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팔 때마다 감가상각이 되는 다이아류 보석들에 왜 인간은 환장을 하는가? 더러는 다이아가 유리를 자를 때 쓴다고 하지만, 동렬님 말마따나 그 쓸모 때문에 다이아의 가치는 오히려 떨어진다. 미술관의 명화는 왜 가치가 있는가? 그게 현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어서? 전혀 아니다. 명화의 가치는 권력자가 그것을 수집할 때 형성된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다이아가 아니라 다이아를 보고 놀라는 친구들의 눈빛이다. 친구들은 왜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가? 그게 비싸기 때문이다. 신랑이 널 좀 많이 사랑하나봐? 그래 사랑받는 여자라서? 아니다. 돈있는 남자를 꼬셔서 얻은 권력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비싼 상품은 권력을 상징한다. 왜 하필 그것이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대개 희소하면 생긴다. 


미술관의 명화는 확실히 희소하다. 죽은 고흐를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흐 그림의 가치는 고흐 손에서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플래그다. 첫번째로 그것을 산 사람이 중요하다. 나같은 거지가 그걸 산다고 누가 따라 사겠나. 길에 굴러다니는 돌을 주워도 내가 주운 것과 유명 연예인이 주운 것은 다르다. 그런데 이왕이면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라야한다.


물론 고흐의 그림은 가치가 있다. 그런데 다이아의 가치를 알고 다이아를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명품의 가치를 알고 명품을 사는 놈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강남 논현동에 명품으로 떡칠을 하고 다니는 애기들을 보면, 그들이 미적 감각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쟤네들은 저 옷을 저렇게 밖에 매칭을 못하나? 그들이 과연 디자인을 아는가? 진짜 미를 아는 사람은 에너지로 옷을 입는다. 물론 옷 그 자체로는 에너지를 표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주변 맥락이 중요하다. 


개떼처럼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중간에서 나도 등산복을 입어봐야 내 옷은 가치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등산에 어울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그 옷을 입은 사람이 별볼일 없는 놈이라면? 의미없다. 최소 연예인이라도 되어야 어울리지 않는 옷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우성이라면 워스트드레서라도 상관이 없다. 그것은 권력이다. 권력이 없는 사람이 권력을 느끼려고 등산복을 입고 명품을 입는다. 좀 아는 사람이라면 웃길 따름.


비트코인의 가치는 크게 두 가지로 형성된다. 첫번째는 희소성이고, 두번째는 그럴듯함이다. 중요한 것은 두번째다. 어쨌든 비트코인은 인류를 낚았다. 구라를 치건 방구를 뀌건 대략 50억 즈음의 인류를 속이는데 성공했다. 비트코인 모르는 사람 거의 없잖아. 자신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보라. 안 나온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나오잖아. 사람들을 속이고, 그것으로 인간을 동원했다면 이것이 권력이다. 내가 여기저기 비트코인의 무쓸모성을 말해봤지만 사람들은 콧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물론 내가 권력이 없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논리적으로도 말했음에도 듣지 않는 것은 그들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모인 사람들을 보고 가치를 느낀다. 정확하게는 권력을 느낀다. 자산도 숫가락 좀 얹으려고 한다.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것의 가치는 올라간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한계가 있다. 먼저 먹는 놈이 더 큰 가치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더욱 환장하게 된다. 


나는 비트코인의 쓸모를 부정한다. 그러나 권력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에겐 사토시만큼 사람을 낚는 재주가 없기 때문이다. 그건 좀 부럽구만. 다이아몬드는 일종의 매개체다. 그것은 나를 권력과 연결시킨다. 물론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지만. 적어도 다른 돼지들한테는 먹힌다. 말이 좋아 자본주의지 실제로는 권력주의다. 자본주의는 사회의 수많은 권력을 용인한다. 그래서 자본주의에는 사기업이 존재한다. 반대로 공산주의에는 죄다 공기업뿐이다. 그렇다고 사기업의 권력을 방치하면 만용이다. 그들을 적절히 컨트롤 하려는 게 사회주의다. 남을 꼬실 수 있으면 권력이다. 그 권력이 나에게 덤비면 나도 맞받아쳐야 하는 거고. 


아직도 이탈리아 명품을 걸치는 사람이 있나? 그런데 있다. 분명히 있다. 그거 한물 간 거 아니냐? 이탈리아 명품이 명품이 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나름 혁신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유행과는 맞지 않다. 물론 최근에 변신에 성공했다고 하는 거 같다만. 한번 생긴 권력은 잘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간과한 것이다. 그것을 추종하는 사람이 죄다 죽기 전에는 유효하다. 인간의 학습이 그럴 수밖에 없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뱀의 다리는 퇴화했지만 여전히 흔적이 있는 것이다. 비싼 돈 주고 집에 걸어놓은 명품은 쉽게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사람이 죽고 태어나는 이유다. 어쩌랴, 그렇다는데.

Drop here!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5988
2155 세계일주를 앞두고.. 지난 8년의 결과물을 공유합니다. 1 강원닮아 2024-06-02 604
2154 장안생활 격주 목요 모임 image 3 오리 2024-02-14 612
2153 [사진포함] 함께 걸을까요! 조선일보처벌시민걷기대회 image 수원나그네 2024-03-11 629
2152 시민의회를 소개합니다. 수원나그네 2024-02-19 634
2151 두 가지 곱셈, 기수와 횟수 그리고 서수 chow 2024-04-14 638
2150 촛불동지께 image 수원나그네 2024-04-09 645
2149 chatGPT 옆그레이드 chow 2024-05-15 646
2148 나눗셈과 미분의 차이 chow 2024-04-14 651
2147 성품교육의 허상, 그냥 부모 니 인생이나 잘 살아라. 이상우 2024-05-17 667
2146 문제행동이 심한 학생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2 이상우 2024-04-24 676
2145 인간교육 systema 2024-03-01 716
2144 최병인 선생님 전시회 밀 image 5 김동렬 2024-05-13 731
2143 이제는 학교도 망하고 아이들도 망가진다. 이상우 2024-05-10 753
2142 나치 시절 나치에 반대하는 소수 독일인이 있었다면 무슨 정신으로 살아가야합니까 2 서단아 2024-04-30 821
2141 미분의 비밀 image chow 2024-04-12 824
2140 목요 정기 온 오프 모임 image 김동렬 2022-05-19 885
2139 가장 뛰어난 사람을 보고 그 나라를 판단해야 한다는데 20 서단아 2024-06-04 904
2138 장안생활 격주 목요 모임 image 오리 2024-01-31 911
2137 랜덤의 이유 chowchow 2022-05-18 941
2136 목요 정기 온 오프라인 모임 image 김동렬 2022-05-12 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