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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건은 원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을 하지 않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서로간에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승복해야 할 부분은 있다. 초기조건의 민감성에 따라 이런 작은 사건들이 역사의 큰 흐름을 결정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역사의 흐름 만큼은 승복을 해야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필요하다면 그 후퇴의 지점을 확인하고 거기서 새로이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황박의 모든 연구가 허위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음의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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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참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황박사 연구가 참인지 거짓인지에 연동되어 우리의 비전도 자동으로 참이나 거짓으로 규정되어 버리는 것은 아니다. 구분할건 구분해야 한다.

황박의 연구가 거짓이라도 그의 연구가 참이기를 바랐던 우리의 비전은 일정부분 참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비전이 상당부분 타격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옳다해도 역사의 물결이 우리를 떠밀어 버린다면 그 점을 감안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부안도 그렇고 지율도 그렇다. 입으로 내뱉은 말은 액면 그대로 진실이 아니다. 그러나 지율이 주장하려는 가치, 부안이 주장하려는 가치는 진실일 수 있다. 그 가치가 역사의 흐름과 일치하는 한.

일부는 이미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의 연구가 참이라는 전제로 성립했던 우리의 비전도 일정부분 손상을 당한 거다. 이건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의 연구가 백프로 허구라고 해도 남는 것이 있다. 이건 지켜야 한다.

● 미테랑의 숨겨진 딸에 관한 진실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것을 규명하지 않는 것이 진짜 진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클린턴의 거짓말은 속속들이 규명되었다. 이것을 규명하는 것이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부당한 공격이고 인간파괴이며 미국의 수치다.

● 어떻게든 밝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밝혀야 한다. 그러나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태여 밝혀서 공동체에 피해를 입힌다면 잘못이다.

● 난자 기증에 관한 건은 누가 묻기 전에 스스로 고백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네이처가 이미 질문을 던졌으므로 그 상황에서는 밝히는 것이 옳았다.

● PD수첩이 난자 제공에 관한 건을 규명한 것은 옳다. 이미 제보가 들어왔다면 어떻게든 밝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PD들의 행위는 정당하지만 방송국은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시청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슬기로운 접근을 할 수 있었다. MBC는 국민감정을 고려한 신중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

●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정치색이 작용했으며 이 부분은 PD들에게 잘못이 없다 해도 MBC 간부들은 책임져야 한다. MBC가 특정 정파의 가치관에 기울어 있었기 때문이다.

● MBC 시청률이 떨어지고 한국인이 상처입고 진보진영이 위기관리가 안 되는 집단으로 오해된 사실에 대해서는 MBC에 책임이 있지만 원인을 제공한 황박의 잘못이 큰 만큼 MBC의 잘못은 용서될 수 있다.

● 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현재로서 누구의 책임인지 불분명하나 황박에게 총체적인 지휘의 책임이 있다. 그는 비판받아야 하며 그의 명예는 실추될 것이다.

● 대중이 황박사를 우상화 했다는건 허황된 주장이다. 수십조원의 경제효과 운운 역시 3류 찌라시의 습관일 뿐 문제삼을 부분이 아니다.    

●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전자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삼성의 이건희와 같은 경영리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중은 복잡한 문제를 맞닥들일 때 리더를 만드는 방법으로 문제를 단순화 하여 난관을 돌파하려고 한다.

●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30년 후에는 화성으로 수학여행을 갈것으로 상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해서 화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단지 상상력일 뿐이다. 상상력은 무한정 개방되어야 한다.

● 수십조 경제효과 운운은 대중의 흥미와 상상력이 작용한 것일 뿐 의미없다. 당장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로또복권에 당첨될 걸로 상상하는 사람과 같다. 복권에 당첨될 걸로 믿고 전재산을 털어 복권을 산 사람도 있지만 그 책임이 로또를 발행한 측에 있는 것은 아니다.

● 우리가 원하는건 성공모델이다. 그 모범은 미일을 추종하는 수구와 다르고 서구를 추종하는 좌파와 다른 한국형 성공모델이다. 황박파동은 이러한 모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이다.

● 벤처의 눈높이로 말하면 성공 가능성이 5프로일 때 관심을 가지고 10프로일 때 시도를 하고 30프로일 때 배팅을 한다.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실패에 기죽을 이유는 없다.

● 우리에게 필요한건 신뢰다. 기술적인 신뢰와 인간적인 신뢰가 있다. 선생님을 믿는 것은 기술적인 신뢰이고 어머니를 믿는 것은 인간적인 신뢰다. 선생님과 어머니가 충돌하면 작은 마찰일 때 아는 것이 많은 선생님을 편들고, 큰 싸움일 때 끝까지 함께 갈 어머니를 편든다.

● 황박이 패배한다면 우리는 기술적인 신뢰를 잃고 대신 인간적인 신뢰를 얻을 것이다. 다가오는 큰 싸움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기술적인 신뢰가 아니라 인간적인 신뢰다. 우리에겐 끝까지 함께 갈 동지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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