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현강
read 1111 vote 0 2020.08.05 (21:01:41)

이금재 님의 예전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에 도움받은 바가 있어서 적어봅니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진술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진술은 어떠한 전제로부터의 진술인가요? 흔히 지목되는 전제는 사건의 온전한 원인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정보라는 외력과 (나라는 균일한)관점의 만남이 우리가 의식하는 진술부의 바로 위 상부구조입니다. 어떠한 량적인 정보는 우리의 뇌 안에서 관점이라는 필터를 거쳐 정제됩니다.

그리고 뇌는 뇌내 사건을 통하여 다시금 의식으로 량을 내뱉습니다. 보통 우리의 의식은 이 녀석을 보고서 사건의 결과라고 부릅니다. 뇌외 사건으로부터 이어진 뇌내 사건의 량을 보고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정보를 습득하더라도 진술부터가 달라집니다. 누구는 사과가 떨어졌다고 하고 누구는 사과가 떨어진 걸로 보였다고 진술합니다.

심지어 누구는 사과와 지면이 자리바꿈을 한 것으로 보였다고 진술합니다. 제 1사건이 객관적인 원인이라면 이어지는 제2사건(관측)의 원인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고 최종적으로 제2사건의 결과는 우리가 의식하는 진술입니다.

혹은 제1사건을 퉁쳐서 상부구조, 제2사건인 관측을 퉁쳐서 하부구조, 관측의 결과를 전체 사건의 결과(량)으로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제는 전제의 전제에 의하여 바뀔 수 있습니다.

예전 이금재님 글 중 한 예시인 감기 및 미세먼지와 기침의 관계를 인용해보겠습니다. 감기로 인한 기침과 미세먼지로 인한 기침은 엄밀히는 그 내용이 다를 겁니다.

다만 관측자인 우리는 그걸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기침으로만 '인식'할 수 있죠. 이 때 우리는 우리의 관점 내에서 기침의 원인일 후보들을 지목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건 우리 관점(인식)의 한계입니다. 우리가 하필이면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기침이 진술부가 된 것이죠. 우리가 보지 않고 대신 침방울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면 진술부는 달라질 겁니다.

한번 정도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전제 내에서 진술이 낳아지는 건 맞습니다. 다만 우리 관점 혹은 인식의 한계 상 진술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기침의 원인을 감기랑 미세먼지 둘로 지목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본 기침의 상세한 종류를 우리가 감별하지 못한다는 것을 내포합니다.

전제와 진술은 1대1 대응이 맞습니다. 다만 우리가 서로 다른 진술을 감별하지 못하는 만큼 그에 비례하여 전제 역시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번엔 예시를 바꿔서 만약 우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지 않고 다른 관측을 했다면요? 예컨대 우리가 슬라임이고 우리 머리 위에 떨어진 사과가 우리를 통과하여 지면에 가라앉았다면요?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도 사과와 우리가 자리를 바꿨다고 진술했을 겁니다. 우리가 슬라임이 아니라서 만유인력이 늦게 발견된 것입니다.

관점과 진술은 일대일 대응합니다. 진술을 바꿀 수 있다면 그만큼 관점을 바꿀 수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동렬님도 예전에 진술부를 '~인 것으로 치자'라고 바꾸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 겁니다.

우리가 사건의 원인에 온전히 다가서는 방법은 최대로 다양한 슬라임이 되는 것입니다. 진술을 바꾸면 관점이 바뀌며 관점이 바뀌면 관점이 맞이하는 원본 사건과의 만남이 바뀝니다.

그러면 결국 연결되는 원본 사건 역시 재정의 되는 셈입니다. 관점은 그래봤자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관점과 상정할 수 없는(혹은 은연중에 사용하고도 간과하는) 관점만 있으므로 그 총합은 모집단 1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1070
2016 핵융합 이터 설계 아나키(÷) 2020-07-28 1311
2015 생명로드51 - 후원을 희망합니다 image 수원나그네 2019-12-20 1311
2014 판구조를 읽자. 1 systema 2019-07-06 1313
2013 생산력은 권력의 생산규모이다. 2 현강 2020-01-12 1316
2012 이번 주 구조론 모임은 취소 되었습니다. image 오리 2020-09-02 1317
2011 에너지와 통제 1 systema 2018-11-14 1318
2010 생명탈핵실크로드 24 [미디어오늘] 영광원전을 감시하는 시민들 수원나그네 2018-03-25 1319
2009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systema 2019-07-27 1319
2008 구조론 목요모임(홍대입구역 ,강남역 아님) image 오리 2020-07-09 1321
2007 두 개의 반지 image 1 현강 2020-08-26 1322
2006 맞대응의 원리 systema 2020-01-27 1323
2005 그리운 사람! 내면화된 사랑 - <노무현> 아란도 2020-05-23 1324
2004 일본의 에너지 고립. image 아나키(÷) 2020-07-08 1324
2003 소강,대동,그리고 검색의 즐거움. 아제 2020-08-06 1327
2002 생명로드 31 - 한반도는 이미 탈원전시대 수원나그네 2018-12-06 1329
2001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국제소송 준비토론회 image 수원나그네 2018-12-03 1330
2000 세상은 프로세스 1 systema 2020-06-19 1330
1999 사건을 반영하는 언어 systema 2019-11-11 1333
1998 생명로드 38 - The Second Schedule (2019 July~ 2020 Aug) image 수원나그네 2019-04-12 1333
1997 서울역 목요 모임(마스크 필수) image 오리 2020-09-16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