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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333 vote 0 2004.04.17 (20:32:49)

두 갈래 길이 있다. 왼쪽 길을 선택하면 열 마리의 여우를 만나고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한 마리의 호랑이를 만난다. 왼쪽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과연 여우를 만난다. 동행자들이 투덜거린다.

“당신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우리는 여우를 열 마리나 만났소.”

호랑이가 아닌 여우를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깨닫지 못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과감하게 여우가 나오는 왼쪽 길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리석은 정치인들은 호랑이의 길을 선택한다.

왜? 조삼모사다. 호랑이는 한 마리 뿐이고 여우는 무려 열 마리나 된다. 호랑이는 저녁이나 되어야 만나겠지만, 여우는 아침부터 만나게 될 확률이 높다. 여우가 호랑이보다 열배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왜 망했는가? 열 마리의 여우를 피하려다가 한 마리의 호랑이를 만나는 식의 잘못된 선택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무현이라는 여우를 피하려다 국민이라는 호랑이를 만났다.

정치는 스트레스와의 싸움이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여우를 만나게 될지라도 꿋꿋하게 그 길을 가야한다. 조삼모사의 유혹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김근태의 민노당 여우 피하기
김근태 원내대표는 민노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문제에 관해 17대에서 관련법을 개정하고 18대 부터 적용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절묘하게 빠져나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민노당의 교묘한 압박공세.. 갈등이다. 스트레스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여우가 나타났다. 겁내지 말라.

정치인은 ‘정치’라는 것을 해야한다.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18대로 떠넘긴다면 정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당이 민노당을 도와준다고 해도 민노당은 우리당을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우리당의 경쟁력임을 알아야 한다.

김근태가 민노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을 돕는다면 동료의원들은 시기하고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들은 김근태가 민노당을 어떻게 대접하는가를 보고 미래의 김근태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대접할지를 판단한다.

우리당이 민노당의 교섭단체 진출을 돕는다면 보이지 않는 후방효과가 크다. 다만 그 보상을 민노당이 아닌 국민으로 부터 받아내므로써 당사자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하여간 포커게임을 하더라도 첫번째 게임은 져주고 시작하는 것이 맞다. 상대방의 패턴을 읽기 위해서다. 노무현도 그동안 수없이 그렇게 했다.

민노당은 계속 건방지게 놀아라
권영길이 한살 더먹었다고 형님이라도 되는 듯이 ‘에헴’하며 무현아우와 근혜동생의 싸움을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다. 우리는 ‘민노당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비판해야 한다.

민노당이 시건방을 떨고 있다는 사실을 동네방네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민노당 굴밤주기는 우리의 역할일 뿐 적어도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우리당이야 청와대와 조율해야 하므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치로 말하면 어떤 경우에도 중재자의 체면을 손상해서 안된다. 건방진 중재자이지만 일단 민노당의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

국민이 대통령이다. 권영길은 청와대더러 사과하라는 것이 아니라, 촛불을 든 우리를 향해 193인의 역도들에게 사과를 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나사빠진 인간의 미친 소리다.

그래도 청와대 입장은 달라야 한다. 사과는 턱도 없는 일이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최소한의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므로서 중재자로 나선 권영길의 체면을 살려주고, 끝내 탄핵을 철회하지 않는 박근혜의 악랄함을 입증하는 것이 맞다.

결론적으로.. 김근태 권영길의 내공 걸고 정치력 대결이다. 권영길이 초반부터 날려오는 잽이 맵짜다. 고수라면 한대 정도는 맞아주고 시작한다. 초반에 우리편이 한대 맞아주더라도 실망하지 않는 것이 바른 관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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