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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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624 vote 0 2013.11.07 (13:54:57)

    <<운명>>


    작은 산에 스님 한 분이 살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 사람도 그 스님의 말문을 막히게 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어느 날 똑똑한 아이가 손에 작은 새 한 마리를 쥐고 스님에게 가서 물었다.

    "이 새가 죽은 건가요? 아니면 살아 있는 건가요?"

    그리고 생각했다. 

    '이 스님이 살았다고 하면 목 졸라서 죽여 버리고 죽었다고 하면 날려 보내야지. 내가 드디어 이 스님을 이기는구나.'

    스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얘야, 그 새의 생사는 네손에 달렸지. 내 입에 달린 것이 아니란다."

    꼬마는 새를 날려 보내며 말했다

    "스님은 어떻게 이토록 지혜로우신가요?"

    그러자 스님이 대답했다.

    "전에는 정말 멍청한 아이였다. 그러나 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다 보니 지혜가 생기기 시작하더구나. 너는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 같구나."

    그러나 아이는 슬픈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어제 어머니께서 점을 보셨는데 제 운명이 아주 엉망이라고 했다는군요."

    스님은 잠깐 동안 침묵하더니 아이의 손을 당겨 잡았다

    "얘야 네 손금을 좀 보여주렴 . 이것은 감정선 이것은 사업선 이것은 생명선. 자아 이제는 주먹을 꼭 쥐어 보렴."

    아이는 주먹을 꼭 쥐고 스님을 바라보았다 

    "얘야 네 감정선 사업선 생명선이 어디 있느냐?"

    "바로 제 손안에 있지요"

    "그렇지 바로 네 운명은 네 손안에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입에 달린 것이 아니란다.다른 사람으로 인해 네 운명을 포기하지 말거라."

**********************************

지하철 벽에 많죠.
수준 이하의 유치한 글. 
에구 낯 뜨거워.

이런 글이 팔로워 낚시용으로 혹은 페친 모으기용으로 인터넷에 유행하더군요.
뭐가 잘못되었는지 말해보시오.

힌트는 지난번 모임에서 배운
[ 극적 아이러니.  dramatic irony ]
상황이나 말, 행동간의 불일치로 빚어지는 아이러니를 말함.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화나 행위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이 작중 인물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데서 생기는 아이러니나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관점에 반하여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극적 상황에서 비롯되는 아이러니를 가리킨다.



[레벨:8]상동

2013.11.07 (14:16:05)

자신의 운명이 자신의 손안에 있다면 

새의 운명 또한 새의 손안에 있었겠군요


이 스님의 주장은 일관성이 없습니다


손금의 효력을 인정하는건지 불인정하는건지도 모호하구요

[레벨:6]빛의아들

2013.11.07 (14:25:20)

운명이라는것이 존재할까?

지혜로운 아이었다면 

스님의 가르침이 없더라도 이미 알았을것...

 

그러니 스님은 아이에게 가르칠 필요가 없다!

아이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을것이다.

 

[레벨:6]Nomad

2013.11.07 (15:10:24)

전에는 멍청한 아이였으나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다보니 지혜로워졌다는 말. 이미 이것부터 에러네요.
[레벨:9]길옆

2013.11.07 (15:17:46)

스님 → 아이,  스님(작가) → 관객 으로의 일방적 정보의 전달이 있을 뿐

정보의 불균형을 통한 관객의 개입 의지를 막고 있어서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22.PNG

 

엉뚱한 곳(화장실 아래)으로 도망갈려는 죄수

 

 

::::::::::::::::::::::::::::

 

프랑스와 트뤼포와의 대담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이 한 말

 

"나는 삐걱거리는 문소리로 서스펜스를 자아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두운 거리에서 죽은 고양이와 폐물들이 나뒹구는 것보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더 흥미있습니다……서스펜스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네 사람이 포커를 치러 방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 모두 뼈도 못추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 뿐이죠.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무의미한 대화도 관객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이죠.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거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요.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하죠. '차나 한잔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

 

 

 

첨부
[레벨:6]sus4

2013.11.07 (16:59:46)

일단 다 떠나서 보자마자 열 받는 글이네요.

사람을 열 받는 글을 써서야 되겠습니까.


성자를 출현시켜서 이것저것 훈계하는 식으로 가면 

그 이야기는 망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첫째로 전혀 재미가 없고 둘째로 어떤 진실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스님은 그냥 저 글을 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작가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플롯이 없고 언설만 남아있다는 거죠 .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바보와 머저리 아니면 적어도 영구 및 땡칠이를 적극 기용하여

전면에 배치시키고 상황이 사람들을 어디까지 어떻게 몰고 갈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제대로 묘사해내는 것이 진짜 이야기입니다.

인물에게 부과된 무게를 덜어내고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많이 언급하셨던 것처럼 뇌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보짓을 하고

바보짓을 해야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아이러니가 발생해야 뒤뚱거릴 수 있습니다.

스님이 혼자 무게를 잡고 있으니까 이야기에 전혀 진전이 없는 것.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11.07 (17:13:20)

 


    이런 글 안 좋습니다.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재미를 위해 거짓을 꾸며낼 수도 있죠. 근데 감동과 교훈을 주기 위한 속 보이는 거짓이라면 최악이죠. 감동과 교훈은 진정성에서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극적 아이러니.. 이 글을 읽는 독자는 꼬마의 속셈을 알고 있습니다. 스님은 모릅니다. 거기서 긴장감. 근데 사실은 스님도 알고 있었답니다. 이건 무슨 허무개그인가? 스님은 ‘그 새는 죽었다.’고 답해야 합니다.


    새의 목숨 가지고 도박하면 안 되죠. 꼬마가 무슨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데. 새를 살리는게 목적이지 꼬마를 이기는게 목적이 아니잖아요. 져주는게 이기는 건데 말입니다. 스님이 아니라 논술선생이라면 몰라도.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일텐데 갑자기 사업선, 감정선, 생명선 타령을 하네요. 그때도 사업을 했나? 뭐 넘어가기로 합시다.


    운명론이 애들한테 할 이야기냐입니다. 애들은 어른 말을 그냥 믿습니다. 운명이 문제가 아니고, 점이 문제잖습니까. 왜 점을 보느냐죠. 애들이면 애들답게 차라리 운명을 바꾸는 부적을 써주는게 맞겠죠.


    무엇인가? 아이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이 글을 읽는 어른 독자를 상대로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 알아챘나요? 분명 아이와 스님간의 일화지만 이 헛소리의 작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를 의식하고 쓴겁니다.


    즉 극적 아이러니와는 반대로 이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인 아이는 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어른이라는 사실을 알고 거기에 맞춰서 어른스럽게 연기하고 있는 거에요.


    * 극적 아이러니.. 극중 인물이 모르는 사실을 관객은 알고 있다. 

    * 극적 개판주의.. 독자가 모르는 사실을 극중인물은 알고 있다.


   

[레벨:5]희정

2013.11.09 (18:30:41)

맨 아래 동렬선생 답글을 보고 평소에 의문이 있었던건데요.

동요의 가사를 보면 정말 이상합니다.

어린아이들에게 '고향, 운운하는 가사가 많아 정말 이상했습니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되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애들이 타향살이를 얼마나 많이 해서 고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리워 하는지...

어릴때는 멋도 모르고 그냥 따라 불렀지만,(사실은 그때도 많이 이상했음)

어른이 되어서 가만히 생각하니 아이들이 저런 가사를 듣고 무슨 상상을 할까?

저건 필시 어른들을 위한 가사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들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아님 작사가 자신을 위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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