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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719 vote 0 2014.04.07 (23:17:38)

http://me2.do/xOM2KA5V  검색 중에 발견



    소크라테스를 조롱하는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구름을 간추린 내용이다. 아리스토파네스 개인의 생각이기 앞서 아테네인의 일반적인 생각으로 봐야 한다. 어쨌든 이 희곡이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

 

    주인공은 스트레프시아데스라는 시골신사다. 그에게 페이킷피데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경마광이었다. 경마라 하나 지금과 같은 마권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스스로 말을 사서 타거나 전차를 끌게 해서 경주에 나가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경마용 말은 비싼 가격이었다.


    이 연극에서는 말 한필 값이 12무나(1/5탈렌트 : 1탈렌트는 당시 아테네의 주력이던 3단 갤리선 한척을 건조할 수 있는 금액)라고 되어 있다. 당시 1무나로 적어도 50일은 지낼 수 있었다. 이런 호사스런 취미에 몰두했으므로 페이킷피데스는 빛투성이가 되었고 나중엔 이자도 지불하지 못해 매일 빛쟁이에게 재촉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스트레프시아데스는 아들에게 소크라테스가 이끄는 사색의 집에 들어가 웅변술을 익혀서 빚쟁이들을 쫓아버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은 이를 거절했다. 그래서 그 아버지가 스스로 소크라테스의 사숙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사숙에 가보니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복도에서 벼룩의 발자국을 놓고 그것을 자로 재어 벼룩은 자기 다리의 몇배를 뛰는지를 조사하거나 모기가 입으로 우는가 엉덩이로 우는가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체육경기장에 나가 모래판에 큰 콤파스로 원을 그리고 기하학을 공부하는가하면 벗어놓은 의복을 콤파스에 걸어 훔치기도 하고 있었다.


Socrates.jpg


    그리고 선생인 소크라테스는 바구니를 타고 천정에 매달려 있었다. 천문관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빚쟁이를 쫓아버리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면 신께 맹세코 사례하겠습니다" 고 스트레프시아데스가 부탁하자 "신이 어디에 있는가?"하고 일갈한다.


    "그러면 벼락을 치는 것은?" 하고 묻자" 그것은 제우스가 아니라 공기의 소용돌이(데이노스)이지"하고 가르쳐 준다.


    스트레프시아데스는 노인이라서 머리가 굳어 중요한 웅변술 쪽은 전혀 익히지 못한다며 엉뚱한 것만 대답해 준다.


    결국 젊은 아들이 아니고는 안되겠다고 해서 페이킷피데스가 대신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들어간다. 그리고 곧 웅변술을 익힌다. 아들이 어떠한 변론에서도 이길 수 있는 웅변술을 익히고 나서부터 스트레프시아데스는 기세가 올라서 지불하지 않으면 고소한다고 위협을 받아도 태연히 빚장이를 모두 쫓아버린다.


    또 "원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면 다만 이자라도"라고 하면, "이자가 무엇이지?"하고 정색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불어나는 게 빚이다"고 하면, "냇물이 아무리 흘러도 바다가 넓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는 등 선생에게 들어 배운 풍월로 빚쟁이들을 설복시켜 버린다.


    이리하여 빚쟁이를 쫓아버린 뒤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해서 부자는 술잔치를 시작한다. 그런데 술을 마시며 노래를 하다가 서로 다툼이 벌어지게 되었다.


    아버지가 시모니데스나 아이스킬로스의 노래를 부르라고 하자 아들이 "그런 낡은 것을 부릅니까?"하고 에우리피데스의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부친이 판소리를 하라고 하는데 아들이 포크송을 부른 꼴이었다. 결국 다툼 끝에 아들은 아버지를 후려갈긴다.


    "아들이 버릇없이 아버지를 치는 법은 없다"고 아버지가 말하자 "그러면 아버지는 왜 아들을 때려도 되죠?"라고 되받는다.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고 대답하자 "저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인은 아기로 변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너도 언젠가 자식에게 얻어맞을 것이다. 네가 자식을 때리는 것은 괜찮다." 고 대답하자 아들은 "만일 자식이 태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면 때릴 자식이 없게 되니까 지금 미리 때려두는 것입니다."


    결국 아버지는 도저히 말로는 아들을 이길 수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부친은  "이것이 모두 저 소크라테스가 되어먹지 않은 변론을 가르친 탓이다"고 하여 소크라테스의 사색의 집에 쳐들어 가서 불을 지르는 것으로 연극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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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에는 소피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아브데라 출신 프로타고라스, 레온티노이 출신 고르기아스, 엘리스 출신 힛피아스, 케오스 출신 프로티코스 등이었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인 고르기아스는 자신이 가르치는 것은 "재판소에서는 배심관을, 평의회에서는 평의원을, 민회에서는 출석자를, 그리고 그밖의 어떤 정치적 집회에서도 말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웅변술이라 뻐기면서 "이 웅변술이야말로 가장 좋은 것이다. 즉 그것은 사람들 자신에게 자유를 주며 또한 각자가 자신의 폴리스에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밑천을 마련해주는 것이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 웅변술을 가르쳐 주면서 수업료를 받았다. 그것도 매우 비싼 수업료였고, 프로타고라스의 경우는 한 과목에 2탈렌트를 받았다. 1탈렌트로 군함 한 척을 건조할 수 있었다는 화폐가치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금액이었다.


    이 때문에 프로타고라스는 당시 제일류의 조각가였던 피디아스보다 열배 이상이나 돈을 벌었다고 전해진다. 키레네 사람 아리스팃포스의 수업료는 1천 드라크마(1/6 탈렌트)였다고 한다. 


    또한 힛피아스는 젊은 시절 시칠리아섬에 가서 순식간에 2탈렌트 반이나 벌었다고 전해진다. 이밖에도 수업료를 여러 단계로 구분하여 높은 수업료를 지불하면 보다 나은 웅변술을 가르친다는 선생도 있었다. 프로디코스가 바로 그 경우였는데, 가장 싼 게 1드라크마이고 가장 비싼 게 50드라크마였다.


    소크라테스도 시험삼아 가장 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그 강의를 들어본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소피스트가 높은 수업료를 받아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헛소문이고, 고르기아스에게는 처자도 없었는데 죽었을 때 별로 재산을 남기지도 않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후에 소피스트가 대단히 나쁘게 평가받게 된 원인 중의 하나로 그들이 수업료를 받았다는 것도 들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수업료를 받았고, 그것으로 부자가 된 소피스트도 있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들은 비싼 수업료를 받았지만 제자로 들어오려는 자가 상당히 많았다. 그것은 그들에게서 웅변술을 배우면 고르기아스가 뻐긴 것처럼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고 폴리스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자식의 입신출세를 바라는 교육에 열성적인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소피스트의 제자로 만들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도 곧 밑천을 빼고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피스트로부터 웅변술을 익히면 왜 입신출세가 보장되었을까? 그것을 위해선 당시 아테네의 민주정치를 얘기해야 한다. 여하튼 민주정치하에서는 일을 결정할 때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찬성을 얻을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나라의 중요한 일에 대하여 생각하는 대로 남을 지배할 수 있었고, 또 남에게 공격받는 일이 있어도 말을 잘해 피할 수 있는 자신이 있으면 멋대로 행동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당시의 아테네인은 웅변에 움직여지기 쉬워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멋진 말을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에는 그 논리가 좀 이상해도 감동하여 찬성하는 경향이 있었다. 레슬링에서 깨무는 반칙을 범한 남자에게 "여자처럼 깨물다니"하고 욕하자

"아니, 사자처럼 깨무는 것이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테네에서는 이렇게 남의 말을 잘 받아치는 사람에게 인기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고르기아스는 "아무것도 몰라도 나의 웅변술은 매우 편리한 것이어서 이것만 알고 있으면 어떠한 전문가와 문답을 한다 해도 결코 지는 일이 없다"고 하면서

"누구든,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질문해보라. 곧 대답해 주겠다"고 자랑했다.


    "어떤 일에도 결코 지는 일이 없는 웅변술" "무엇이나 즉석에서 대답할 수 있는 변론술" 그러한 것이 도데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고르기아스의 작품이라는 [헬레네이 변론]이 전해지고 있다. 그녀 때문에 10년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으므로 그녀는 후세까지 대단한 악녀로 알려져 있었다. 이 악녀 헬레네를 고르기아스는 결코 악녀가 아니라고 변론한 것이다.


    물론 이 변론은 진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웃기기 위한 장난스러운 의논이었는데, 그의 변론의 견본으로 그 대강의줄거리를 이야기해 보자면, 헬레네가 트로이에 납치된 것은,


    1) 운명이나 신들의 의지로서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었다.

    2) 폭력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

    3) 말로 설득당했다.

    4) 애욕의 포로가 된 것 때문이다. 등이었다.


     그러나 고르기아스는,


    1) 인간이 신의 의지나 운명을 미리 알고 피할 수는 없다.

    2) 폭력은 휘두르는 사람이 나쁜 것이지 그 희생자는 오히려 동정받아야 한다.

    3) 말은 신에게 가까운 것이고 사람의 속 깊이 들어와 마음을 사로잡고 거스르기 어렵게 만들어버린다. 이것도 형태는 다르지만 일종의 강제이고 폭력과 같은 것으로 설득하는 자에게 죄는 있어도 설득당한 자에게는 죄가 없다.

    4) 애욕(에로스)은 신의 일종으로 인간의 의지로서는 항거하기 어려운 질병 같은 것이니 이것에 걸리는 것은 죄가 아니고 불행이다.


    대충 이런 식이었다. "헬레네의 변론"은 앞에 말한 대로 장난스런 논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피스트의 논의의 방법은 대체로 이러한 것이었다. 절대의 악도 없고 절대의 선도 없다.


    조금 입장을 달리하면 선은 악이 되고 악은 선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었다. 이것을 이용하여 그들은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소피스트가 논쟁에 강했던 것은 그들이 절대적인 것은 믿지 않고 이 세상사가 모두 상대적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피스트의 이름을 쓰면서 그 출신지를 들었던 것처럼 그들의 대부분은 외국 태생으로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고향을 버리고 아테네로 모여든 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여행하던 도중 많은 나라를 보고 풍속이나 관습이 나라에 따라 다른 것을 알고 있었다.


    "스파르타에서는 소녀가 체조를 하거나 속옷을 입지 않고 걸어다니는 것을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오니아에서는 그것을 보기 흉하다고 생각한다"...


    "마케도니아에서는 딸은 연애를 해도, 남자를 사귀어도 좋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양쪽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맛사게타이인에게는 부모를 죽여서 먹는 것이 자식의 뱃속에 장례지내는 것이므로 가장 훌륭한 장례방식이지만 그리스에서는 그러한 수치스럽고 무서운 일을 하면 국외로 추방되어 처참한 죽음을 당한다"...


    이러한 것들을 수없이 늘어놓고 나서, "모든 사람이 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아놓고 거기서 각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취한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널리 각지를 여행한 헤로도투스도 갖고 있었고, 그의 [역사]에는 나라에 따라 풍습이 다르며 어떤 곳에서는 좋은 것도 다른 곳에서는 나쁘다고 하는 것이 빈번히 이야기되고 있다.


    각지의 관습을 널리 알아 절대선도 악도 없음을 깨달은 소피스트들에게는 검은 것을 흰 것으로, 흰 것을 검은 것으로 갈아치우는 것도 용이했던 것이다.


    ###


    이상은 펌글입니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소피스트들은 상대주의로 절대주의를 공격합니다. 진리는 절대주의입니다. 상대주의는 관점을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관점을 이동시키는 즉 진리의 배반입니다. 관점을 움직이면 소실점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요즘도 문화 상대주의 따위로 헛소리 지껄이는 사람 많죠. 그들은 종교적 절대주의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상대주의를 씁니다.


    상대주의 관점으로 종교의 절대주의를 공격하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다음 타겟은 진리의 절대주의입니다. 종교나 독재를 공격하는데 쓰는 상대주의로 진리의 절대주의를 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피스트라 하나 고르기아스의 헬레네를 위한 변명은 맞는 말입니다. 전쟁을 한 남자들이 잘못을 저질렀지 헬레네가 무슨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습니까? 


    구조론의 정답은 에너지가 있는 쪽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입니다. 전쟁에너지는 남자들의 팔뚝과 장딴지 근육에서 나온 것이지 여자의 미모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고르기아스의 변호가 말장난은 아니라는 말이죠.


    아리스토파네스에 의하면 소크라테스가 무엄하게도 제우스신을 부정하고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이유는 제우스신의 분노 때문이 아니라 공기의 소용돌이 때문이라고 과학적으로 말했다는 이유로 탄핵된 것입니다. 


    어쨌든 아리스토파네스에 의하면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은 모래판에 콤파스로 원을 그려놓고 기하학을 공부하는 등 수학과 자연과학을 연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감히 신에게 도전하는 불경죄가 되는 거죠.


    아리스토파네스야말로 자신의 재능만 믿고 소크라테스를 시기한 것입니다. 전형적인 수구꼴통의 행태. 아마 그에게는 제자가 찾아오지 앉았기 때문이겠죠.  

    


[레벨:5]msc

2014.04.08 (10:57:52)

상대주의,,,,,깊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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