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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게임은 가능한가? 흑번필승(黑番必勝)의 신화를 남긴 에도시대 일본의 바둑명인 혼인보 수샤쿠(秀策)의 예를 들 수 있다. 그는 흑을 잡고 바둑을 두어서 단 한 번도 진 일이 없다고 한다.
 
완전게임!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다. 무조건 이기려면? 우연성을 제거해야 한다. 이론대로 두어야 한다. 상대의 실수에 기대거나 뜻밖의 묘수를 내는 등 우연을 개입시켜서는 완전게임이 불가능하다.  
 
지금은 6집 반을 공제하기 때문에 흑이 무조건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오목 게임에서 3.3이 허용된다면 어떨까? 무조건 먼저 두는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다. 3.3을 만드는 공식을 외면 되기 때문이다.
 
일정한 조건 하에서 100프로 이기는 승부..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비유하면 필살타법, 혹은 필살수비가 되겠다. 가능한가? 가능하다. 간단하다. 상대의 대마를 잡으러 가는 난타전을 벌이지 않고 정석대로 안전하게 두는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의 국정운영은 이 원리를 따라왔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적은 뻔히 알면서도 걸려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적 내부에 심어둔 아군이 움직여주기 때문이다. 최병렬이 덫을 피하고자 한다면? 한나라당 내부의 야심가에게 뒤통수를 맞게 되어 있다.
 
최병렬은 울며겨자먹기로 콜을 부르며 따라올 수밖에 없다. 하여간 박근혜는 지금 콜을 부르며 잘도 쫓아오고 있다.
 
정리하면
 
● 완전게임은 가능하다.
● 유리한 포지셔닝의 선점으로 가능하다.
● 주도권의 행사로 가능하다.(반드시 흑을 잡아야 한다)
●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완전게임 전략에 또 다시 걸려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완전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상대방의 대응여하를 보고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 식으로는 불능이다.
 
한나라당이 무조건 지게 되어 있는 게임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살아날 방법은 없는가? 있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완전게임 덫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한 가닥의 활로는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유방이 항우의 예봉을 피해 안전한 한중으로 달아나듯 일단은 노무현게임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그 다음은?
 
유비가 제갈량의 권유를 받아들여 독하게 마음먹고 유표의 형주를 차지하듯이 먼저 치고나오는 방법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노무현의 완전게임에 맞서 역완전게임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두 가지를 해야 한다.
 
● 발 빼기
● 역으로 주도권 잡기
 
이재오들의 선제공격 시작되다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박계동, 전재희, 이재웅, 배일도, 고진화, 안상수, 이방호,  .. 무엇일까? 이 사람들은 박근혜가 주도한 한나라당의 수도이전 당론결정에 반대하여 항명을 저지른 자들이다.  
 
박근혜.. 그는 아버지의 위신을 보호하는 역사적 책무(?)를 맡아버렸기 때문에 수비는 할 수 있어도 공격은 할 수 없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구사하는 완전게임의 덫에서 탈출하려면 반드시 흑을 쥐어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데, 아버지의 위신보호라는 임무를 맡은 박근혜는 죽어보자고 백만 잡으려 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이재오들의 반란이 조선일보의 노골적인 이명박 지지운동과 연관이 있음은 물론이다. 조선닷컴은 어제만 해도 ‘박사모, 노사모 닮아가나’ 하는 기사를 내는 등 연일 박근혜 죽이기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정치는 제휴다. 제휴를 하려면 제휴를 할 수 있는 포지셔닝을 선점해야 한다. 어떤 게임이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자리다툼에서 대략 승부의 9할이 결정된다.
 
그런데 120석의 거대야당으로는 제휴파트너를 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제휴란 것은 결국 자신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서영석님의 글에 다 나와 있지만.. 정치에서 서로를 만족시킬만한 적절한 거래란 원초적으로 없다.
 
예컨대 민주당과 우리당이 통합하려면 어떨까? 9석의 민주당을 적어도 50석은 쳐주어야 한다. 과거 DJ는 세력도 없는 허수아비 자민련을 흡수하기 위해 알토란같은 노른자위로만 1/3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제휴에 성공하려면 파트너에게 집권 후 정권의 절반은 내주겠다고 약속을 해야 하는데 120석 한나라당 의석이 너무 많아서 현실적으로 적당한 제휴상대를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막말로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손을 잡을 것인가, 자민련과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민노당과 손잡을 것인가? 어느 쪽도 적당하지 않다. 유일한 방안은 과거 우리당이 했던 식으로 스스로 쪼개어 각각 세를 불린 후 재통합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한나라당을 박근혜당과 이명박당으로 쪼개면 대략 80대 40으로 나누어질 텐데 이 상황에서 소수파에서 정권을 내면 승산이 있다.(다수파에서 정권을 내기로 하면 흡인력이 작용하여 저절로115대 5로 복구되므로 도로아미타불)
 
이명박이 수도권신당을 만들고 이를 다시 박근혜의 달구벌식당과 통합하면 높은 확률로 승산이 있다. 행정수도 이전 역풍으로 수도권에서 이명박 지지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경우 막판에 둘 중 하나가 살신성인을 해야 한다는데 있다. 누가 인당수에 몸을 던질 것인가? 조선일보가 꿈꾸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전여옥과 박근혜가 듀엣으로 인당수에 몸을 던져서 이명박을 구하는 것이다.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 박근혜당과 이명박당으로 쪼갠다.
● 쪼개는 비율은 80대 40 정도가 적당하다.
● 당을 쪼갠 상태에서 각각 세를 불린 다음 대선 직전에 연대한다.
● 대선직전 이명박을 중심으로 제휴하고 전여옥과 박근혜는 둘이서 싱크로나이즈를 연습한 후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박사모의 횡포 때문에 경선을 하면 무조건 박근혜가 이기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조선일보는 경선을 안 하고 이명박을 옹립하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밖에 없다. 경선을 안 하고 이명박을 후보로 내는 수는 오직 이 방법뿐이다.
 
조선일보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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