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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5317 vote 0 2010.03.02 (12:30:37)

2년 전 이던가? MBC 무릎팍도사에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발레리나 강수진氏 편을 총 2회에 걸쳐서 방영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과 영광, 부상으로 인한 절망과, 다시 희망을 얻어 재기하는 과정이 단지 흥미를 넘어서 한 인간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우연히 케이블TV에서 재방송 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강수진氏 2부에 강수진氏의 남편인 툰치氏가 나와서 재치있게 대화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단번에 알았던 것은, 툰치 그 사람은 고수라는 것이다. 어떤면에서는 강수진보다 더 고수다. 강수진이 재기를 하고, 그의 삶이 아름답게 비행할 수 있는 그 에너지가 '툰치'라는 사람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짝이 되어 함께 수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원래 무릎팍도사 라는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게스트를 공격하면서 나오는 상황과 반응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게스트는 강호동으로부터 공격당하는 것이 일이다. 때문에 게스트가 애써 공격당하지 않으려고 하면, 프로그램에 재미가 없어진다. 이럴때, 건방진 도사(유세윤)과 올라이즈 밴드(우승민)이 되려 강호동을 공격하므로서 전체 힘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건도와 올뺀이 별로 하는 일이 없는 듯 해도, 사실은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때, 강호동과 게스트는 양 날이고, 건도와 올뺀은 축이다.)

하지만, 발레리나 강수진氏 편에서는 이런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유라면, 보통의 무릎팍도사에서는 강호동, 건도, 올뺀(MBC측) > 게스트 이렇게 수적으로 진행쪽이 더 많았지만, 독일에서는 강호동, 건도 = 강수진, 툰치 이렇게 수가 맞다보니 기존의 구조와 다르게 된 점이 있다. 또 하나는 강호동, 건도가 외국어와 외국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위축된 느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차치하고서라도, 프로그램 안에서 강호동과 유세윤은 툰치 한 사람을 당해내질 못했다. 사실상 툰치가 등장했을 때, 강수진은 통역자, 보조자 역할을 하였을 뿐이다. 뭐냐하면, 강호동의 공격성 질문에 툰치는 받아치지 않고, 질문자체를 뒤틀어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시청자가 예상하는 답변이 아닌 완전히 다른 종류의 답이 나오는 데에서 그 짜릿함이 있었다.

툰치氏가 구조론을 배우거나 연구할 리는 없겠지만, 내가 그가 고수라는 사실을 확신한 것은 그가 강수진씨의 마음을 얻는 과정에 관해서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알 수가 있었다. 


툰치1.JPG

 
툰치2.JPG

그녀를 보았고  > 그녀를 원했기에 >  내여자로 만들겠다고 결심 >  실행 > 성공


2년 전에 봤을 땐, 그냥 웃으며 지나갔는데, 다시보니까 이것은 완전하게 [접촉 - 인지 - 판단 - 행동 - 결과] 의 1사이클 인 것이다. 이것만 봐도 그가 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거쳐서 사람을 얻고, 행동하겠지만, 그런식의 사고를 하고, 단계를 나누어서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반적으로 사고와 행동을 나누어서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연역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툰치氏 는 늘 상위포지션에 있었다. 툰치氏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사실상 툰치가 프로그램의 룰을 만들고, 그를 중심으로 강호동과 유세윤, 강수진이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어떤 경우라도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 '깨달음' 이라는 말로 설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툰서방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구조론적 사고... 말이 좀 통할듯.

프로필 이미지 [레벨:5]기준님하

2010.03.03 (13:48:21)

재미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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