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다음
read 2266 vote 0 2021.03.01 (04:15:11)

어렸을 적 한창 철학적 생각을 하던 때였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하는가? 당시에 나는 생존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외부에 의해 급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인류의 리스크를 줄여서 내가 급사할 확률을 줄이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는 황당한 것이다. 생존이 목적이라면 생존주의 서적부터 사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러기는 싫었다. 어쨌든 나는 당시에 이 논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가 당장 사는 것과 인류의 문제든 우주의 문제든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결국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그 결론은 형식적이다. 그렇지마는 생존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했다면 의미있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3.01 (10:26:06)

거북이는 평생 등껍질을 벗을 수 없고

물고기는 평생 물을 떠날  수 없고

인간은 주어진 팔자대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생존이 목적이 된다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절대 벗어던질수 없는 거북이 등껍질은 진보입니다.

인간을 피곤하게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는 것은 계절의 변화이고 환경의 변화입니다.

계절이 없는 곳으로 갈수도 없고 변화가 없는 곳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내가 가만 있어도 계속 게임을 걸어오는 데는 당해낼 장사가 없습니다.

게임을 이기거나 게임에 지고 투덜대거나 뿐입니다.

게임에 이기는 방법은 파도가 오는 것을 예측하고 파도를 타고 넘는 것입니다.

그게 진보라는 거지요.

입시든 취업이든 결혼이든 사업이든 게임입니다.

내가 게임을 걸지 않아도 상대가 지분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내가 게임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내가 게임의 주최측이 되어 워터 해저드와 벙커를 곳곳에 배치해 놓는 것입니다.

세상이 변화라면 내가 변화를 설계하고

세상이 게임이라면 내가 게임을 설계하고 

세상이 운명이라면 내가 운명을 설계하고

그것만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나머지는 죄다 허당.

내가 성공했네 출세했네 마누라가 예쁘네 자식이 서울대 붙었네 해봤자

누가 물어봤냐고? 

인생은 죽거나 아니면 이기거나.

죽거나 아니면 게임을 갈아타거나.

죽거나 아니면 게임을 설계하거나.

생존이 기준이 된다면  이미 남의 게임에 선수로 뛰는 것입니다.

어차피 그건 내 게임이 아닙니다.

죽음을 두려워 하는 호르몬은 유전자가 준 것이지 내가 발명한게 아니거든요.

신이 나를 경기장에 몰아넣으면서 씌워준 굴레이자 핸디캡.

검투사처럼 관중을 위해 싸워야 한다면 그게 비극.

자유를 얻은 검투사들이 맨 먼저  했던 짓은 로마인을 잡아다가 검투경기를 시킨 것.

이 게임을 탈출하는 방법은 다른 게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경기장에 가두고 튀는 것 뿐이라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0729
1995 언어의 의미란 무엇인가? 1 김동렬 2016-10-01 7319
1994 붉은 수수밭 image 김동렬 2013-10-23 7301
1993 혈액형 삼국지 image 2 김동렬 2013-02-09 7299
1992 최악의 디자인 제네시스 image 3 김동렬 2013-11-14 7277
1991 남극빙어와 진화 4 다원이 2009-04-14 7274
1990 질문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image 24 김동렬 2013-01-11 7268
1989 척력. 2 아제 2010-07-14 7249
1988 바둑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3 오세 2010-07-15 7241
1987 비움과 채움의 균형잡기 image 3 ahmoo 2009-05-14 7227
1986 서정윤 시인은 왜 망가졌을까? 3 김동렬 2013-11-20 7219
1985 안녕하십니까? 감히 요청드립니다. 20 나투나 2010-07-21 7214
1984 구조론적 언어진화론의 가능성 4 LPET 2009-11-15 7202
1983 같다와 다르다. 2 아제 2010-07-28 7191
1982 MSG는 유해한가? 9 김동렬 2013-03-04 7166
1981 격투기에 관한 구조론적 해석 image 2 양을 쫓는 모험 2011-10-02 7166
1980 라운키에르 식물 생활형 분류 챠우 2015-01-14 7146
1979 생물의 진화 image 5 김동렬 2013-11-12 7132
1978 한글의 과학성 김동렬 2012-10-30 7131
1977 김동렬님께 질문이 1 나그네 2008-01-26 7120
1976 깨달음을 그리다 영번역 두 번째 image 15 ahmoo 2010-01-18 7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