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read 1168 vote 1 2020.08.19 (11:02:38)

 
저출산 고령화로 지방 중소도시 거주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지방 소멸(Local extinction)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방 인구가 감소해 도시 기능이 마비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지방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아이 우는 소리는 점차 사라지고 오히려 빈집이 하나둘 늘어나는데도 향촌의 텃세문제와 소통이 안되는 내부 갈등도 만만찮다.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85곳이 소멸 위험지역라고 한다. 30년 안에 시군구의 37%, 읍면동의 40%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짧은 기간에 인구가 절반 이하가 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세수가 줄어 공공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어 파산하고 만다. 2013년에 파산한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람과 인프라와 재정을 지방으로 보내는 균형발전보다 더 큰 구상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추세가 심화되고 코로나19 이후 대두되는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더욱 부추킬 것이다.
 
우리나라 총생산GDP에서 농업생산은 1%에 못미친다. 문제는 농업생산을 책임지는 인구가 과도하게 고령화되고 있어 농업생산의 전망이 더욱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농촌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보존할 수 없게 되었다. 보조금에 의지해 농촌과 농업을 유지하려고 애쓰기보다 젊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지방소멸 시대에 농촌은 독자적으로는 결코 존립할 수 없다. 방치된 빈집이 늘어갈 것이고, 경작지는 활용율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 전체가 하나의 도시국가라고 할 수 있다. 시골이나 농촌이 여전히 큰 기능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도시 중심의 국가 체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시각을 세계 단위로 넓힐 때 더욱 그렇다. 과거에 우리는 식량주권을 잃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래서인지 농촌 보존 문제는 여전히 무척 민감한 주제다. 그러나 이제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점차 중요해지고, 또 우리가 국가간 협력체계를 주도해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보다 훨씬 더 농업 생산성이 좋은 나라를 통해 농산물을 수입하며, 대신 그 나라에 건축물을 지어주거나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팔 수 있다.
 
우리가 잘 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에 맞도록 사회체제를 재편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K-Pop K-Drama K-Movie K-Fashion과 같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김구선생이 예언한 문화로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그러한 나라의 비전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농촌은 보존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더 접근가능하게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고, 업무에 지친 도시인들이 마음껏 쉴 수 있는 '정원'과 같은 곳이라면 좋을 것이다.
 
교통이 발달해 지방 곳곳까지 접근성이 좋아질 수록 전국토가 정원화될 것이다. 거기다가 점차 주 4일제가 도입되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지방은 도시의 배후지 혹은 도시의 새로운 확장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지역 곳곳을 찾는 발걸음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경기도는 동네 애물단지로 방치된 빈집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빈집을 매입해 저소득층,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거나 청년 거점공간, 공동육아시설 등으로 조성함으로써 경기도형 빈집 활용모델을 발굴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는 빈집을 넘어 방치되고 소멸될 위기의 지역에 대한 비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




제민포럼 원문보기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1271
2097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image 3 냥모 2013-02-11 9876
2096 삼국지의 비애 image 3 김동렬 2014-10-02 9851
2095 고수와 하수 김동렬 2006-03-02 9848
2094 직업이란 무엇인가 - 허무한 스펙 쌓기에 빠지지 마시라 2 ░담 2010-08-27 9799
2093 남북전쟁이 일어난 이유 image 4 김동렬 2013-03-28 9767
2092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image 12 김동렬 2013-11-24 9765
2091 후성유전학: 유전자가 변화한다고라? 2 오세 2009-12-07 9735
2090 타짜 아니면 호구 image 1 양을 쫓는 모험 2010-08-16 9653
2089 질문 - 마찰열에 의해 불이 붙는 이유는? 10 김동렬 2013-01-27 9627
2088 이중구속, 엄마의 의도는? 22 김동렬 2013-09-08 9575
2087 아랍어는 왜 거꾸로 쓸까? image 김동렬 2016-04-21 9509
2086 카스트 제도 비극의 원인은? 22 김동렬 2013-08-04 9476
2085 돈과 시간의 방정식 image 4 양을 쫓는 모험 2010-03-12 9473
2084 중력에 대한 새로운 이론 image 7 김동렬 2010-07-14 9466
2083 혈액형별 유명 운동선수 비율 image 4 김동렬 2012-04-03 9422
2082 화내는 습관 고쳐질까? 24 김동렬 2013-10-30 9345
2081 의견을 구하오. image 52 김동렬 2013-02-03 9272
2080 문명과 대중 그리고 지식 송파노을 2006-03-01 9211
2079 전기로 물을 염색해보려고 해요... 강도 2006-05-17 9196
2078 굿을 어떻게 이해할수 있을까요? 1 프로메테우스 2006-03-19 9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