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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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53 vote 0 2013.02.19 (11:35:20)

20130219000629897.jpg

 

섬강에 배를 띄우면

마음이 먼저 흐른다.

 

여기까지는 시요.

그 다음은 꽝.

 

왜 그 다음은 시가 아닌가?

부당하게도 자신을 개입시켰기 때문이오.

 

누가 물어봤냐고?

섬강에 배를 띄우면 마음이 먼저 흐른다.

 

그 마음은 신의 마음이고 우주의 마음이고 천하의 마음일 것이오.

그래야 우리가 소통할 수 있고 소통해야 시가 되기 때문이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바람 구름 갈대숲 내 온갖 삶의 영욕

이 따위 추한 개똥들이 무도하게 난입하여 개판을 치고 있으니

 

그건 네 사정이지

보편에서 특수로 퇴행해 버렸소.

 

시에서 시가 아닌 것으로

개인 일기장으로

똥밭으로

 

한 편의 시를 쓸라치면

천하의 마음, 우주의 마음, 신의 마음으로 쓰지 않으면 안 되오.

 

그래야 시인 때문이오.

내가 느낀 것을 네가 느낄 때 시가 되오.

 

개인의 감상은 걷어치우시오.

좋은 것은 나쁜 것과 섞지 말아야 하오.

 

 


[레벨:2]새벽강

2013.02.19 (13:45:08)

시가 나름대로 괜찬구만...

 

섬강의 아름다운 풍광이 새삼 그립구료.

 

시에서 자신의 개입이 문제가 있다고 하나

이 경우에는

강의 '흐름'이 인간에게 개입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겠소.

 

높은데로 흐르려고 조변석개하는 인간보담

낮은데로 흐르면서 마음 변치않는 물이

요즘같은 때는

참 스승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19 (13:47:03)

왜 시에서 스승을 찾소?

은근슬쩍 '내게는 스승이 필요해' 하고

자기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건 뭐요?

 

안 물어봤는뎅.

 

필요 들어가면 일단 시가 아니오.

원래 예술은 필요하지 않음에서 시작되오.

 

[레벨:2]새벽강

2013.02.19 (13:50:50)

스승이란 말뜻이

임용고시 합격자에 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

 

예술이 '인간의 깨달음과 그에 연관된 미적 균형' 아니겠소.

대략 그 지점으로 이해하시면 좋으련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19 (13:56:47)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면

당연히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하오.

 

백금이 가장 좋소.

 

백금이 버젓이 눈앞에 있는데

놔두고 금타령이나 은타령을 한다면 곤란하오.

 

예컨대 비유하여 말한다면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 코도 못생겼고 귀도 못생겼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 귀싸대기 맞소.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 여기서 스톱. 꼼짝했다간 죽통 날라감.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15門15門

2013.02.19 (14:00:17)

부당하게 자신을 개입시킨다는 것은 이미 그것으로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덧붙이려는 의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존재불안과 연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무언가에 영감을 

받거나 공명을 해 그 부분이 그대로 시나 소설로 복제가 되더라도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구조까지 복제하여 진실 혹은 영감 그자체를 

약한 고리로 알고 감추려고 하거나 덧붙여 완성시키려고 하는 듯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위대한 마지막 잎새의 사족이라 일컬어지는 마지막 구절을 구태여 넣은

오헨리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혹시 모를 독자를 위해.."


혹자는 배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결국 사람들에게 그가 작품에

담은 진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은 셈입니다. 그리고 반응은

두가지로 엇갈리겠지요. 자유를 뺏기고도 무덤덤한 사람과 빼앗긴 자유에

불쾌한 사람들. 과연 존엄을 갖고 있는 인간의 반응은 무엇일까요? 

 

하지만  딜레마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개입된 부분을 잘 느끼고 

구분해내며 반응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작품을 쓰는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개입된 부분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동렬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언제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 또한 영감을 받을 때마다 제가 갖는 존재의 불안이라는 

구조마저 불필요하게 복제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19 (14:49:35)

어제 어디선가 본 건데

하여간 여자 강사가 나와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 대화가 안 되는 지점을 말하고 있었소.

 

여자 - '어제 종로에서 영숙이 만났다.'

남자 -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여자 - '영숙이 만났다고!'

남자 - '영숙이를 만나서 그 다음에 어찌 됐냐고?'

 

정답은 여자가 우연히 영숙이를 만났다는 사실 그 자체에

남자가 감탄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소.

 

'아빠가 어디가'의 후는 그런거 참 잘하는뎅.

 

무엇인가?

시라는 것은

 

'개인의 나'와 '보편의 나'의 운명적인 조우

그 자체인 것이오.

 

인간의 뇌는 원래 인간과 마주하는 세상 그 자체를 나의 일부로 여기오.

큰 세상을 본 사람은 큰 자기를 갖게 되고

 

작은 세상을 본 사람은 작은 자기를 갖게 되는 거.

모든 시는 작은 나에서 큰 나로 올라서는 장면을 담고 있소.

 

그게 시라는 것이고 그럴 때 인간은 상큼함을 느낀다는 거.

영숙이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 인간의 뇌가 반응한다는 거.

 

근데 만나서 어떻게 했다며 불필요한 사족을 달면 곤란한 것이오.

만남 그 자체에서 완성되는 것이오.

 

왜냐하면 헤어졌기 때문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면 이야기가 종결되는 것이며

 

만나서 응응응을 했느냐고 물으면 곤란하오.

북과 북채가 만나면 소리가 나는 것이며 그 소리는 각자의 몫

 

소리까지 서비스 해달라는 요구는 무리.

문제는 제대로 오지게 똑부러지게 만났느냐이오.

 

 

[레벨:4]민희아빠

2013.02.20 (14:18:20)

구구절절 설명하는 거. 시를 지음에 있어 이거이 젤 '하빨'로 알고 있습니다. 위 시(?)...수준 미달 맞습니다. 검증된 시인들은 생각보다 글 잘 씁니다.

시에 대한 김동렬 선생의 이해와 설명은 대부분 정확합니다.
[레벨:4]민희아빠

2013.02.20 (14:31:12)

다시 봐도, 저 글(!)은 사족 덩어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투의 글을 시라고 오해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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