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11058 vote 0 2008.03.21 (00:39:02)

예수는 왜?

예수는 왜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멈추지 않고 그리로 나아갔을까? 만약 예수보다 더 똑똑한 한 명의 지성이 그곳에 존재했더라면 예수는 결코 그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길을 찾았을 것이다.

예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단 한 명도 그곳에 없었기 때문에 예수는 그 길로 곧장 가버린 것이다.

예수의 출현은 이스라엘 바닥을 흔들어 놓은 결과로 되었다. 정치인들과 율법사들과 당대의 내노라 하는 인물들이 예수에게 실험된 것이다. 흔들어보면 안다. 반향을 보고 안다. 예수의 출현에 놀라하며 수런거리는 군상들의 모습을 보고 안다.

그들은 바닥을 들켜버린 것이다. 예수는 봐버린 것이다. 그 인간들의 수준을. 노는 꼬라지를. ‘흠 저 인간들은 저 방법으로 일용할 양식을 버는군. 흠 저 인간들은 저런 식으로 유유상종으로 어울려 논다 이거지.’ 그 속을 들여다 봐버린 것이다.

에베르스트의 정상을 오르는 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만약 아무도 그 길을 가지 않았다면 간다. 곧장 정상으로 오르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다. 원래 그렇게 한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먼저 정상을 밟았다면 다르다.

주저 앉아서 논쟁을 시작한다. 옳으니 그르니 맞니 틀리니 비교하고 자시고 어쩌고 저쩌고. 그것이 인간이다.

예수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었다. 무의미의 길과 의미의 길이 그것이다. 삶이든 죽음이든 국가든 민족이든 결론이 무의미라면 내가 어떻게 대응하든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 경우는 논외다.

언제라도 의미의 길로 간다. 의미는 완성에서 얻어진다. 완성으로 간다.

그렇다면 또한 두 가지 선택의 길이 가로 놓인다. 간 길과 가지 않은 길이다. 간 길이면 포기다. 이 경우는 자신보다 더 나은 자를 찾아 그와 겨루거나, 그를 제압하거나, 그를 추종한다. 가지 않은 길이면 간다. 예수는 간 것이다.

왜 예수는 그 길로 곧장 갔을까? 그는 이스라엘 바닥을 흔들어 본 것이다. 그 바닥의 내노라 하는 인간의 수준이 그제 드러났다. 순식간에 파악되었다. 그렇다면 더 볼것이 없다. 이쪽이 정상이다. 그 정상을 밟아버린 것이다.

남극점을 찾는 사람이 그 쪽으로 가는 이유는 하나다. 그곳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예수가 그곳으로 간 이유는 하나다. 그곳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상에 섰다. 정상을 터치해 버렸다. 그리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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