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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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read 6852 vote 0 2010.07.15 (01:05:21)

오늘 차를 몰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누군가가 "바둑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듣는 느낌이 왔다. "그건 아닌데......"
근데 왜 아니지?

구조론에선 때때로 문장을 뒤바꿀 때 진실이 보인다고 말한다.
뒤집어보자.
"머리가 좋은 놈이 바둑을 잘 둔다"

그렇다. 바둑을 하면 머리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애당초 바둑머리가 있는 놈이 바둑을 배우면서 잘 두니까 계속 두고 또 둬서 고수가 되는 거고, 그 바둑머리란 것이 다른 여타의 지능과도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바둑을 잘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요는, 00를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라는 말은 좀 미심쩍은 소리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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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써 놓고 검색해서 기사를 보니 아니나다를까,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바둑 전문가들은 평균 12년 정도의 바둑 훈련기간을 거쳤으며, 이중 9명은 현재 프로기사로 활동 중이다......

확산텐서영상 분석 결과 바둑전문가 집단의 두뇌는 일반인들에 비해 구조적으로 대뇌 전두엽과 변연계, 그리고 대뇌 피질 하부를 구성하는 시상 등 다양한 영역들간 상호 연결성이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들 영역은 집중력과 작업 기억, 수행조절능력, 문제해결력 등의 인지기능 발휘에 매우 중요한 대뇌구조들인데, 이번 연구결과는 이런 구조들 간의 정보전달이 장기간 바둑훈련을 한 사람들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권준수 교수는 "바둑 전문가 집단에서 보이는 하부 측두엽 백질 영역의 발달은 하나의 기술을 장기간 수련한 `장인'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라며 "일반인들은 기억을 할 때 하나하나씩 기억이 저장되는데 비해, 전문가들은 패턴 자체를 통째로 측두엽에 담아놓고 저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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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2년의 바둑 훈련기간을 거칠 정도면, 애당초 바둑머리가 있는 놈이 하다보니 재밌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 계속 할 수 있었던 거다. 애당초 바둑판 위에서의 흑백돌이 낳는 패턴을 읽고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있어야 위의 12년의 훈련기간을 감당할 수 있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두뇌 구조의 변화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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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 써 놓고, 동렬님께 질문이오.

나는 "<두뇌의 타고난 결함이 있지 않은 한> <머리가 나쁜 사람>은 없다."라고 보고 있소. 
왜냐하면, 사람마다 어떤 특정 상황에서 패턴을 읽고 반응하는데 보이는 집중력(지능)이 발휘되는 분야가 조금씩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오. 
즉, 학창시절 공부는 못해도 연애는 열심히, 그리고 잘 하는 놈이면 <연애지능>이 높은 놈
뭐 이런 식으로 한 개인에게 나타나는 지능은 단순히 아이큐검사나 수능시험으로 판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잣대를 들이대 보아야 하는 문제로 보고 있소. 우리가 다양한 잣대를 들이댈 수록, 어떤 분야에선 지능이 떨어지는 놈이, 또 다른 분야에선 지능이 높게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오. 

뭐, 다중지능이란 개념도 있으니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지능들이 준독립적인 모듈, 예를 들면 대인지능, 산술지능, 공간지각지능, 운동지능 등 다양한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치더라도, 이러한 모듈들이 분리되기 이전의 지능, 즉 다중지능의 상부구조인 지능은 과연 어떤 지능일까 하는 것이오. 

"지능의 지능은 무엇인가?"
굳이 나의 의문을 요약하자면 위와 같은 질문이 될 것 같소. 
아, 그리고 지능엔 크게 볼 때 두 가지 종류의 지능
"연역적 지능"과 "귀납적 지능"이 있다고 보는데, 연역적 지능은 소뇌, 귀납적 지능은 대뇌 뭐 이렇게 구분하는 게 맞소?

 암튼, 동렬님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생각도 듣고 싶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의명

2010.07.15 (01:54:22)

"정신일도 하사불성" 쯤 이구먼이요. 돈오 점수든가.
 뭐 "머리"와 "좋다"라는 것도 수상쩍구.
한 이 만 번쯤은 반복시행해야 알아처먹는 내 신경구조(주로 운동신경)를 볼라치면
울화가 치밀고 억울하구먼요.머리 존나게 나쁘단 소리도 득꾸.
그래서 그런지
연주를 기가막히게 잘 하는 놈 보단 작곡한 놈이 귀여워 보이는 요새.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07.15 (02:33:03)

나는 지식을 지성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하오. 지식인은 지성인이 평생을 공들여 낳아낸 지식을 활용하는 기술자에 불과함으로 지식인은 하부구조, 지성인은 상부구조라고 보오. 예컨대, 작곡자는 지성인이고, 연주자는 지식인으로 비교할 수 있겠소.

세상 모든 (정상적인) 사람들의 지능의 총 량은 같다라고 가정하였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창의, 표현하는 지능과 외부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지능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오. 그리하여 특정 지능 높게 나오는 소수를 천재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지능을 단편적으로 바라본 게 아닐까 생각하오. 즉, 전체 에너지의 량은 같은데, 그 안에서의 밸런스의 차이로 사람의 기능에서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얘기.

하지만, 지능의 총량은 같다는 명제는 옳지 않소. 공동지성으로 공유하고 창의하는 쪽이 결국 지능이 높은 것이고, 공동지성은 처음부터 그 유전자가 있다는 것. 그 씨앗이 있었다는 것. 노무현과 이명박은 그 인종부터가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처럼... 요컨대, 이것은 지능(에너지)의 량의 차이가 있었다는 얘기. 

창의력있는 지능 따로 있고, 공부 잘하는 지능 따로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성 에너지가 창의로 낳아내는 것. 지성은 이미 나온 지식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자연과 나의 관계설정을 하는 능력. 자연의 활용도가 높을 수록 비례하여 그 사람의 지능이 높은 것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노매드

2010.07.15 (02:35:07)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머리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듣고 살았고, 특히 수학, 과학에 뛰어 났소.

그런데, 바둑은 영 소질이 보이지 않았소.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수 두수 그 절차를 계산하는 것이 영 귀찮고 잘 되지가 않았소. 참고로 본햏은 암산 역시 대단히 느리고 못하오.

본햏 역시 바둑하면 머리가 좋아 진다는 뉴스를 듣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소. 바둑을 잘하는 사람은 바둑을 하는 머리가 발달된 것이 아닌가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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