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펑크의 정신을 ‘저항’으로 설명한다면 약하다. 부족하다. 저항이라.. 무엇에 대한 저항인가? 권위에 대한 저항이라고? 무슨 권위?

30년 전 영국이라면 청년실업에 대한 불만, 월남전에 대한 불만이라든가.. 따위의 자잘한 이슈들이 있었던가 본데.. 그것이 저항할만한 건덕지가 되는가?

이 시대라면..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저항? 방송사의 횡포에 대한 저항? 거대 기획사 중심의 음반시장에 대한 저항? 이수만과 보아의 독주에 대한 저항?

너무 가소롭지 않은가? 저항이라니.. 이건 근거가 약한 거다. 저항해야 할 권위가 너무나 불분명하다.

카우치들은 무엇에 저항하려 들었을까? 나는 그들이 저항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펑크의 정신을 저항정신이라 설명한다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저항은 저항해야할 대상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다. 나약하다. 저항은 이미 약자의 것이다. 약자의 포지셔닝으로는 이 게임을 주도할 수가 없다.

‘펑크’라는 개념은 무뇌(無腦)라는 뜻인데, 저항이라면 벌써 무뇌가 아니다. 저항? 그건 심각한거다. 펑크는 저항으로 약하고 한 걸음 더 나가보자는 거 아닌가?

나는 그것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자유이되 속된 자유 말고 ‘진짜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리버티나 프리덤이 아니고 더 나아가서 더 높은 곳의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이 있다. 자유의 어떤 극한에서 상스러움을 버리고 성스러움을 얻는 것이다. 그것이 펑크의 정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뇌(無腦)의 도를 얻어야 한다. 그것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기다.

‘저항’은 상대를 의식하고, 상대의 행동여하에 따라 거기에 대척점을 두고 나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건 성스러움이 아니라 상스러움이다. 이건 진짜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로 향해 가는 과정에서의 해방이 된다.

해방이 필요하지만 그건 약한거고, 해방을 넘어서 소요자재의 단계로 까지 자유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 그것은 리버티를 넘어 프리덤을 넘어 한 차원 더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카우치들을 행동이 상스러움의 속(俗)된 가운데서.. 무뇌(無腦)한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과 같이, 문득 성스러움의 소요자재가 툭 튀어나와버린 해프닝으로 긍정적으로 이해해주고 싶다.

그 소년들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리는 물론 없겠지만, 인간들 내부에는 원래 그러한 성스러움이 존재하므로, 그 성스러움의 단편적인 조각들은 언제든지 바깥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올 수 있다. 당신이 경계심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불안해 하며 감시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공중파라는 상스러움의 영역과 별개로 독립된 성스러움의 해방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컨대 케이블방송을 따로 하나 내주든가 해서 금을 긋고 각자놀기로 가야 한다.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은 절대로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존하는 즉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698 초월자 김동렬 2024-03-05 1044
6697 인간에 대한 환멸 2 김동렬 2024-03-04 1419
6696 인간에 대한 환멸 김동렬 2024-03-02 2053
6695 양면전쟁과 예방전쟁 김동렬 2024-03-02 1257
6694 사람이 답이다 1 김동렬 2024-03-01 1397
6693 셈과 구조 김동렬 2024-03-01 884
6692 문명과 야만 김동렬 2024-02-29 1163
6691 배신의 정치 응징의 정치 김동렬 2024-02-28 1462
6690 손자병법의 해악 김동렬 2024-02-28 1153
6689 임종석과 자폐증 진보 4 김동렬 2024-02-28 1486
6688 기정과 탱킹 2 김동렬 2024-02-27 1280
6687 유권자의 갑질 김동렬 2024-02-26 1256
6686 신의 존재 김동렬 2024-02-26 1090
6685 오자병법 손자병법 2 김동렬 2024-02-26 1307
6684 달콤한 인생 김동렬 2024-02-25 1398
6683 초인 김동렬 2024-02-25 1027
6682 존재의 존재 김동렬 2024-02-24 1034
6681 존재 김동렬 2024-02-23 1115
6680 김건희의 뇌물공화국 김동렬 2024-02-22 1605
6679 소크라테스 김동렬 2024-02-22 1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