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아이들이 공동체의 중심에 서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이미 자기 안에 세상을 담은 사람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겁니다. 

그릇이 큰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그 큰 그릇이 나한테도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예수님같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아이들이 예수님을 좋아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는 겁니다. 이 사람이 지금 가슴 속에 진리를, 사랑을, 신을 품고 있다는 걸. 

아이들은 아는 겁니다. 이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사귐이 자신의 인생을 만남 이전과 이후로 나눌 것이란 걸,


혼자 살겠다고 작은 보트에 노 하나 붙잡고 잘난척하는 그런 어른 말고

타는 사람 막지 않고 파도에 뒤집히지 않고 무게중심이 확실한 그런 큰 배의 선장을 만나야 합니다. 선장이 바빠서 만나기 힘들면 승무원이라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소인이 아니라 대인을 만나야 한다는 겁니다.

함께 하는 우리의 인격, 그릇의 크기만큼 우리는 아이들과 만나고 맞물리고 하나되어 낳을 것입니다. 


기껏 가슴에 품은게 먹고사니즘, 상대주의, 실용주의, 회의주의여선 곤란합니다. 소인이 모는 배는 작고 좁아서 아이들을 태울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커지니까요. 


 먹고사니즘: 일단 살아남고보자. 그런데 그 이후의 계획은? 없어. 몰라. 나중에 생각해. 

상대주의: 너도 옳고 나도 옳고, 그럼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까? 너는 니길가고 나는 내길가고. 그런데 둘 중 하나는 지옥길

실용주의: 나무를 심고 태양빛과 빗물을 끌어오고, 거름 주고 가지치는 지난하고 당장의 이득이 없는 필수 과정은 생략하고 열매만 쏘옥 빼먹겠다는 명박심보. 

회의주의: 길은 없다를 길로 삼고 갈림길에 멈춰서 점방열고 주저앉음.


아이들이 공동체와 상호작용하게 하는 지름길 중 하나는 바로 좋은 어른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바탕소처럼 그런 아이들과 어른들의 만남의 장을 열어 놓는 겁니다.

 결국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우리가 지닌 자원의 질에 의해 결정될 겁니다.

우리가 지닌 가장큰 자원은 바로 사람이고, 절대적으로 그 사람의 질(인격)이 우리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인 심리상담을 예로 들어보죠. 

어떤 테크닉을 지녔든 상담자의 인격 수준이 낮으면 꽝입니다. 효과 제로. 부작용 속속. 

별다른 테크닉이 없어도? 상담자가 예수고 붓다면 첫만남에서 이미 치유 끝. 

눈길만 마주쳐도 울음이 펑펑, 옷깃만 스쳐도 어라? 다 나았네~


내담자들은 상담자가 지닌 온갖 현란한 치유 테크닉에 반응하는게 아니라 상담자의 반응성에 반응합니다. 

상담자가 자신의 고통에 반응할만큼 민감하게 깨어있는 사람인지의 여부가 첫만남의 성패를 좌우하고

첫만남의 성패가 결국 상담효과를 좌지우지 합니다. 


인격을 두고 오해하면 안됩니다. 

인격이 높다는건 사회가 정해놓은 도덕률에 충실하고 고상하고 품위있고 뭐 이런게 아닙니다. 

그건 다 가짜구요. 모범약국입니다(혜문스님 표현)


진짜 인격은 그 사람의 질이고, 질은 반응하는 것, 결합하는 것입니다. 

인격이 높은 사람은 반응성이 높은 사람입니다. 무엇과도 결합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나환자와도 손붙잡고, 창녀와도 어울리고, 아이들과 장난치고, 여인들과 함께 하고, 바리새인들한텐 야단치고

미친듯한 폭풍우 속에서도 바다와 담소나누고, 정 마주할 상대가 없으면 하느님하고라도 이야기 나누는 그런 게 인격이 높은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할 때 필요한 인격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에 반응할 수 있는 사람, 

아이들의 천변만화하는 욕구에 반응할 수 있는 사람,

아이들의 온갖 감정에 반응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 안에 어린아이가 살아 숨쉬는 사람입니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이 나옵니다. 

그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서 아이들은 진짜 공동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가정을 넘어 국가, 국가를 넘어 인류, 인류를 넘어 우주, 그리고 그 너머 신까지. 

그렇게 한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온게 바로 진짜 어른. 

그 어른과 아이가 함께 손붙잡고 노래부르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주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우주 뭇생명들 다만나고 오겠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0652
475 정보기반 문명이란 깨달음의 계절이다, 혁명의 일상화다 -담 1 관리자* 2012-10-21 3465
474 소집의 종소리. -아제 관리자* 2012-10-21 2864
473 차 한잔 어떻소. -아제 관리자* 2012-10-21 3059
472 둘 과 셋 -지여 관리자* 2012-10-21 2834
471 "애니팡 하트시스템" 이거 재미있다. -담 관리자* 2012-10-21 4648
470 家族하라. - 아제 관리자* 2012-10-21 2705
469 한 700억 쯤 한가하게 살 수 있다면 -담 관리자* 2012-10-21 2893
468 애니팡 피할 수 있을까? -담 관리자* 2012-10-21 2949
467 문재인과 문재인들은, 비선출 권력을 민주화하라. -담 관리자* 2012-10-21 3000
466 대한민국, 존엄의 자궁을 만들다. -담 관리자* 2012-10-21 2856
465 구조가 느껴지는것 같다. -soul 관리자* 2012-10-21 3448
464 싸이도 김기덕도 정답이 아니다 -오세 image 관리자* 2012-10-21 3444
463 묶기,옮기기,풀기. -아제 관리자* 2012-10-21 2873
462 가지치기 -부하지하 관리자* 2012-10-21 3189
461 툭. -아제 관리자* 2012-10-21 2759
460 동그라미 태풍이 무섭다. -아제 관리자* 2012-10-21 2884
459 구조론 심리학3. 남자들이여, 치마를 입어라! -오세 image 관리자* 2012-10-21 6456
458 심판, 하지 말아라 - 오세 관리자* 2012-10-21 2897
457 구조론 심리학2. 엄마아빠 찾지 말아라. -오세 1 관리자* 2012-10-21 3296
456 철수의 생각 -오세 관리자* 2012-10-21 3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