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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361 vote 0 2005.12.12 (22:17:21)


늘 하는 이야기지만.. 본질을 봐야 한다. 지엽적인 ‘팩트’에 매몰되지 말라는 말이다. 초딩들의 습관은.. 지엽적인 팩트의 사실여부에 매몰되어서 다른건 무시하고 그거 하나만으로 승부하자고 우기는 거다.

빙산의 0.083은 노출된 팩트이고 0.917은 수면 하에 잠복한 진정성이다. 무엇이 진실인가? 노출된 0.083이 아니라 잠복한 0.917의 무게가 진실이다.

바보들은 증명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승부로 게임을 끝내려 하지만 실제로 승부는 증명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 증명불가능의 영역에 희망이라는 플러스 알파가 키잡이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예컨대.. 개발논리와 환경논리가 50대 50으로 팽팽하게 대결하고 있을 때, 현미경을 들이대면 51 대 49로 개발논리가 약간 우세한 점이 포착된다 치자. 그렇다면? 개발이 환경보다 더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정이 내려지고 환경은 무시된다.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면 51대 49로 실상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결정되는 내용은 어느 한쪽이 전부를 먹는다. 즉 비슷한 사건이 10회 반복되면 10번 다 개발이 먹고 환경은 전혀 못먹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로는 개발과 환경이 51대 49로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10 대 0으로 개발의 일방적 승리가 된다. 이리되면 환경 쪽은 극도로 분노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세대결에서 51대 49의 불과 2프로 간발의 차이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손에 든 성적표로는 10 대 0으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비한 전략적인 몰아주기가 진행된다. 즉 환경 쪽은 승산이 있다 싶은 어느 한쪽에 아주 세게 배팅해 버리는 것이다. 세가 거의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여러번 밀렸으니까 이번 한번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목숨 걸고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들의 균형감각이 작용하여 환경쪽이 목숨걸고 나서는 그 하나에 대해서는 설사 51대 49로 개발의 공익이 더 크다 할지라도, 고도의 전략적인 판단을 내려서 환경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개발 너는 그동안 많이 먹었으니 이번 한 번은 환경이 먹어라.’

이렇게 된다. 그러므로 표피적인 ‘맞다/틀리다’에 매몰되지 말고 밑바닥에 고인 에너지의 크기를 봐야 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판돈의 규모를 봐야 승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DJ 시절 딴나라들은 DJ의 잘못한 점 수십가지를 차례로 열거하였고, 이쪽에서는 또 이회창 잘못한거 수십가지를 열거하였는데.. 그들은 하나씩 상대편의 잘못이 드러날 때 마다..

“이거 한 방이면 DJ는 끝났어.”

이런 환상을 가지고 폭로전으로 공격을 했었고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한방으로 회창은 죽음이야.”

그러나 실제로는 어땠는가? 대중의 균형감각에 의해 그런 한 방은 무시되었다. DJ는 무수한 폭로를 당했지만 그래도 거뜬히 버텨내는데 성공했고 이회창도 폭로 한 방으로 간 것이 아니다.

이회창이 진 것은 역사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지, 절대로 빌라풍, 안풍, 세풍, 병풍, 총풍, 바담풍, 무슨풍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김대업 때문에 졌다고 믿고 있다. 이거 대단한 착각이다.

아직도 김대업 때문에 이회창이 졌다고 믿을 정도로 당신은 바보인가?

역사를 만만히 보지 말라. 결코 그렇지 않다. 대중들의 균형감각을 우습게 보지 말라. 대중은 다 알고 전략적으로 행동한다. 지엽적인 팩트에 매몰되지 말라. 팩트로 말하면 김대업도 약점이 없잖아 있겠지만 그걸로 이회창 아들이 군대 안갔다는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

본질이 중요하다. 승부는 본질에서 난다. 역사가 본질이다.

바보들은 황박사의 잘못 한 두가지만 들춰내면 그것으로 게임을 끝낼 수 있다고 믿는다. 지율이나 부안도 마찬가지지만 팩트 가지고 입에 거품 물어봤자 헛수고다. 그건 눈에 보이는 빙산의 0.083 가지고 시비하는 거다.

대중은 알고 있다. 진실은 수면 하에 잠복하여 있다는 사실을.

설사 팩트에서 DJ의 잘못이, 노무현의 잘못이, 황우석의 잘못이 일부 드러난다 할지라도 그것은 대중의 입장에서 균형감각을 작동하게 하는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 결판은 밑바닥에 고인 에너지에 의해서 성립한다.

폭로 한 방으로 사건을 끝낼 수 있다고 믿었던 자들 중에, 폭로 한 방으로 끝내는데 성공한 사람이 없다. 역사의 흐름을 보지 않고 대중의 균형감각을 보지 않고 그 싸움에 걸린 판돈의 규모를 보지 않고, 밑바닥에 고인 에너지의 크기를 보지 않고 폭로 한방으로 팔자 고치려는 자들.. 당신들은 실패할 것이다.

딴나라당 폭로 전문가들의 말로를 기억하라. 대중의 균형감각이라는 저울추가 있다. 그 저울추의 무거움을 기억하라.

바보들은 항상 말하곤 한다.

“그 본질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말고 ‘맞냐/틀리냐’ 요거 하나만 가지고 딱 요기서 이야기 끝내자.”

얼씨구! 누구 맘대로?  

무거움과 가벼움이 있다. 가벼움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린다. 무거움만 마지막 까지 남아서 그 승부를 종결한다. 역사의 무게를 헤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고 말것이라고 중얼거리는 자들.. ‘김대업만 아니었으면 선거 이겼을 텐데’ 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딴나라 바보들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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