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chowchow
read 3148 vote 0 2022.01.20 (10:56:18)

인간들은 멍청한 게 분명하다. 


오래 걸으려면 푹신한 게 좋을까, 딱딱한 게 좋을까? 많은 남자들이 군대에서의 딱딱한 전투화를 기억하며 신발은 나이키 에어가 좋다고 한다. 그런데 진실은? 나이키 에어 10년 신으면 무릎이 나간다. 왜 그럴까? 탄성손실 때문이다. 출퇴근길 정도를 걷는다면 푹신한 신발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천리행군을 하려면 전투화가 필수다. 그런데 사실 전투화도 정답은 아니다. 그래도 나이키 에어보다는 전투화가 좀 낫다.


왜 철도는 바퀴를 쇠로 만들까? 쇠바퀴가 탄성손실을 최소화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왜 쇠바퀴는 탄성손실을 최소화 할까? 쇠바퀴는 작용반작용 사이에 중간자가 최소화 하기 때문이다. 쇠바퀴에 쇠레일이다. 둘은 동력장치에서 발생한 운동에너지를 거의 100% 전달한다. 그러면 자동차의 타이어는? 100% 전달하지 않는다. 당연히 탄성손실이 있다. 쿠션이라는 중간자 때문이다. 둘 사이에 뭔가 많이 끼어 있으면 반드시 에너지 손실이 있다는게 구조론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어를 쓰는 이유는? 첫째로는 노면이 고르지 않은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푹신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차를 오래 타지 않는 사람들이다. 푹신한 차를 타고 장거리 운행을 하면 허리가 나간다. BMW가 단단한 서스펜션(쇼바)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래야 자동차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베개, 침대, 의자, 자전거안장도 같은 원리를 공유한다. 목 디스크로 고생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나이가 많아 허리 좀 아파 본 사람이라면, 공부하느라 의자 좀 오래 앉아 본 사람이라면, 자전거 선수라면, 대륙횡단 트레킹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들은 결코 푹신한 걸 찾지 않는다. 잘 모르는 인간들이 푹신한 걸 찾는다. 신발로 돌아가자. 전투화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하나는 딱딱한 바닥이고 다른 하나는 높은 발목 갑피다. 이 두 가지는 장거리 걷기의 핵심을 담당한다.


딱딱한 바닥은 탄성손실을 최소화 하고 높은 발목 갑피는 발목이 접히는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딱딱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인체공학(인간공학)이라고 들어봤나? 인체공학의 핵심은 두 가지다. 인체와 도구의 접촉면적을 최대화 할 것, 단단할 것. 접촉면적이 넓어야 도구와 인체의 일체성을 높일 수 있다. 에너지 전달을 최대화 하려는 것이다. 단단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를 가진다. 에너지 전달에서 비효율이 생기면 그걸 만회하고자 인체가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더 많은 근육을 사용한다. 당연히 근육통이 오겠지. 


전투화의 문제는 뒷꿈치의 받음각이 작다는 것이다. 


3f64d53960d1d5c4805c12e5925e98da05a677e7e5a3c7417e85583871ece062181a8c5313d4823c93ef1c82810edeb8c48dc7417eee7a5222930840b23ef1101b30ab1fb7f13ee365c73605bed4718e659d8bdd311f77fad9c86e23eba178e1.jpg


뒤꿈치가 저따구로 직각이면 걸을 때 에너지 손실이 커진다. 물론 어디를 걷느냐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군인들도 아스팔트를 걸으므로 뒤꿈치의 받음각을 크게 해야 한다.


14532569_1.jpg

요렇게. 발뒤꿈치를 깎아놓았다. 그런데 판매량이 저조하다. 쿠션이 딱딱했기 때문이다. 그럼 쿠션도 넣고 받음각도 크게 하면 안 되나? 둘을 동시에 하면 받음각이 무의미 해진다. 


문제는 로봇 전문가도 삽질을 한다는 거다.


424790_64579_3221.jpg


요렇게 삽질을 예쁘게 한다. 


스팟(4족)은 전형적인 4족보행의 발 모양이다. 저건 저렇게 생겨도 된다. 문제는 아틀라스(2족)다. 발 모양이 저게 뭐냐?

늬들은 사람 발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냐? 아틀라스의 발모양이 저렇게 생긴 것은 아틀라스가 걷기 보다는 가만히 서있는 것에 특화되었기 때문이다. 발이 둥글게 생기면 걷기는 좋지만 서있기 나쁘다. 근데 아틀라스는 걷는 로봇이잖아?


사람의 실제 발모양은 스팟과 아틀라스의 반반이다. 뒤꿈치는 스팟처럼 둥글고 앞은 아틀라스처럼 넓되 구부러진다. 그래야 걷기와 서기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바로 인간의 발이다. 그러면 신발은 왜 이렇게 안 만드나? 안 팔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푹신해야 노면 충격을 흡수하여 다리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발이 푹신해서 좋은 스포츠는 농구 뿐이다. 농구는 수직점프/낙하가 많기 때문이다. 축구화만 하더라도 쿠션이 전혀 없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자 쿠션을 제거한 것이다. 근데 미친 놈들이 농구화 신고 오래 걷기를 하려고 한다. 근데 마라톤화는 푹신하던데? 걔네들은 삐쩍 말라서 뒤꿈치에 살이 없어서 그런 거고. 뒤꿈치에 충분한 살이 있는 당신은 쿠션이 따로 필요 없다.



Drop here!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1471
2097 구조론을 읽고 김동렬 2009-01-20 5512
2096 GUJORON VS PARTICLE PHYSICS (based on external force) 3 눈내리는 마을 2009-01-23 5507
2095 구조론 아카데미 건의 image 3 도플솔드너 2009-01-24 4330
2094 사랑의 구조 1 르페 2009-01-25 4597
2093 한국 진보의 잘못: '합리성'과 '영성' 2 눈내리는 마을 2009-01-29 4896
2092 한국사회를 무식하게 분석하면, 1 르페 2009-01-30 4802
2091 먼 미래에 백인이 멸종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image 5 가혹한너 2009-01-31 8736
2090 김동렬님 제가 구조론에 입각하여 쓴 글입니다 4 가혹한너 2009-02-04 6592
2089 한국 과학 교육의 교착 지점 3 눈내리는 마을 2009-02-06 10981
2088 <내남자> 1 하루 2009-02-08 5299
2087 선이 굵어야 아름답다. image 3 굿길 2009-02-13 5044
2086 그냥 사는게 사는걸까요? 1 가혹한너 2009-02-16 4936
2085 교사란 무엇일까요? 4 후추 2009-02-23 5217
2084 북미 관계 어떻게 볼것인가 4 눈내리는 마을 2009-02-24 4861
2083 지금 딴나라당이 잘못하고있는건가요?? image 1 가혹한너 2009-02-28 5051
2082 파시즘의 도래 가능성 1 선풍기 2009-03-01 5254
2081 섬으로의 고립을 드러내라 눈내리는 마을 2009-03-12 5113
2080 관계는 생명입니다. 3 ahmoo 2009-03-16 4828
2079 불교를 구조론으로 풀어내는 것에 대해서 <질문 드립니다.()> 1 아란도 2009-03-17 5073
2078 아란도님의 질문에 대하여 5 김동렬 2009-03-17 4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