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read 3738 vote 0 2008.12.31 (00:53:49)

 

매력이 있어야 한다.

미(美)란 무엇일까? 예쁜 것도 있고 귀여운 것도 있고 아름다운 것도 있다. 그러나 ‘멋’에는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매력’이 있어야 한다. 매력이란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는 힘이다.

예쁘다는 것과 매력적이라는건 다르다. 매력을 설명하기에는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더 높은 가치의 세계가 있다.

예쁜건 그저 시선이 가는 것이다. 어린이는 알록달록한 색깔에 끌리는 법이다. 그건 기계적으로 정해져 있다.

인형은 예쁘지만 시각적으로 부담스럽다. 너무 튄다. 잠시 동안 눈길을 붙잡아둘 뿐이다. 시각적 긴장감을 일으켜서 불편해진다.

좌우대칭이 정확한 그림을 오래 보고 있을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자연스럽지가 않다. 예쁜건 눈길을 끌되 편안하지가 않은 것이다.

아름다운 건? 편안하고 좋은 것이다. 주변과 마찰하지 않는다. 안정되고 조화되는 것이다. 긴장감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부족하다. 예쁜 것으로 부족하고 아름다운 것으로도 부족하다. 진짜는? 매력이다. 나는 그것을 ‘멋’이라는 우리말로 나타낸다.

‘멋’은 무엇일까? 그것은 심중에 커다란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예쁜 것은 확실히 눈길을 끌지만 그것을 보고난 다음에는 가던 길을 계속 가게 된다.

아름다운 것이라면 편안하다.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휴식을 주지만 역시 쉬었다가 가던 길을 계속 가게 된다. 매력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커다란 의혹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 빛나는 광채의 바운더리 안으로 성큼 다가서게 만드는 것이다.

잠시도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 하나의 화두(話頭)가 되어 줄곧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기어이 뇌간지럼증을 유발한다.

사람의 매력은 그 생겨먹은 얼굴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건 표정의 연출이다. 나는 그 사람의 언어사용 범위와 표정연출 방법을 보고 판단한다.

표정은 생각을 반영한다. 그것은 속일 수 없다. 천박한 생각을 하면 그것이 여지없이 표정에 드러나 보인다.

매력이란 ‘함께 가지 않으련?’ 하고 내 귀에다 속삭이는 것이다. 한 송이 꽃이 다른 한 송이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매력은 곧 사랑을 감염시키는 것이다. 매력은 혼자 아름답지 않고 곧 주위를 모두 매력적으로 만든다.

한송이 꽃이 그대를 유혹한다. 그대가 그 꽃을 만지려면 먼저 손을 씻어야 한다. 매력은 그 방법으로 당신을 변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밸런스다. 매력에는 밸런스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 매력의 정원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매력은, 내 등을 떠밀어 나를 그 밸런스의 중심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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