하고와 상관없이 활동을 촉발하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 이거죠. 화폐라는 것은 가치의 수평적인 교환을 위한 신뢰의 표지일 뿐 그 자체로서 가치의 본질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가치의 본질은 교환이며, 교환을 활동의 교환이고, 내가 활동하므로서 타인으로 하여금 활동하게 촉매작용을 하는데서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며, 그것을 화폐로 나타낼 수 있고 노동은 그러한 활동 중의 하나일 뿐이죠.

서점가에 80대 20의 법칙에 관한 책이 나돌고 있을 것입니다. 다들 한번쯤 뒤적여 봤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책의 요지는 20프로의 소수가 80프로의 가치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가치를 노동으로 보면 터무니없는 이야기죠. 20프로가 80프로의 노동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나 가치가 '활동을 촉발하는 것'으로 본다면 어떤 활동을 촉발하는 것은 늘 새로운 것이며 항상 새로운 소수가 낡은 다수를 조종하며 제어하고 있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원리라는 것 쯤은 체험을 통하여 누구나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뭐 이걸 억지로 20프로의 선수가 80프로의 골을 넣더라는 식으로 같다붙이면 말장난이 되겠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가치는 대부분 새로운 소수가 창출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노동을 투여했더라도 새로운 것이 가치있다는 말이지요.

왜?

초기조건의 민감성입니다. 초기에 작은 차이가 나중 큰 차이로 벌려지는 것은 초기에 나온 새로운 것을 활용하여 거기에 더 많은 것들을 덧붙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누가 전기를 발견하면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고 마쓰시다가 플라스틱 전구소켓을 발명합니다. 이때 전기>전구>소켓의 시장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됩니다.

이때 전기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지도 않았겠고 마쓰시다가 전구소켓으로 떼돈을 벌지도 않았겠죠. 벨이 전화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삼성전자가 애니콜로 몇십조원의 매출을 올리지도 못했겠죠.

여기서 전기>전자로 점점 확대되어 가는 흐름이 있고 이 흐름의 앞선 부분이 뒷 부분을 지배합니다. 앞이 뒤를 결정한다 이거죠.

즉 가치라는 것은 하나의 활동이 다른 활동을 촉발하는 것을 의미하며 노동자가 임금을 받는 이유는 노동자가 만든 옷을 소비자가 입음으로서 노동자가 소비자의 활동을 촉발했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노동을 안하고 펜대나 굴렸는데도 원고료를 받는 이유는 작가의 활동이 독자의 활동을 촉발했기 때문입니다. 즉 가치는 활동을 촉발하는 활동이며 여기서 앞선활동이 뒤진활동을 자극하는데 전기의 발견과 같은 경우 그 촉발의 폭이 매우 커서 폭발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엄청난 가치를 창출한다 이거죠.

80 대 20의 법칙은 결국 앞의 활동이 뒤의 활동을 촉발하므로서 앞의 활동이 더 가치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어떤 연속적인 활동의 진행에 있어서 가장 먼저 결정되어야 하는 우선순위 1번의 활동이 가장 가치있는 거죠.

1) 사장이 제품을 결정한다.
2) 공장장이 제품견본을 제작한다.
3) 노동자가 제품을 생산한다.
4) 소비자가 제품을 소비한다.

이러한 연속적인 과정에서 우선순위 1번의 활동은 사장의 활동입니다. 사장이 결정하므로서 공장장과 노동자의 활동이 후속적으로 결정되니까요. 고로 사장이 가장 가치있는 일을 하며 당연히 많은 월급을 받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은? 정답은 가장 앞서있는 부분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정치라면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죠. 그의 결정에 따라 다른 부분이 연속적으로 결정되니까요.

산업이라면? 소재의 발견입니다. 플라스틱이나 시멘트 석유 철강 따위의 발견이 1번입니다. 가장 가치있는 일은 콜롬부스의 신대륙발견이죠. 맨먼저 결정하므로서 많은 후속활동을 촉발했으니까요.

두 번째는? 기능의 발명입니다. 즉 박태준이 쇠를 뽑으면 정몽구가 그걸로 차를 맹그는건데 포철이 쇠를 안주면 몽구가 차를 못만들므로 몽구가 담당하는 기능의 발명이 두 번째로 가치있는 일입니다.

세 번째는? 성능의 제고입니다. 기능이 발명되어도 품질이 떨어지면 안되겠죠. 네 번째 다섯 번째도 있는데 생략하고.

이렇듯 우선순위가 있으며 이 순서에서 앞선부분이 뒷부분의 활동을 결정하므로 순서가 앞설수록 가치있는 일이 됩니다. 당연히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지요.

고로 이러한 활동의 순서에서 앞서있는 일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첨단기술을 가지고 첨단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순서에서 앞서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규격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빌 게이츠가 한 짓거리죠. 표준을 정하는 것이야말로 후속활동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 됩니다.

가치를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자본주의의 본질을 정복할 수 있습니다. 노동가치설은 터무니없는 겁니다. 뭐가 노동인가부터 불분명해요. 코미디언의 말장난도 노동인가요? 그럼 우리끼리 말좆박기 하고 논 것은 노동이 아니므로 가치없구요? 월급을 받아야 노동? 그럼 일해도 월급 안주면 노동이 아니겠네요?

활동을 촉발하는 것이 노동입니다. 고로 노동의 범위는 매우 폭이 넓습니다. 제가 여기서 돈안받고 글쇠를 두드리는 것도 남이, 이 글을 읽어주면 가치의 창출 곧 노동이 되고 아무도 안읽어주면 활동을 촉발하지 못했으므로 가치없는거죠.

뭐 이렇게 말하고 보니 노동가치설이 틀린것도 아니군요. 노동이 가치있는 거 맞네요. 다만 노동의 의미가 뭐냐 이거죠. 놀이도 노동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소비도 노동이에요. 낮잠도 노동일 수 있고, 왜? 휴식은 활동을 촉발하니까. 개나소나 다 노동이군. 그렇다면 노동이란 말이 필요도 없잖아.

고로 노동보다는 총활동량으로 셈하는 것이 정확하지요.

결론..
"가치는 활동을 촉발하는 활동이며, 보통 활동을 촉발하는 활동을 노동으로 부르기는 하는데, 노동의 의미를 좁게 해석한 상태에서의 노동가치설은 틀렸으며, 노동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했을 때도, 굳이 육체노동 혹은 정신노동 하는 식으로 뭔가 몸과 정신을 혹사하는 것이 노동이라는 개념은 역시 틀렸으며, 노동의 참된 의미는 활동을 촉발하는 모든 종류의 활동이어야 노동가치설이 유의미하게 성립하므로, 노동이라는 개념보다는, 생산과 소비를 두루 포함하여 '활동의 촉발'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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