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read 1913 vote 0 2018.04.22 (23:24:59)

평소 삼봉을 좋아했다.


그는 거사를 염두에 두고 북쪽 변방에 주둔하고 있던 이성계의 마음을 움직이려,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막사를 방문했다.

교통이 불편하던 그 시절에 한양에서 때로는 남쪽지방에서 거기까지 오로지 설득만을 위해 발품을 팔았던 삼봉.

그 물리적인 거리에서 그의 열정이 감지된다.


대동여지도.jpg



그의 연표를 살펴보던 중 남양부사로 재직한 기간이 눈에 뜨였다.

고려말 조정을 휘어잡던 그가 어느날 자청해서 남양으로 내려온 것이다.





남양향교.jpg

공자를 모셔둔 남양향교. 남양부 관아 자리는 남양초등학교로 바뀌면서 흔적이 없어졌고,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유적으로는 남양향교만 있다.



공자의 충실한 계승자였던 삼봉이 그런 에너지를 쌓아온 배경은 고려말 불교의 문란한 섭정이 원인이었을 터이다.

고려도 400년을 내려온 중앙집권국가다.

세계사에서도 만만찮은 이력을 가진 나라다.

불교도 역할을 했다.

특히 절집은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사회복지기관의 역할을 하면서 국가를 지탱했다.

흉년이 들면 절간에 쌓인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구휼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는 법.

고려말의 장기간 혼돈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자 삼봉과 같은 기운이 모여졌을 터.

하지만 시도는 할 수 있어도 성공은 기약하기 힘든 법.

삼봉은 치밀한 계획과 추진력으로 거사를 성공시킨다.


그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남양부사로 잠시 내려온 것이다.


예전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의 하나가 남양(현재의 화성시)이다.

원래 남양은 장보고 이전부터 중국과의 항로이다.

해안선을 따라 육지의 먼 능선을 식별해가며 항해하던 옛 뱃길에서

편서풍을 타고 산동반도와 직결되었던 남양반도 항로는 특별한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곧장 당도하는 항구이자 진지인 당성이 여기에 있다. 

국제정보도 가장 빠르게 입수했으리라.

그리고 거사를 앞두고 시기를 재고 있었으리라~




당성1.jpg 당성2.jpg 당성3.jpg 8_da5Ud018svcx0jbvg7120p3_x260vn.jpg 전곡항바다.jpg

이원영 전곡항.jpg

석양의 전곡항바다.jpg








세종은 삼봉이 낳은 것이다.

방원이 그를 죽인 것이 세종을 심리적으로 압박했으리라.


자신의 아비가 죽인 삼봉이 만약 계속 살았더라면,

그 해놓았을 일보다

자신이 더 뛰어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보이지 않은 의식을 세종은 가졌으리라. 


'아버지의 악명을 벗기는 건 그 수밖에 없어.'

그의 업적이 민족에게 고스란히 내려온다.


불원천리하고 걸음을 아끼지 않았던 삼봉.

그의 원력이 조선 500년을 틀 잡고

그리고 요즘 잘 나가는 문왕에게까지 내려오고 있음을 느낀다.



2018년 봄날에 그를 기리며~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8.04.22 (23:40:50)

좋은 사진을 찍어주신 아무님과 박준범님께 감사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바람꽃

2018.04.23 (09:15:08)

무심코 따라온 당성이 원효와 의상이 진리를 찾아 당으로 가던 그 당항성인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고구려나 백제사람에게 여기는 그냥 짧은 뱃길이 시작하는 곳에 불과했지만 신라사람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곳이었을까 하는것은 그들이 당성을 당항성이라 부른 것에서 느껴졌습니다? 당항(唐項)... 당(唐)으로 가는 길목(項)

좋은 봄날. 당성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신 나그네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박준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8.04.23 (01:00:42)

불교든 서원이든 교회든...현재에서 느끼는 것.
물리적 기반이 있어야 흔적이라도 남는다. 흔적에는 역사와 문화와 삶이 통털어 숨쉰다. 호흡만 불어 넣어 준다면...

이 지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는거 같아요. 사람은 모여야 하는 존재이니, 응축할 장소가 필요해요.
인간에게 집이 필요하듯...
철학도 두둥실이 아니라 은거할 집이 필요해요. 사람처럼.
'공간'은 그냥 공간이 아님을, 한 시대에서의 공간은 모든 것인듯.

그너저나 즐거운 시간 만끽 하셨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8.04.23 (13:47:29)

신기하게도 아란도님은 제가 오프에서 한 번도 못뵈었네요. 제가 한동안 뜸해서 그렇기도 하고... 

언젠가는 뵙겠지요? 앞으로 1박 2일 주말 정모는 없어도 당일치기 번개는 많았으면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8.04.25 (19:09:10)

그러네요... 안보도 사는 길로 왔자나요. ㅋㅋ
얼굴 뵙게 될 때가 있겠지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1506
1837 자기존중감과 선을 넘기 3 ahmoo 2009-04-15 5836
1836 과거를 생각하면 눈알을 위로 굴리고 뒷머리를 긁적인다? 기준님하 2010-02-02 5831
1835 구조론적 사유란 무엇인가? image 14 김동렬 2016-12-01 5826
1834 문답 - 나쁜 글의 예 11 김동렬 2013-07-08 5825
1833 무르팍에 나온 '안철수'를 보고 4 눈내리는 마을 2009-07-08 5825
1832 법륜의 사기극 8 김동렬 2014-04-30 5822
1831 브라질 땅콩 효과 image 김동렬 2016-06-03 5794
1830 시간의 강가에 앉아 image 1 ahmoo 2010-08-02 5792
1829 토요일 구조론 토론모임에 초청합니다. image 2 김동렬 2010-03-18 5791
1828 오자병법 대 손자병법 image 3 김동렬 2016-04-25 5787
1827 구조의 의미. 1 아제 2010-09-17 5787
1826 선풍기 괴담의 비과학성 1 김동렬 2011-07-04 5780
1825 구조론 문제 김진태 화백의 경우 image 31 김동렬 2012-12-24 5774
1824 이상적인 정자의 구조는? image 2 김동렬 2014-07-14 5763
1823 굿바이 송진우 눈내리는 마을 2009-08-31 5763
1822 기존의 마음 이론의 한계 오세 2010-11-12 5741
1821 트럼프의 미국을 예언한 영화 이디오크러시 image 김동렬 2016-11-10 5740
1820 감자 보급과 이중의 역설 SimplyRed 2023-05-06 5714
1819 소그드인의 뿌리 3 김동렬 2016-04-01 5713
1818 kbs 심야토론 정관용진행자의 하차에 대해서 1 가혹한너 2008-11-01 5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