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에 의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적 능력 외에도 자연지능, 실존지능, 영성지능, 따위가 있다고 한다.


하워드 가드너는 인간의 지능을 언어지능, 음악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의 8가지로 분류한 다음 플러스 알파로 실존자적 지능을 추가하고 있는데 이를 영성지능이라고 한다.

8가지는 나름대로 열심히 분석해 놓았는데 9번 째는 말끝을 흐리고 있다. 가드너는 영성지능의 실체에 대해 명백한 분석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 가드너의 이론에 따른 교육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9번째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예술감상에서 느끼는 감성, 사랑하는 대상과 이심전심으로 연결된 공감각적인 유대, 참선이나 요가의 심리상태, 희로애락에 대한 감정, 철학적 종교적 판단, 조짐이나 징조에 따른 심리적 반응, 전쟁이나 극적인 스포츠의 대결 혹은 정치가의 결단에 따른 집단의 광기 따위가 있다. 이 부분을 가드너는 충분해 해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드너의 분류가 유의미 하지만 앞의 8개는 억지에 가깝다. 그건 단순 나열식에 불과하다. 그들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없다. 가드너의 유일한 성과라 할 9번째 영성지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어떤 한계상황에서.. 예컨대 죽음을 앞둔 상황이라거나 어떤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자신과 외부와의 관계를 재평가 하려는 열망을 가지는 것이며 이 부분 또한 무수한 죽음을 극복해온 진화의 결과일 수 있다.

여기까지는 가드너의 분석에 따른 것이고 여기서 부터는 나의 견해다.

뇌기능에는 인식(학습)기능과 실천(행동)기능이 있다. 둘은 그 진행방향이 반대라는 점이 문제로 된다. 가드너의 8개는 전부 인식기능이고 9번째가 유일하게 실천기능이다.

인식기능은 귀납적 전개라면 실천기능은 연역적 전개를 가진다. 다시 말해서 주어진 문제를 푸는 능력과 문제를 문제삼는 능력의 차이가 되는 것이다.

종업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면 되지만 사장은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문제삼아야 한다. 이 능력의 차이가 누군가를 CEO로 만들고 누군가를 평사원으로 만든다.

경영에 위기가 왔다고 치자. 그 위기가 현실화 되어 모든 사람이 위기의식에 빠졌을 때는 늦다. 위기가 현실화 되기 전에 남 보다 한걸음 앞서 위기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문제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건 결단력을 필요로 하는 점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지능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은 주어진 문제에 답을 찾는 능력이지 문제를 문제삼는 능력이 아니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유능한 CEO를 양성할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라면 문제를 문제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동시에 사소한 문제를 대범하게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만인이 위기라 해도 리더는 태연하게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가 위기의식에 빠져 발을 동동 구르면 위기의식은 몇 배로 증폭되어 전달되고 그 결과로 팀은 와해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기능이 아닌 실천기능이 있어야 한다. 이는 특별히 연역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태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타이밍에 결단을 내리는 일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 리더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영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패턴은 읽는 능력이다. 사물의 이면에 숨은 패턴과 균형과 밸런스와 1사이클의 순환되는 동그라미를 포착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왜 영성지능에 영혼을 의미하는 영(靈)자가 붙는가?

영(靈)은 어떤 의미에서 감정을 뜻한다. 감정이 왜 문제로 되는가 하면 감정은 유비쿼터스 기능을 가지기 때문이다. 보통 커뮤니케이션은 일대일 대항을 가지는데 비해 감정은 삽시간에 군중에 전파된다.

수신자와 송신자가 일 대 일로 신호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음악이 수천명의 청중을 일시에 매료시키듯이 순식간에 전파되는 것이다. 정보전달에 있어서 이러한 측면이 실천기능의 연역적 전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지도자가 위기를 발견하고 라인을 스톱시켰을 때 곧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고 용광로가 식어버리면 회사에는 수억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 그러므로 원래 라인스톱은 공장장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어느 기업(구체적으로는 도요다와 르노삼성)은 누구든 현장근로자가 결함을 발견하면 즉시 라인스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고 한다. 수억원의 손실을 보더라도 불량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번은 어떤 노조원이 무리한 연장근무가 불량률을 높인다며 의도적으로 라인스톱을 해서 그것이 파업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때 그 파장은 그 공장 전체에 미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체도 그러한 라인스톱의 기능이 있다. 사회에도 있고 조직에도 있다. 누군가가 라인스톱을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역시 수십만년 동안 무수한 죽음을 겪어오면서 인간의 진화가 만들어낸 생존장치일 수 있다.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전쟁이 났다. 불이 났다. 강도가 침입했다. 홍수가 났다. 쓰나미가 밀려온다. 이때 사태의 중요성을 판단하고 누가 라인스톱을 외칠 수 있는가가 문제로 된다.

정리하자. 인간의 뇌기능에는 학습(인식)기능과 실천(행동)기능이 있다. 이들의 전개방향은 상반된다. 인식기능은 귀납적 전개를 가지며 실천기능은 연역적 전개를 가진다.

연역적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문제의 가중치 곧 중요도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이는 그 사건에 개입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며 개입한다면 어느 단계에서 개입할 것인가 또 어느 지점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늑대가 몇 미터 근접했을 때 ‘늑대다’ 하고 소리칠 것인가를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이다. 이런 판단은 단순 학습으로는 안되고 패턴인식과 반복훈련으로 가능하다. 사건의 유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실제 행동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공장의 근로자가 잘못 라인스톱을 외치면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 뇌는 강력한 호르몬을 분비하여 신체를 전반적으로 흥분시키고 이때 감정의 증폭과 전이가 일어나서 집단에 감염을 일으킨다. 집단 무의식 현상을 촉발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걸어서 라인스톱을 했을 때 그 소식은 최단시간에 집단에 전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인이 멈추었는데 용광로에 계속 불을 지핀다면 더 큰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드너의 8가지 분류는 엉뚱한 것이다. 인식기능과 행동기능의 분류가 먼저 있어야 했다. 인식과 행동은 상반되며, 행동은 중요도 판단을 해야 하고, 중요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금 착수한 일과 다른 사건을 비교해야 한다.

그러므로 외부와의 관계를 새로 설정해야 하고, 일정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존에 하던 일을 멈추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멈추기 위해서 신체 전체에 강력한 신호를 전달하고 이 때문에 그 상황에서 인간은 정서적으로 격렬하게 감정을 증폭하여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며 이러한 흥분은 순식간에 집단에 전달되어서 집단의 광기를 낳기도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선동을 하여 ‘전쟁이다’하고 선포하면 모두들 집으로 달려가서 무기를 들고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수만년 동안 진화를 거치면서 환경에 적응해온 결과일 수 있다.

영(靈)은 감정적 증폭을 의미하는 것이며 유비쿼터스 기능과 같은 것이다. 영성지능이란 일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지능이며, 인식을 행동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지능이다. 이러한 판단은 패턴인식으로 가능하며, 일상적인 지식과는 다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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