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read 1606 vote 0 2020.05.07 (10:05:05)

판데믹이 세계인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혹독한 시련이 아닐 수 없다. 오만한 인간의 일상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한편 우리나라의 위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우리가 알던 선진국,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던 초인류국가들과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추켜세우고 있다. 세계가 우리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앞다투고 있는 광경을 보면 2류국가가 가진 오래된 열등감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한파 미래학자인 하와이대 짐 데이터(87세) 교수는 한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높게 평가한다. “한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계 많은 국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고 하였다.

 

동쪽 끝 희미하게 반짝이며 눈에 띄지 않던 작은 나라가 세계사에 본격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우리의 국가 시스템이 매우 잘 조율되어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위기 속에서 빛나는 정부의 대응 능력이 놀랍고 필요한 것을 신속하게 생산해낼 수 있는 제조 역량이 놀랍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랍다. 우리는 극단적인 봉쇄나 입국금지 없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뛰어난 시민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신천지 같은 슈퍼전파자가 나와 확진이 1만명대까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판데믹을 진정시켰다는 점이 돋보인다.

 

유능한 정부와 잘 작동하는 생산 기반과 함께 세계속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은 성숙한 시민사회의 역량이다. 민주주의란 팀플레이다. 시민의 역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우리가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방식을 보면 신뢰를 바탕으로 뛰어난 팀플레이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사령관의 책임을 다 하였으며 시민들은 각성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였다.

 

이는 우리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싸워서 이뤄낸 우리의 '민주주의'의 역량 덕이다. 수백만이 광장에서 권력을 교체할 때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았으며 시민들은 끝까지 품위를 지켜냈다.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빛나는 성취다. 개발시대에는 권력자와 엘리트의 유능함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어느새 우리가 인류의 앞길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제는 민주주의를 더욱 정련시킬 수 있는 시민 세력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운다는 것은 시민사회의 의사결정 역량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생활 전반에 시민사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깨어난 시민들이 연대하는 방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한국의 방역 모델이 세계 방역의 표준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시민사회의 작동 방식은 분명 세계인의 귀감이 될 것이다.

 

사회주택과 같이 수요자가 주체가 되고 더 나아가 이들이 함께 사는 생활의 방식을 만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저 주택이라는 필요를 충족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고 생활의 과정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 생활 전반에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실험들이 열띠게 펼쳐질 것을 기대해본다.

 

정권을 교체하고 정치인을 뽑는데만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스며들 때 더욱 진보된 민주주의가 탄생한다.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의사결정의 세련된 과정을 디자인하는 일은 지금까지 한류를 넘어서는 새로운 한류를 세계에 유행시킬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20.05.07 (10:58:02)

명문입니다~
K- Demo 가 유행하려나~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5.08 (05:25:45)

한류의 끝판왕... K-Demo !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1004
2056 에디슨의 명언 image 5 김동렬 2013-12-12 8581
2055 [re] 질문있습니다 ^^ 2 김동렬 2006-05-06 8581
2054 범어와 한국어의 유사성 image 3 김동렬 2014-03-18 8577
2053 흑인이 백인처럼 문명을 발달시키지 못한 이유 10 김동렬 2017-08-14 8573
2052 콜럼버스의 달걀 image 2 양을 쫓는 모험 2010-12-26 8529
2051 거북선의 진실 image 3 김동렬 2015-10-17 8528
2050 문제란 무엇인가? image 6 양을 쫓는 모험 2010-07-16 8508
2049 두더지의 눈 image 1 김동렬 2012-01-04 8490
2048 [re] 문명과 대중 그리고 지식 1 김동렬 2006-03-01 8480
2047 나쁜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라피(1996-2009) image 11 양을 쫓는 모험 2009-11-28 8443
2046 결혼의 조건 image 5 양을 쫓는 모험 2010-06-12 8422
2045 징병제가 낫다. 1 양을 쫓는 모험 2009-06-16 8406
2044 팬택과 노키아가 망한 이유 3 챠우 2014-11-30 8404
2043 구조론으로 본 영어 어원(엑셀파일로 정리함) 1 오세 2010-05-16 8375
2042 6천년 전에 세워진 아일랜드 고인돌 image 2 김동렬 2011-05-25 8367
2041 스티브 잡스의 아이콘 image 4 양을 쫓는 모험 2010-06-22 8361
2040 혈액형과 인류구조관점 4 지여 2010-10-31 8310
2039 전치사 혼 안 내기 image 4 김동렬 2015-10-15 8301
2038 구조론 문제.. 모하비의 그릴 image 44 김동렬 2012-12-25 8297
2037 글 잘 쓰는 방법 7 김동렬 2013-10-11 8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