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김구 무엇이 닮았나?

노무현과 김구의 일생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노무현과 김구가 닮은 이유는 전략이 닮았기 때문이고 전략이 닮은 이유는 성장환경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곧 『약자의 전략』입니다.

1. 타고난 쇼맨십이 닮았다  

방안 40여명 투숙객과 동네사람 수백 명을 무형의 노끈으로 꽁꽁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저 왜놈에게 불안한 상태를 보이면 방어할 준비를 할 테니 그 놈도 안심시키고, 나 한 사람만 자유자재로 연극을 펼치는 방법을 편다. [백범일지]

드라마는 ‘기승전결’이라는 일정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극적인 반전이다. 예컨대 주인공을 오해하고 외면하던 동리사람들이 마지막 순간 몽둥이 하나씩 들고 몰려와서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구해주는 식이다.

백범과 노무현의 삶에는 무수히 연극적인 요소가 있다. 그들은 곧잘 주어진 상황을 소설 같은 드라마로 연출해내곤 한다. 타고난 쇼맨십이다. 그들은 늘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약자의 배역을 맡는다. 처음에는 비웃고 있던 관객들이 보다못해 일제히 들고일어나서 위기에 처한 백범과 노무현을 구해준다.  

엘리트들은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돈이나 권세나 인맥이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그것을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방법으로 지도자가 된다. 서민 출신의 지도자에게는 그 나누어줄 자산이 없다. 그들은 타인을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악당에게 도전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고 군중이 자신을 구해주게 하는 방법으로 지도자가 된다.

노무현 후보는 모든 순간을 일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노후보의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은 실상 모두 정확히 연출된 것이다. [문화일보 김용옥기자]

노무현은 즉흥적인 자기연출이 뛰어난 사람이다. 무심코 취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관객을 의식하고 계산된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아주 몸에 배어 있어서 자연스러운 단계에 까지 도달하고 있다. 즉 연출된 행동이면서도 가식적인 행동은 아닌 것이다.

동료 죄수들부터 나를 이인(異人)으로 여긴다. 사형을 당하는 날인데도 평소와 똑같은 언어, 음식, 동작을 한 것이 자기가 죽지 않을 것을 미리 아는 듯 하였다고 한다. [백범일지]

백범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태연할 수 있는 것은 지켜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그것이 가식적인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인격의 수련이 뒷받침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의 높은 경지가 하루아침에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2. 백범의 환등기와 노무현의 컴퓨터
『양반도 깨어라, 상놈도 깨어라!』하고 절규한 것은 고향에 돌아갈 때 환등기구를 구해 가지고 가서 인근에 사는 양반 상놈을 다 모아놓고 환등회 석상에서 한 말이다. [백범일지]  

백범은 당시로는 첨단기기였을 것이 틀림없는 환등기를 구해서 각 읍을 순회하며 웅변대회를 개최한다. 노무현은 다른 어떤 국회의원보다도 먼저 컴퓨터를 익히고 ‘노하우 2000’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다. 개량형 독서대를 발명하여 실용신안 특허를 딴 일도 있다.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노무현어록 -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워 프로그램을 개발한 일에 대해]

엘리트지도자는 굳이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려 애쓸 필요가 없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인맥과 명성 만으로도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물을 익히는 일은 선비의 체면을 손상하고 조직 내에서 튀는 행동으로 보여서 견제를 당하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범이 운남 이승만, 도산 안창호, 남강 이승훈, 설산 장덕수, 몽양 여운형 등 명웅변가의 계보를 잇는 웅변가였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양반문화의 잔재가 여전하던 시대에 점잖은 선비의 체면을 따지는 사람이 군중들 앞에서 웅변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서민후보다운 파격적인 행보도 마찬가지다. 서민 출신의 지도자는 애초에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체면이고 위신이고 명성이고 없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도 없다. 백범과 노무현이 신문물에 적응하려 애쓴 것은 스스로의 서민적 정체성을 십분 의식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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