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해부학적인 의미에서의 깨달음

인간의 뇌에는 깨달음 혹은 영적인 부분을 관장하는 부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뇌의 특정한 부위가 활성화 되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 활성화는 특정한 외부자극에 의존한다. 사랑은 단순한 심리현상이 아니라 상대방의 체취, 시각적 자극, 등 물리적 접촉과 관련이 있다.

사랑은 또 내부에서의 신체적인 준비와 관련이 있다. 아기는 엄마를 받아들일 본능의 준비가 되어 있다. 성숙한 소년은 또 이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외부에서의 자극과 내부에서의 준비가 맞아떨어질 때 뇌의 특정한 부위가 활성화 된다. 그것이 사랑의 해부학적인 실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외부의 자극 보다는 그 때의 느낌의 기억을 반추하는 이성적인 형태로 사랑이 바뀐다.

소년은 엄마의 곁을 떠나고자 한다. 이는 본능의 변화다. 엄마 또한 아기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이 사라진다. 사랑은 점차 이성적인 형태로 바뀐다.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는 본능적으로 연역적 사고를 한다. 연역적 사고를 못한다면 어린이는 언어와 문법을 학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 사고는 귀납적 사고이다. 귀납적 사고란 외부에서 받아들여진 정보를 뇌의 어느 부위에 저장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보는 버려진다. 극소수의 가치있는 정보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아기의 연역적 사고에는 그러한 과정이 없다.

왜냐하면 아기는 가치있는 정보와 몰가치한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린이는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이때 아기는 정보의 질을 판단하는 규칙을 만든다. 언어와 문법 뿐만 아니라 신체동작을 비롯하여 많은 부분에서 그러하다. 그러한 과정은 깨달음과도 같다.

그것은 막 태어난 거위가 맨 처음 본 대상을 엄마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오리나 거위 따위 조류들은 알에서 깨어날 때 처음본 동물을 엄마로 착각하는데 이를 각인(imprinting)이라 한다.

로렌츠의 거위실험에 의하면 생후 17시간 동안 본 것이 일생을 결정한다고 한다. 조류 외에 파충류나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게도 각인현상은 확인되었다.

인간에게도 이와 유사한 언어습득의 각인 시기가 있다. 이 시기에 외부에서 얻어진 정보는 자동으로 특정한 위치에 저장된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지식은 자동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내부에서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 지식의 자동적인 접수를 차단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자동 진행이 판단력과 사고력의 정상적인 발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거위의 각인효과는 처음 17시간과 초기 50일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지체장애인들이 비범한 인지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러한 차단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재는 뇌의 차단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때문일 수 있다. 그들은 특정 분야에 비범한 재능을 보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이러한 각인효과의 일부는 오랫동안 지속된다. 경험하지 않은 맛을 처음 맛본다든가 혹은 맡은 적이 없는 향을 맡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신체감관의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감각 부위를 자극하면 강렬한 인상을 얻는다.

그러나 이를 반복하면 그러한 강렬함은 사라지고 만다. 두 번째 키스는 첫 키스 만큼 뜨겁지 않다. 이때부터는 강렬했던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는 것으로 편안함을 얻는다.

즉 처음의 어떤 자극은 본능적인 끌림에 의해서 원하게 되지만 두 번째 부터는 익숙해진 그 상태에서 벗어남이 도리어 불편해져서 그것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술이나 담배도 마찬가지다. 처음은 그것이 좋아서 원하게 되지만 중독된 다음에는 그것을 취하지 않는 상태가 불편해져서 그것을 원하게 된다. 예컨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초조해 지고 집중을 못하는 등 많은 불편함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열정적인 끌림에 의해서 그것을 원하게 되지만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파트너가 없을 때 일상적인 생활이 불편해져서 파트너를 원하게 된다.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처음은 강렬한 지적인 충격 때문에 명상에 빠져들지만 나중에는 그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편해져서 그 상태에 계속 머무르게 된다.

깨달음은 우연히 연역적 사고를 경험하는 것으로 촉발된다. 그때 뇌의 특정부위는 활성화 된다. 환희를 체험하게 된다. 체온이 증가하고 정신적으로 고양된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버리면 본래의 평범함으로 돌아와 버린다. 이때 부터는 그 시점의 기억을 반추하는 이성적 판단이 중요하다.

진정한 깨달음과 단순한 영적 체험은 차이가 있다. 진정한 깨달음은 최고 단계의 연역적 사고를 의식적으로 해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체험을 각인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돈오(頓悟)이다.

단순한 영적 체험은 우연히 연역적 사고를 경험하고 그 기쁨과 쾌감을 맛보는 것이다. 이 경우 각인효과는 약하다. 이후로 의식적으로 자신을 그 때의 신체적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진정한 깨달음과 단순한 영적 체험의 차이는 언제든지 의식적으로 그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느냐의 차이다. 최고 단계의 연역 상태로 진입할 수 있는가이다.

나는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여 그 때의 느낌을 되살리는 방법을 쓴다. 그때 나의 체온은 약간 올라간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들뜬 상태가 된다.

그것은 기도와 같다. 그러나 종교인들의 기도와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신과의 대화라고 할 수도 있다. 신을 타자화 한 상태에서 신에게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완전함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며 그것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그때 나는 정서적으로 상당히 고양된다. 인생이라는 보이지 않는 역할극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하루에 세끼 밥을 먹듯이 영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나는 애연가가 담배를 피우는 이상으로 하루에 백번쯤 그 상태로 빠져들곤 한다.

사람들이 담배 한 가치를 빼어물듯 나는 기도를 한다. 신과의 대화를 나눈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짜릿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색하고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중독되어 있다.

그 시점에 나는 시간을 정지시킨다. 대상을 추적하는 귀납적 사고를 중단한다. 연역적 사고로 되돌린다. 컴퓨터가 새로 부팅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찌르르 하고 전율이 흐른다.

1) 뇌에는 영적인 부분을 관정하는 부위가 있다.

2) 돈오(頓悟)는 일종의 거대한 각인효과(imprinting)와도 같다.

3) 나는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며 그것은 종교인의 기도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4) 처음에는 영적 체험의 끌림에 의해서 그 경지로 빠져들지만 나중에는 중독되어 거기서 벗어남이 불편하기 때문에 그곳에 머무르게 된다.

5) 신의 완전성과 일체된 이미지를 반추하는 것이며 그 상황에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몸을 휘감는다. 하루 세끼 식사를 하듯이 부단히 영적인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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