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27329 vote 1 2007.10.11 (17:03:50)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완전을 지향한다. 사랑은 삶의 완성을 지향하는 인간의 본능에 기반한다.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다. 그리고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완성의 모습이 있다.

배가 고프면 불완전이다. 배가 부르면 완전이다. 인간은 언제라도 불완전을 지양하고 완전을 추구한다. 사랑이 고프면 불완전이다. 사랑이 부르면 완전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언제라도 사랑을 추구한다.

사랑은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애정과 우정과 열정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정(情)이다. 정은 완성을 지향한다. 정이 있다는 것은 자기 내부에 결핍이 있다는 것이며 일정한 조건의 충족에 의해 완성된다는 의미다.

‘너 없이는 못살겠다.’ 이것은 애정이다. 너가 개입해야 나가 완성된다. 비로소 서로는 완전해진다. 너가 없으면 아기를 가질 수 없다. 이것은 본질에서의 타고난 조건이다. 인간은 그러한 존재로 태어난 것이다.

‘너와 함께면 즐겁다.’ 이것은 우정이다. 너가 내 곁에 있을 때 나는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이완되며 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 나는 너에 의해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미학적인 본성이다.

‘너를 채워주고 싶다.’ 이것은 열정이다. 열정은 연인 사이에도 있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나 예술분야에서 특히 강조된다. 그것은 계획을 가지는 것이다. 홀로는 계획을 세울 수 없다. 함께 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philia는 ‘팔을 뻗어서 간절히 구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마추어 애호가가 그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열정이다. 그 대상에서 미학적인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이 깨달음을 구하거나 지식을 구하거나 마찬가지다.

아가페와 에로스는 각각 희생적인 사랑과 조건있는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하지 않다. 모든 아가페와 에로스 속에는 애정과 우정과 열정이 공존하고 있다.

사랑은 둘 이상의 만남에 의해 성립한다. 애정은 만나기 이전에 주어진 결핍에 대응하는 것이며 우정은 만남 이후의 진행과정에서 일어나는 결핍에 대응하며 열정은 그 만남의 최종적인 완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애정과 우정과 열정은 사건의 원인과 진행과 결과에 대응한다. 애정은 사랑의 원인이고 우정은 사랑의 진행이고 열정은 사랑의 결과다. 사랑은 결핍을 채운다. 애정은 만남에 의해, 우정은 진행에 의해, 열정은 완성에 의해 채워진다.

그대 안에서 결핍을 발견하라. 그것이 애정이다. 그 애정의 진행에서 효율을 발견하라. 그것이 우정이다. 그리고 그것을 완성하라. 그것이 열정이다. 사랑은 애정으로 시작해서 우정으로 진행되며 열정으로 완성된다.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부자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친구간에도 그러하고 자신이 애호하는 취미로도 그러하고 모험으로도 그러하고 지식과 깨달음을 구함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애정과 우정과 열정은 곧 동기와 진행과 보상이다. 애정이 없다는 것은 삶의 동기가 없다는 것이고 우정이 없다는 것은 현재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고 열정이 없다는 것은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의 삶은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 당신의 삶은 성공하고 있다. 인간은 언제 죽는가? 사랑을 잃을 때 죽는다. 열정을 잃을 때 죽는다. 완성하지 못해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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