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read 4637 vote 0 2003.08.19 (13:22:24)

발명가들은 흔히 ‘구조적 취약성’의 문제에 부닥치곤 한다. 구조론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하나의 단계를 뛰어넘을 때 마다 2배로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은 5배씩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발명가들은 그러한 단계를 줄이므로서 높은 효율에 도달하고자 한다. 그러나 하나의 단계를 줄일 때 마다 오히려 더 큰 비효율과 맞닥드리는 모순을 저지르곤 하는 것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로타리엔진을 예로 들 수 있다. 로타리엔진은 강력하고 작은 엔진이다. 단점은 연료효율이 떨어진다는 점과, 엔진마모가 너무 빨리 진행된다는 점이다.

로타리엔진은 한때 자동차 업계에 각광을 받기도 했으나 오일쇼크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일본의 마쯔다를 중심으로 로타리엔진을 되살리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아직 만족스런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논자들은 실린더 엔진이 꾸준히 개량되어 온 데 비해 로타리엔진은 시장에서 퇴출되었기 때문에 엔진을 개량할 기회가 없어서 그러할 뿐, 로타리엔진도 잘 개량하면 높은 연비와 내구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구조론이 이 문제에 답을 제시한다. 로타리엔진은 구조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실린더 엔진이 피스톤의 직선운동을 바퀴의 회전운동으로 전환하는 하나의 단계를 더 가지고 있는데 비해 로타리엔진은 그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있다.

이는 어떤 하나의 부품이 두가지 이상의 기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기술적인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즉 구조적으로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것이다.

비단 로타리엔진 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문제는 광범위하게 발견될 수 있다. 즉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잠시 인기를 끌지만, 곧 근본적인 문제점이 노출되고 더 이상의 개선이 되지 않아서 시장에서 퇴장되는 경우이다.

예컨대 라디오와 모자를 결합한 라디오모자의 경우라면, 라디오의 성능과 모자의 품질을 동시에 개선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경우 보통 어느 한쪽을 개선하면 나머지 한 쪽과 불균형이 일어난다.

반면 구조적인 완결성을 가진 제품은 약간의 비효율이 있더라도 부단한 개선이 가능하다. 실린더 엔진은 부품 각각이 모듈화 되어 있으므로, 각각의 부품을 하나씩 개선하여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반면 로타리엔진은 전체가 하나의 모듈을 이루고 있으므로 어떤 하나의 부품을 개량하면 다른 하나가 즉시 영향을 받는다. 즉 하나의 부품이 두가지 이상의 기능을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인 충돌이 일어나서 하나를 개선하면 다른 하나가 더 나빠지는 식으로 되는 것이다.

왜 구조론인가? 예컨대 컴퓨터업계라면 이와 유사한 시행착오가 되풀이되고 있다. 뛰어난 기능을 가진 대신 호환성이 없어서, 더 이상 개선할 수 없는 제품이 있고, 반대로 기능은 좀 처지지만 부단히 개선되어 점점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

구조론은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잎으로 단계적으로 가지를 쳐나가는 경로와 순서를 제시한다.

고구마줄기처럼 일부 단계를 생략한 채, 뿌리에서 바로 가지로, 잎으로 진행한다면 일시적인 효율에 도달할 수 있다. 칡덩굴은 무성하게 자라지만 거기가 한계다. 더 이상 커다란 나무로 자라날 수 없다.

반면 구조적으로 최적화 된 경우 부단한 개선이 가능하다.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잎으로 1단계씩 차근차근 밟아올라가므로서 거목에 도달할 수 있다.

왜 구조론인가? 구조론은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데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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