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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문제인물은 누구일까? ‘유비’라는 설이 있다. 떠돌이 유비가 옮겨가는 곳마다 전쟁의 피바람이 불었다. 유비가 없었다면 많은 전쟁들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리있다.

인기는 있지만 실력이 없다. 모두가 유비를 필요로 한다. 한칼 한다는 도겸, 유표, 손권, 원소, 여포 등이 유비를 필요로 한다. 유비, 만만한 놈이다. 한번 이용하고 적당한 때 팽하면 된다. 그래서 유비를 찾는다.

조조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비, 없어도 그만이지만 여포나 원술에 붙으면 피곤해지는.. 그래서 데려다 놓았더니 과연 쓸모가 없는.. 내치려니 원소에 붙을까봐 뒤가 켕기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팀에 필요없는 선수라도 다른 팀에 못가게 하기 위해 일단 스카웃 해놓는다고 한다. 벤치에 앉혀두는 것이다. 유비가 그런 인물이다. 계륵이다.  

박근혜, 전여옥, 이문열도 이 유형에 속하는 인물이다.(물론 이 쓰레기들을 삼국지의 영웅 유비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비유니까) 박근혜, 다들 탐을 내지만 실제로는 별 도움이 안된다. 계륵이다.

유비? 알고보면 계륵이다
대세론이 이긴다. 대세를 장악하려면 외연을 넓혀야 한다. 장차 당의 외연을 넓혀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후보로, 혹은 당 대표로 밀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은 이인제 같이 어중간한 사람이 외연을 넓혀줄 것으로 착각한다. 천만에! 그 외연이란 넘은 항상 중간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중간을 비워놓아야 한다. 그 비워놓은 중간에 정몽준이 기어들어와서 노무현이 승리했다.

바둑이라면 먼저 네 귀를 차지하고 그 다음에 중앙을 친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귀퉁이로 약간 치우쳐 있어야 외연을 넓힐 수 있다. 중간에는 부동표가 있다. 그 부동표를 잡아야 하므로 오히려 중간을 비워야 한다.

대세론이 이긴다. 이회창은 왜 대세론으로 졌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 이회창은 대세를 잡지 못했다. 그의 대세론은 가짜다. 이회창은 ‘고정표’만으로 이기려 한 사람이다.  

대세가 무엇인가? 시대의 큰 흐름이다. 대세는 시대정신이며 그 시대의 대세인 것이다. 대세는 부동표로 존재하며, 중간에 있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동적이다. 그 이리저리 움직이는 넘을 잡기 위해서는 왼쪽이나 오른쪽을 선점해야 한다.  

물고기를 잡더라도 그렇다. 물고기는 중간에서 움직인다. 오른쪽이나 왼쪽에 그물을 쳐야 중간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한 가운데 중앙에다 그물을 치면? 물고기는 귀퉁이로 숨어버린다.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

(정 이해가 안되면 그물이나 반두를 들고 냇가에 가서 실제로 실험을 해보셔! 그물은 항상 한쪽 귀퉁이에 쳐야 고기가 잡힙니다.)

박근혜나 전여옥은 확장성이 없다
문제는 박근혜나 이문열, 혹은 전여옥 같은 인물들은 그 합종연횡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왼쪽이나 오른쪽의 귀를 차지한 사람이 중앙에서 겉돌고 있는 이문열이나 전여옥, 박근혜를 영입해서 대세를 만든다.

거꾸로 박근혜나 이문열, 전여옥을 중심으로 해서 외연을 추가로 확장하기는 불가능하다. 확장성이 없다. 바둑이라면 변을 차지한 사람이 중앙으로 진출하기는 쉬우나, 중앙을 차지한 사람이 변으로 끼어들기는 어려운 것과 같다.

권오을이나 김문수를 중심으로 해서 어중간한 박근혜, 전여옥, 이문열들과 합종연횡을 하는 방법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거지, 거꾸로 박근혜나 전여옥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무엇인가? 전여옥이 들어오면 이문열이 빠져나가는 식이다.(꼭 그렇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외연대상의 인물들은 보통 하나가 들어오면 다른 하나가 빠져나가는 속성이 있다.

삼국지에서 유비와 손잡은 사람은 모두 죽었듯이 말이다. 유비와 손잡는다는 것이 천하를 도모하려는 야심을 보인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곧 적의 견제를 당한다.

박근혜나 전여옥.. 이미지 하나로 버텼던 유비와 같이.. 이미지 뿐이다. 이런 껍데기들은 안된다. 하나가 들어오면 반드시 하나가 빠져나간다. 확장성이 없다. 외연 확대가 불가능하다. 대세를 잡을 수 없다. (역으로 김문수나 권오을이 당을 장악한 후 박근혜를 영입할 수는 있다. 근데 이미 영입되어서 무효)

왜 유비가 문제인물인가?
바둑판의 한쪽 귀를 차지한 조조, 원소, 여포, 유표, 손권 등이 중원을 공략하기 위하여, 즉 외연을 확대하기 위하여 즉 그 연결고리로 유비를 필요로 한다.

유비는 중앙에서 떠돌이였다. 유비의 실패원인은 귀를 차지하지 않고 먼저 중앙을 차지하려 한데 있다. 제갈량을 만나 서촉이라는 한 귀퉁이를 얻으므로서 다시 살아난다.(실패한 유비는 초반의 유비)

전쟁은 대세론이 이긴다. 범 같은 영웅들이 다투어 귀를 차지하고 중앙인 장안을 소홀히 했다. 하진, 동탁, 이각과 각사 등 중앙을 먼저 차지하려던 자는 모두 죽었다. 그들은 동탁의 실패에 교훈을 얻었다. 착각이었다.

그들이 제 2의 동탁이 되지 않기 위해 서로 눈치나 보고 있을 때 조조가 낼름 중앙을 먹어버렸다. 조조가 대세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서 규칙은

1) 변을 소홀히 하고 중앙을 넘보는 자는 죽는다. .. 하진, 동탁, 이각, 곽사, 여포
2) 변에 집착하고 중앙으로 진출하지 않는 자도 죽는다. ..
손권, 원소, 원술, 공손찬
3) 먼저 변을 굳힌 후 재빨리 중앙으로 진출한 자가 승리한다. ..
조조    

이회창의 대세론은 원소의 대세론과 같다. 지역주의라는 30프로의 변에 집착할 뿐, 중원의 부동표를 도모하지 않았다. 노무현은 조조가 그러했던 것처럼 고작 16프로의 변을 차지했을 뿐이지만 재빨리 중원으로 옮겨와서 승리했다.

김근태 등 16로 제후들은 동탁의 교훈을 지나치게 무겁게 받아들였다. 제 2의 동탁이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을 때, 정동영이 낼름 중앙을 먹어버렸다. 조조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정리하자! 변은 고정표, 중원은 부동표다.

1) 중원을 비워놓고 왼쪽이나 오른쪽 변에 집을 지어야 한다.
2) 변에 집착하지 말고 적당한 때 재빨리 중원으로 옮겨와야 한다.

3) 동탁과 이인제는 중원에 집착하다가 죽었다.
4) 원소와 이회창은 변에 집착하다가 죽었다.

5) 조조와 노무현은 변에서 중앙으로 재빨리 옮겨와서 성공했다.
6) 정몽준, 박근혜, 유비 등 이미지로 뜬 인물은 변을 차지하지 못해서 실패한다.

7) 정동영과 조조는 변과 중원을 적당한 비율로 확보하므로써 대세를 장악했다.
8) 대세를 장악한 조조와 정동영을 뒤에 온 손권과 김근태가 찍어내기는 불가능하다.

삼국지를 통해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따라쟁이는 백프로 망한다는 점이다. 중원을 선점한 동탁이 실패하자 모두들 변으로 도망갔다. 다 죽었다. 중원으로 되돌아온 조조가 먹었다. 아무도 조조를 찍어내지 못했다.

모두가 조조를 제 2의 동탁으로 보았으나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이에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스타시스템이 뜬다
고건, 강금실, 이헌재.. 사상 최강의 내각이 아닌가 싶다. 고건의 인기가 우리당에 불리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얼빠진 소리다.

판을 갈아엎자는 판국에는 믿을만한 심판이 있어줘야 한다. 고건이 든든하게 받쳐줘야 국민이 마음 놓고 판을 갈아엎을 수 있는 것이다.

고건의 인기는 고스란히 우리당 지지, 노무현 지지로 된다. 이는 정동영의 인기가 노무현 지지로 연결되는 것과 같다.

왜? 정동영, 고건, 노무현은 나와바리가 겹치지 않는다. 이 경우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노무현의 외연이 확대된 것으로 인식된다.

국민의 인식 속에서 차지하는 절대 비중이 과거라면 ‘노무현, 최병렬, 이회창, 조순형’ 이었는데 이제는 ‘노무현, 정동영, 고건, 유시민, 강금실, 이헌재’다.

스타시스템이다. 고건과 강금실, 정동영, 유시민이 뜰수록 ‘조-최’씨 집안은 잊혀질 뿐이다. 양김씨를 싸움붙여 어부지리를 꾀하던 민정당이 결국 양김씨에 흡수되고 만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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