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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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6]id: 르페르페
read 5200 vote 0 2009.01.16 (01:22:13)

구조론에서 발견한 이 문장을 읽으면서 매우 뻑적지근함을 느꼈다. 성격을 논할 때도 외향적이냐 내향
적이냐가 먼저 판단되고 그 후에 다양한 개성이 드러나듯이, 직관력은 논리분석과는 달리 찰나의 시간
에 순간판단을 요하기 때문에 흑백 2분법적이다. 따라서 옳다/그르다, 같다/다르다, 선하다/악하다, 
강하다/약하다 같이 많은 직관이 널리 쉽게 사용되고 있다.

허전함과 뻑적지근함이란 저기압과 고기압, 저밀도와 고밀도를 말한다. 에너지와 정보의 방향성은 
늘 높은 질서에서 낮은 질서로 흐르는데,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서 무질서도가 커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생명체나 항성, 기계같은 닫힌계(실
제로는 열려있지만)에서의 몇몇 예외적인 상황이 있다. 물론 생명체나 별, 기계따위의 일시적인 
가역현상은 주변 에너지의 급격한 비가역적 낭비를 일으키고 있지만, 에너지의 낭비를 훨씬 초과
하는 정보를 산출함으로써 우주전체의 질서도(밀도)는 증가한다.

즉, 우주는 뻑적지근하기 위해서 비어있는 것이다. 텅 빈 우주에 뻑적지근한 것들이 드문드문 존재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존재는 가장 뻑뻑하다. 이미 인간 한 명이 태양계 하나 정도는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물리력과 정보력이 집적되어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한 싸이클을 이루는 생명체나 기계의 작용에서, 비가역 싸이클의 효율이 가역 싸이클의 효율보다 
항상 작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에너지와 정보의 총량에서, 저절로 되어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데에서 얻을 수 있는 효율은 무언가를 시도함으로써 얻는 실행효율을 절대로 넘어설 수 없다는 
뜻이다. 즉, 무위는 위보다 가볍다.

그래서 허전한 것 보다 뻑적지근함에 이끌리는 것이다. 공은 배경이고 색은 그 배경에 칠해지는 색깔
이다. 공이 무대라면 색은 무대에서 움직이는 배우다. 공이 삶이면 색은 삶의 엑기스, 스토리다. 하지
않기 위해 하는게 아니라, 하기 위해서 하지않는 것이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뽑아내는 것이지 질서에서 
무질서를 뽑아내는게 아니다. 질서에서 무질서로의 이행은 효율이 낮아서 일을 할수가 없다. 엔트로피의 
변화가 0에 수렴된, 즉 완전한 열평형과 절대온도(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에서는 
일도 완전히 멈춘다.

일은, 계 주변의 엄청난 낭비(무질서)를 무릅쓰고 높은 질서로 가역한 뒤에, 에너지와 정보를 출력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열(일)은 뜨거운 쪽(높은질서)에서 차가운 쪽(낮은질서)으로 전달될 뿐, 그 반대는 
없기 때문이다. 즉, 일을 하려면 먼저 밀도를, 질서도를 높여야 한다.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09.01.16 (07:29:23)

그래서 시물레이션 초기에 질서도를 높여주고 시작하는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1.16 (10:30:04)

우주는 빈틈없이 꽉 차 있소. 그것은 물질 이전의 존재이므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더 이상 찰 수 없으면 속도를 높이게 되는데 그러면 조금 더 채워넣을 수 있소. 입방체에 공기분자가 백일 때 가속시켜주면 저기압으로 변해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오. 그래서 더욱 속도를 올리는데 광속 이상으로 가속하면 상대성 원리에 따라 물질이 생겨나고, 물질이 생겨나면 주변에 블랙홀같은 것이 생겨서 텅 비어버리오. 그러면 빈 곳이 있으니 일제히 그쪽으로 몰려드는데 그래서 별이 생겨난 것이오. 이건 대충 시나리오로 실제로는 이와 다르다 할지라도 어떤 흐름은 이와 비슷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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