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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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6176 vote 0 2009.04.30 (21:20:44)

노무현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우리도 아직 할 일이 많다.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으로 출두했다. 언론에 의하면 방탄기능이 있는 버스를 타고, 길게 늘어선 경호차량과 함께 서울로 향했단다. 울분이 터지는가? 옳다. 죄가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그것이 노무현이건 이명박이건 죄 값을 치뤄야 할 것이다. 때문에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사차 검찰청에 들어가든, 어쩌든 울지 않는다.

유시민이 옳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검찰에서 바로 기소를 해도 될 일을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언론에 흘리거나, 오늘처럼 대단한 정치적인 잇슈를 만들어가는 것, 재보궐선거 전에 소환해서 벌어질 정치적인 역풍을 피하기 위하여 소환일정을 선거직후로 잡은 것은 법조인의 자세가 아니라 정치인의 속된 계산일 뿐이다.

맞다. 이것은 하나의 쇼에 불과하다. 이명박이 연출한 쇼인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것은 또한 양날의 검인 것이다. 이명박의 쇼이기도 하지만 노무현의 쇼이기도 한 것이다. 이명박은 "자! 봐라! 이것이 너희가 신봉하던 도덕성의 실체란 말이다!"를 보여주었다면, 노무현은 말없이 십자가를 등에지고 걷고 또 걸어서 서울까지 온 것이다. 그 장면을 온 나라 사람들이 본 것이다.

대검찰청에 들어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은 당당하고 밝아보였다. 그것이 십자가를 등에 지고온 사람의 표정이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갔지만, 결국 로마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종교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은 대검찰청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바보노무현이었던 것이다.

누구에 의하여 강요당하지 않고, 자기의 시스템에 의하여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가 않다. 이명박은 우리에게 어떤 생각을 강요하기 위해서 이런 꺼리를 만든것이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노무현은 그 우직한 바보노무현의 모습으로 이명박에 맞선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이 수감자 노무현이 되건, 봉하마을 노무현이 되건 그건 상관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지금도 그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 스스로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단 한번도 삶을 선택한 적이 없다. 선택했다고 해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왕자가 거지를 선택하고, 거지가 왕자를 선택하는 것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은 내가아는 삶을 선택한 유일한 사람이다. 시대의 요구를 들었고, 역사에서의 포지션을 잡았다. 역사는 그에게 맨 처음부터 십자가를 등에 져야 한다고 했고, 그는 그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인류가 진보하려면, 노무현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라도 그 역할을 해야만 했을 것이고, 지금이 아니라 100년후에, 혹은 1000년후에 그런 사람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은 언제나 완전성에 도전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풀려고 든다. 역사는 '사람들은 많아지면 문제는 생겨나고, 누군가가 나타나 문제를 푸는것'의 연속이었다. 공룡의 진화라던가, 돼지 유전자의 변화를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개혁세력이 진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다. 사람들은 인생이 짧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들이 인생이 길어서 역사안에서 자신이 영향을 받거나, 혹은 역사속에 자신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결코 그렇게 멍청한 선택을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과제보다는 초고층 아파트가 가깝고, 민족통일보다는 주식대박이 가깝다고, 개혁은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며, 민족통일은 그리 쉽게 되는게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역사속에 숨쉬고 있지 않은가?

노무현의 할 일은 조사 받으라고 하면, 조사 받는 것이 할 일이고, 봉하마을로 돌아가라면, 가는 것이 할 일이고, 징역살라면 징역사는 것이 할 일이다. 아직 역사속에서 그가 할 더 많은 일 중에 작은 일부분일 뿐이고, 그는 언젠가 죽어서도 할 일이 더 많은 것이다. 노무현은 그런 포지션에 있었다. 나는 역사속에서 어떤 포지션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은 어디로 갈 것인가?

 

 


[레벨:15]르페

2009.05.01 (08:23:30)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니, 투사답게 모양새는 거칠지만 역시 노무현다운 포즈라고 생각했소.
본심을 감춘채 봉하마을에서 태연하게 텃밭을 가꾸던 농부 노무현이 그라운드에 뛰어든거요.
떨거쥐들이 노무현의 등을 억세게 떠밀어주는 수고를 보태줌으로써,
잠자던 노무현 세력이 일시에 눈을 뜨는 사태를 초래하는구려.
나같으면 절대로 잠든 노무현을 깨우진 않고 주변 측근이나 건드리며 봉하에 묶어놓았을거요.
지금 백만명의 한국인들이 동시에 분노하고 있소.
바보 노무현을 구하기 위해 노사모, 논객, 눈팅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소.
크게 한 판 벌어질 태세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4]id: 굿길굿길

2009.05.01 (09:57:14)

나중 일이 겁나지 않은가 보오.. 움츠릴 만큼 움츠려 보는거지요..당장엔 어렵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일대사건이 일어날 터..^^*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09.05.01 (10:26:31)

명박이 퇴임 후 녹색운동을 하고 싶다했다 하오.  레임덕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지 싶소.
[레벨:15]르페

2009.05.01 (12:04:08)

스스로 오염 물질임을 자백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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