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read 2965 vote 0 2003.02.12 (17:55:43)

발단(양) - (배경) 어떤 움직이지 않는 고착된 양이 배경으로 펼쳐진다.
전개(운동) - (실체) 반드시 어떤 실체의 운동이 있다.
위기(힘) - (연관) 연관지어진 두 개의 힘이 충돌하는 데서 갈등이 일어난다.
반전(입자) - (이행) A에서 B로의 어떤 입자의 극적인 이행으로 클라이막스를 연출한다.
결말(질) - (귀결) 질의 비약을 일으키며 결말이 지어진다.

모든 소설에는 일정한 구조가 있다. 처음엔 어떤 고착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소개된다. 춘향전에서 그것은 기생과 양반이라는 고착된 신분질서다. 그 이후 반드시 어떤 형태있는 실체의 움직임이 유발된다. 양반인 이몽룡이 기생인 성춘향에게 접근한다.

이때 두 개의 대립된 힘이 충돌하면서 갈등을 유발한다. 곧 위기다. 성춘향을 가운데 두고 이몽룡과 변사또가 충돌한다. 네 번째 반전은 그 중 하나의 입자가 다른 하나로 이행하는 것이다. 춘향전에서는 이몽룡이 춘향 편을 들어 어사출도를 놓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귀결은 반드시 질적인 비약을 일으킨다. 그 질의 비약은 성춘향의 신분상승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는 두 가문의 화해이다. 혹은 두 사람의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다.

구조가 없는 소설은 없다. 왜냐하면 소설은 메시지를 운반하는 하나의 그릇 또는 수레이기 때문이다. 바퀴없는 수레가 없듯이 혹은 안에 내용물을 담을 수 없는 그릇이 없듯이 반드시 소설은 구조가 있어야만 메시지를 운반할 수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기승전결이 있다. 짧은 시라면 기나 승에 전개와 위기(갈등)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5단계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발단 -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전개 - 다시보자 한강수(漢江水)야

위기 - 고국산천(古國山川)을 떠나고쟈 하랴마는

반전 - 시절(時節)이 하 수상하니

귀결 - 올동말동 하여라.

물론 이러한 사항이 칼로 두부모 자르듯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단 - 동창이 밝았느냐
전개 - 노고지리 우지진다.
위기 - 소치는 아해들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반전/귀결 -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갈려 하느냐

짧은 시나 단편소설의 경우 의도적으로 결말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반전에서 이야기를 끝낸다. 그것이 단편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결말은 있다. 의도적으로 결말을 쓰지 않았을 뿐 독자들은 결말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성이다. 구성은 둘이 하나를 공유하는 것이다. 즉 어떤 하나가 있는데 거기에 하나를 추가로 투입하면 둘이 동일한 하나를 공유하게 되는데 이 공유에서 갈등이 유발되고 둘 중 하나가 제거되므로서 갈등이 해소되는 것이다.

예컨대 심순애와 이수일이 있는데 김중배가 투입되어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유하는 즉 갈등이 유발되고 그 투쟁에서 김중배나 이수일 중 하나가 제거되어 평화가 찾아지며 그 과정에서 어떤 질적인 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최초와는 뭐가 달라도 달라져야 한다. 결혼을 하거나 사랑을 얻거나 뭔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구조다. 구조는 둘이 하나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 공유에서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과정이 갈등과 반전이다. 그 구조가 없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는 일본의 하이쿠 『오래된 연못에 개구리 뛰어드는 소리』 처럼 17자의 짧은 싯귀에도 구조는 있다.

발단 - 연못
전개 - 오래된
갈등 - 개구리 뛰어드는
반전 - 소리
귀결 - (소리가 어떠하다의 생략)

이 하이쿠가 하나의 완전한 문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래된 연못에 개구리 뛰어드는 소리가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뒤에 술어가 있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술어를 생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못이라는 공간의 특정과 개구리라는 시간적 변수가 뛰어듦이라는 하나를 공유하므로서 소리라는 행태로 질적인 비약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공간과 시간의 충돌인 것이다. 그러한 충돌은 세 번째 갈등 곧 힘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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