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눈으로 들어온 빛의 정보를 시상세포가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한다. 뇌는 각 정보들을 조합해서 이미지를 만든다. 이는 의식 이전 단계이다. 그리고 이미지에 주목하는 것부터가 의식이다.

눈에 들어온 빛이 원본이라면 우리가 주목해 의식한 시각정보는 이미 복제본이다. 사실 눈에 들어온 빛도 어딘가에 반사되었을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무언가의 복제본이긴 하다.

우리는 언제나 정제된 이미지만을 의식할 수 있을 뿐인데 정제되기 전 정보를 어떻게 추론할 수 있을까? '정제'라는 메커니즘을 알면된다. 소 눈을 해부하거나 색맹 혹은 외눈 등 조건을 제한하는 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굳이 뇌과학까지 가지 않도라도 지금 보고 있는 모니터에 대하여 그 주변부로 초점을 맞추는 것 자체가 해부이다. 초점을 바꾸니 뚜렷이 흐릿해지고 흐릿이 뚜렷해진다?

벌써 메커니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연결된 관계 자체에 주목하면 해부를 하지 않고도 속사정을 추론할 수 있다. 반대로 대상에만 정보라는 대상에만 집중하면 해부를 하고서도 건질 게 없다.

인간이 우주의 순수한 정보를 습득할 수 없다는 좌절은 이러한 발상에서 나온다. 사실 한 단위 관측에서 가리켜지는 상부구조 측이 '순수'라는 말로 대신된 거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와의 연결에 주목해야 한다. 원본 정보는 이미 복제본으로 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원본과 복제본의 라인은 여전히 살아있다.

어차피 원본에는 원본이 없으니 이런 식이면 순수에 닿을 수 없다. 사실 순수는 메커니즘 그 자체라는 걸 받아들이면 정보에 대하여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추적가능하다.

실제로 우리는 두 눈의 초점을 나란히 일치시키는 방법으로 원하는 정보에 선별적으로 닿을 수 있다. 두 눈이 주는 정보 중 하나를 끊음으로서 원근감이라는 보다 순수한 정보를 얻는다.

원본은 원본만으론 아무것도 아니다. 원본은 관측자에게 복제본과 복제되었다는 사실을 함께 전달한다. 복제본이라는 정보와 복제되었다는 정보 중 하나를 끊음으로서 원본을 추론할 수 있다.

복제라는 일은 훼손만을 뜻하진 않는다. 주고받기를 통하여 관계가 변경됨을 의미한다. 3과 2 혹은 4와 1중 어느 한 쪽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5라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엔트로피에 좌절하지만 그 좌절도 엔트로피 덕분에 할 수 있었다. 복제본이라는 정보와 그에 대한 좌절이라는 정보를 두고 초점을 맞추면 원본을 추론할 수 있다.

엔트로피를 당할 수 있으므로 당한 만큼 엔트로피를 써먹을 수 있다. 다만 한 단위 안에서는 비가역이므로 내 밑으로 새롭게 한 단위를 개설하는 수 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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