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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관리자*
read 3140 vote 0 2012.10.21 (21:50:30)

도올 김용옥 교수는 23일 연말 대선의 성격에 대해 "이번 선거의 적나라한 양상은 그 이미 승리가 확보된 박근혜를 어떻게 저지시키느냐, 사실 정직하게 말하면 그 게임밖에 없는 거"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문제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10년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처절하게 진보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어떤 새로운 사람들에게 정치의 기회를 준 건데, 그 10년 동안 국민의 진보에 대한 열망을 좌절시켰다. 그러니까 이 10년에 대한 반성을 해야 되는데 지금 와서 김대중, 노무현 운운하다 가는 하루 아침에 그냥 구렁텅이로 빠지는 거야"라고 지적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90206&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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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통해 연동된 도올선생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읽고나니 참담하다. 

신념, 열망, 좌절, 반성. 

심리적 키워드의 나열. 

한마디로 지성의 언어가 아니다. 

동렬님이 이야기한 진보교의 언어이다. 

종교인이 쓰기에 적합한 언어를 이른바 지성인이 쓰고 있다.


대선에 대해 박근혜를 어떻게 저지시키느냐의 게임이라고 칭하고 있다.

역시 참담하다.  

처음부터 질 생각을 하고 앉아있다. 

전쟁에서 이기고 전투에서도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전쟁은 졌는데 전투라도 이기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참담하다. 

어째서 동렬님이 지성은 없다라고 단언했는지 알 것 같다. 


처절한 진보에 대한 신념 따위는 없다. 그런 신념으로 대한민국 호의 선장이 좌지우지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크릿'을 믿는 멍청이들이나 할 법한 이야기이다. 


왜 김대중이었는가? 냉전의 해체. 그리고 미소 중심의 세계체제의 종식.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의 세력 다극화. 과거의 질서가 끝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시기, 동북아시아 전체가 긴장으로 꽉 차있는 시기에 주변 세력의 압박 속에서도 북한이라는 거대한 화약고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고(햇볕정책), 미, 일, 중, 러라는 동북아의 열강등 사이의 세력 균형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팽팽하게 유지되게 함으로써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축의 역할이  대한민국호에 요구되었기 때문에 김대중이 당선되었다. 한 마디로 김대중은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의사결정의 중심지라는 새로운 역할이 대한민국에 요구되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심전심으로 실천에 옮긴 것이고.  


진보에 대한 신념을 이루기 위해 간절한 소원을 충족해주기 위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위하여가 아니라 의하여다. 이런 기본을 모르고서 어찌 지성이라 할 수 있겠나?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 아니 인류 전체가 계속 짊어지고 있는 몇 가지 핵심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초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였다. 대한민국은 김대중-노무현 이전까지는 세계사에서 계속 피해자의 역할만 맡아왔다. 영화로 치면 주인공도 조연배우도 안 되고 길가다가 애꿎은 총알에 맞아 뒈지는 그런 단역 역할 말이다. 


그런데 민주화와 더불어 우리는 세계에 적어도 우리가 조연 역할을 맡을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인권의 향상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IT 기술 등 우리가 이제 더 이상 엑스트라가 아니라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 올릴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김대중-노무현 시기의 위업은 우리가 세계사의 주인공임을 선포한 것이다. 동북아시아라는 무대에서 조연이 아니라 주연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다.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우리가 진짜로 잃어버린 것은 바로 엑스트라로서의 지위이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엑스트라 말이다. 


심지어 우리는 조연조차 거부했다.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부상 속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창했다. 명박이처럼 미일에 붙어서 헬렐레 만년조연 역할에도 그저 배역이라도 던져주시니 감사할 따름입죠 굽신굽신이 아니다. 동북아라는 거대한 시소의 가운데에서 발 하나 살짝 옮기는 것 만으로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서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처음부터 주인공을 꿈꾼 사람이 결국 진짜 주인공을 맡게 된다.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이 아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세계사의 주인공임을 자각하고 

지난 민주정부 10년이 닦은 기초 위에 이제 세계에 우리가 주인공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반성? 반성은 개나 줘라. 


우리 눈 앞에 거대한 역사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이미 신이라는 명감독의 큐싸인이 떨어졌다.  

이번 대선은 오프닝이다. 카메라가 눈 앞에서 돌아가는데 반성한답시고 과거 했던 연기 실수를 두고 눈물 흘리고 잘못했어요 엉엉 거리면 자동아웃이다. 주연의 자격이 없다. 모름지기 주연이라면 새로운 대본을 이미 머리 속에 넣고 자신감있게 대사를 읊어야 한다. 그래야 감독의 OK 싸인이 떨어진다. 그래야 진짜 주연이다. 



우리가 세계사의 주역인데, 미쳤다고 함량 미달의 배우를 세우겠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녕 박근혜를 선장으로 21세기 대한민국호를 끌고 나가겠는가?

푸틴의 재선으로 맛이 간 러시아, 민주화가 '덜' 된 중국, 기어코 조연 노릇만 충실하겠다는 일본,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는 미국. 이 네 바보들을 데리고 시소를 타면서도 용케 균형을 유지하는 묘기를 부려야 하는 위치에 뭐? 박근혜?


지금 우리 눈앞에서 싸이는 미국을 흔들고 있고

일본은 계속 자신들의 의사결정능력 결여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고

중국은 후진타오가 소통한답시고 아저씨 추리닝 입고 뻘짓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화는 요원하고

러시아는 푸틴이 롹커랑 싸운다고 땀 뻘뻘흘리고 있다. 


이쯤되면 대한민국 국민들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그리고 그만큼 똑똑해진다. 위기에 처한 바퀴벌레만큼 아이큐 급상승한다. 

그리고 그만큼 이른바 지식인들은 오판한다. 그들은 위기에 처할 수록 평상시 바퀴벌레 아이큐로 급하락한다. 그들은 두려움에 쩔어서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방구석의 포지션으로, 패자의 위치로 알아서 향한다. 그러니 이미 대선에서 필패이고 이를 막으려면 안철수 구원투수 등판해줘하며 눈물 찔끔 콧물 슬슬 울 준비 하고 있다. 이러다 안철수 선수 등판하면 아예 누워서 엉엉 감격의 눈물이라도 터뜨릴 기세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들의 말에 귀기울일만큼 바보가 아니다. 

바보는 바로 박근혜가 될 것이라고 아직도 굳게 믿고 그렇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지식인들이다. 

전쟁은 졌으니 전투라도 이기자고 이야기하는, 그렇게 말타고 용감하게 조총을 향해 돌진한 당신은 지성이 아니다. 그냥 바보다. 멍청한 거다. 세계사에 어둡고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거다. 


답은 나와있다.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쪽이 이긴다. 

누가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산적한 문제들을 눈 앞에 두고 의사결정할 수 있겠는가?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을 제대로 계승하는 자가 할 수 있다. 

그 답을 따라 가는 자가 진짜 지성이다. 진짜 진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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