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오민규
read 2715 vote 0 2021.12.18 (06:29:23)

지금은 사그라들었지만 20세기 초에는 수학 기초론에 대한 논쟁이 꽤 있었다. 시끄러운 시대의 분위기에 맞춰 수학자들도 체면을 세우려면 거대한 합의를 해야 했다, 또 그런 압력이 존재했다. 수학의 발전은 충분히 무르익었으니 이제 '완벽한 수학'으로 결판을 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 때 수학철학적 논쟁이 시작되었는데 이의 여러가지 입장 중에 형식주의와 직관주의를 대칭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형식주의는 무엇이 '진정한 진리'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단지 수학에 모순이 없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놈을 찍으나 저놈을 찍으나 똑같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 말은 결국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입장으로 이어진다.


직관주의자는 수학은 수학자의 마음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는 말을 내세운다. 그리고 그 마음이 거절하는 여러가지 수학적 장치를 없애고 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관주의의 일부는 칸토어의 무한집합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무한집합이 개발되자 수학자들은 유한집합의 여러 원리를 일반화하여 공리로 만들어서 무한집합에 적용하였다. 이러한 것을 직관주의자는 싫어했다. 또 그들은 논리학의 배중률을 수학에 적용하는 것을 거부한다. 즉 모든 수학적 문장이 참 혹은 거짓인 게 아니라 참도 거짓도 아닌 문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관주의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함부로 일반화하지 마라"는 것이다.

직관주의자는 많은 수학적 유용함을 버리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직관주의자도 수학적 일반화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문제는 그러한 일반화가 부지불식 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범위를 정하지 않고 일반화를 했다. 즉 적용 범위가 무한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것을 직관주의자는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 마치 엄격한 시니어 프로그래머와 같다. 또 직관주의자들 중 일부는 극단화되어 아예 무한을 부정하는 유한주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나는 생각한다. 수학자는 현실의 지독한 무한에서 도피해서 수학의 세계로 왔건만 직관주의자는 수학에서도 무한을 발견하고 또다시 어디론가 도피하는구나.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12.18 (09:06:07)

수학은 도구입니다.

도구가 아니라 어떤 물리적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개소리가 시작되는 거지요.

도구는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유한도 없고 무한도 없으며 참도 없고 거짓도 없으며 다른 도구를 이기면 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구조론 매월 1만원 정기 후원 회원 모집 image 29 오리 2020-06-05 81755
1981 달과 손가락. 6 아제 2010-02-03 4912
1980 집 한 채의 미학. 6 아제 2010-02-04 5028
1979 현시대의 지정학 2 눈내리는 마을 2010-02-05 4340
1978 여와복희도. 2 아제 2010-02-06 5961
1977 자와 콤파스. 1 아제 2010-02-06 5317
1976 점검. 아제 2010-02-07 4594
1975 구조론 시 아제 2010-02-08 4878
1974 전모를 보라. 6 아제 2010-02-08 4763
1973 채찍과 당근 5 오세 2010-02-08 5628
1972 야만. 2 오세 2010-02-10 4651
1971 구조의 피라미드. 2 아제 2010-02-10 5087
1970 뒤를 돌아보라. 1 아제 2010-02-12 4889
1969 특별한 날. 아제 2010-02-14 4821
1968 막걸리는 한 병이다. 3 아제 2010-02-16 5580
1967 내가 미친건가? 13 오세 2010-02-17 5202
1966 개인용 컴을 만든다면, 이 정도가 기본. 4 ░담 2010-02-19 15747
1965 연역과 귀납 5 아제 2010-02-20 6729
1964 꽃과 바위. 1 아제 2010-02-22 4720
1963 완전함에 의해서. LPET 2010-02-22 5361
1962 한국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구조론'이 말을 건다면. 눈내리는 마을 2010-02-22 6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