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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566 vote 0 2008.06.16 (21:29:13)

구조주의 논리학

논리학은 언어라는 도구와 그 시스템의 자체모순과 한계를 폭로하여 자연의 사실과 일치시키려는 학문이다. 언어는 결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반영하지 않는다. 언어는 결함 투성이다.

편의성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려면 문장이 길어진다. 문장이 길면 헛갈리고 짧게 말하면 함축되어 다의적인 표현이 된다. 문장 내의 대칭구조가 의미를 대신하므로 문장이 흔히 생략되고 함축되는 데서의 오류를 피할 수 없다.

언어는 주어와 술어의 대칭구조로 전개된다. 대칭 속에 또다른 대칭이 숨어 있다. 콜더의 모빌처럼 단계적인 대칭구조를 만든다. 의미가 단어 내에 고유한 것이 아니라 대칭구조의 포지션 속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많은 생략과 함축이 있다. 문장의 대칭구조 자체가 일정한 의미를 가지므로 술어의 진술이 불성실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대단히 결함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동문서답을 하면서 눈치로 알아듣는 경우가 태반이다.  

  

역설은 패러독스다. 여기서 쓰이는 역설의 의미는 일반적인 의미이기도 하고 논리학에서 말하는 패러독스이기도 한다. 일반적 의미에서 역설은 ‘사실이 아닌데 사실이더라’이다. 이 말은 모순처럼 보여지지만 모순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언어는 대칭구조의 포지션에 따라 2차적-상대적 의미를 가지므로 역설의 ‘사실이 아닌데 사실이더라’는 ‘부분적으로는 틀렸지만 전체적으로는 맞더라’는 의미가 된다. 그런 경우가 흔히 있다.

‘주먹으로 앞을 쳐라’고 지시했는데 앞을 치기 위하여 뒤로 팔을 빼는 사전동작을 하면 그만큼 팔꿈치로 뒤를 쳤으므로 분명 틀렸지만 이는 부분이 틀린 것이고 전체로는 맞다. 이 경우 틀렸으므로 맞다는 진술이 성립한다. 이에 따른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론에서는 상위 단계에 옳다/그르다 판정을 둔다. 부분이 틀렸으나 전체로 옳으므로 옳다

앞으로 가기 위해 노를 뒤로 젛으면 노를 뒤로 보냈으므로 분명 뒤로 간 것이지만 그 결과로 배가 앞으로 갔으므로 전체적으로는 앞으로 간 것이 맞다. 사건 전체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부분을 보는 관점도 일정부분 유효하다.  

역설을 이해하려면 먼저 언어가 완전무결하다는 환상을 깨뜨려야 한다. 분류이론의 구분지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구분지는 다섯이다. 그러나 문장의 함축에 의해 흔히 문장 내의 대칭구조로 대체된다.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 이다/아니다

● 있다/없다

● 같다/다르다

● 옳다/그르다

● 맞다/틀리다

이러한 복잡구조를 무시하고 일상적으로 yes/no로 표현하면 당연히 오류가 일어난다. yes/no는 위 다섯개의 판정 중 하나인데 구체적으로 어느 계급인지를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술은 대부분 투박하다.

일상적인 언어사용에 있어서 ‘이다’로 뭉뚱그려 표현해도 실제로는 있다이거나, 같다이거나, 옳다이거나, 맞다일 수 있다. 이 점은 문장 내의 대칭구조를 분석하면 명석하게 알 수 있다.

역설은 이 부분을 투박하게 다루는데 따른 오류다. 예컨대 뉴튼역학을 미시세계에 대입하면 안 맞는게 당연하다. 뉴튼은 거시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튼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미시세계로 들어가면 항상 역설과 상대성이 작용한다. 그렇다 해서 미시세계의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이 거시세계의 뉴튼역학을 전면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상대성-양자론이 더 엄밀할 뿐이다.

뉴튼은 ‘이다’로 뭉뚱그려서 말했는데 아인시타인이 자세히 규명해 보니 ‘있다, 같다, 옳다, 맞다’였던 것이다. 총론에서는 뉴튼이 옳고 각론에서는 그르다. 그러나 맞다는 이다에 포함되므로 뉴튼이 아주 틀린건 아니다.

예컨대 서울에서 부산까지 파리가 이동했을 때 ‘파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날아갔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파리는 소의 잔등에 붙어갔기 때문이다. 파리는 가만이 엎드려 있었다. 실제로는 소가 간 것이다.

궤변가 제논이 나타나서 ‘날아간 파리는 날아가지 않았다’고 말하면 참인가 거짓인가? 참도 거짓도 아니다. 이다/아니다, 있다/없다, 같다/다르다, 옳다/그르다, 맞다/틀리다 중 하나인데 세밀하게 묻지 않았으므로 질문이 불성실하다.

논리학에서 쓰는 ‘참/거짓’의 판정 그 자체가 틀려먹었다. 투박하다. 무리하다. 입체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억지로 선(線)의 논리로 환원시켜 설명한다. 선에는 앞과 뒤 중 하나가 택일된다. 항상 하나가 옳으면 하나는 그르다.

선은 흑백논리의 이분법이 적용되는 세계다. 입체는 다르다. 새는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를 동시에 저어서 앞으로 간다. 오른쪽과 왼쪽 중 하나를 택일하지 않고 양자를 통일하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제논의 궤변대로 발이 빠른 아킬레스도 한 걸음 앞서 가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고 쏜 화살은 날아가지 않았다. 쏜 화살은 가속도를 가지지 않는 한 이동공간 위에 정지해 있다.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다.

쏜 화살은 실제로 황소의 잔등에 붙어가는 파리처럼 진행하는 매 공간단위에서 정지해 있다. 액면은 제논의 궤변대로 맞다. 전혀 진실은 아니지만. 사실이 곧 진실이라는 믿음은 처절하게 깨부숴져야 한다.

제논이 속임수를 쓴 것이 아니라 언어가 엄밀하지 않은 것이다. 논리학은 사실을 규명하는 학문이 아니라 거꾸로 그 사실을 비추어보는 거울인 언어의 결함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언어를 신뢰하므로 착오에 빠지는 것이다.

착시현상이 그렇다. 사실은 맞는데 진실은 아니다. 역설의 일상적 의미인 ‘사실이 아닌데 사실이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인간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모든 속임수가 여기에 기초한다.

쏜 화살은 날아가지 않으며 지구는 태양을 돌지 않는다. 지구는 태양주변 궤도 상에 정지해 있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구는 태양주변궤도라는 버스 위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실제로 간 것은 버스이지 지구가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지구는 태양을 돈다’라고 말하려면 지구가 자체 추력을 가져야 한다. 지구는 자체 추진력이 없다. 지구는 태양주변공전궤도라는 버스를 타고 있고 그 버스의 주인은 태양이다.

진실로 말하면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지구를 돌린다. 그렇다 해서 갈릴레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언어는 본래 함축되므로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말해도 된다.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어야 한다.

지구는 태양주변공전궤도에 잡혀서 공전궤도 상에 정지해 있다. 이런 복잡구조를 무시하고 참/거짓 혹은 YES/NO로 판명하려고 한다면 폭력이다. 잘못된 것이다. 잘못은 언어에 있다. 참/거짓의 이분법으로 따지는 자체로 잘못이다.

앞으로 가려면 반드시 약간 뒤로 가주는 사전동작이 필요하다. 앞으로 가지 않았으므로 맞다/틀리다 판정에서는 분명 틀리다로 판정할 수 있지만 그 상위단계의 옳다/그르다 판정에서는 옳다로 판정된다.

틀리는데 옳다. 부분으로는 틀렸는데 전체로는 분명히 옳다. 그런 식으로 같다/다르다, 있다/없다, 이다/아니다로 단계적 상승의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다. 어쨌든 인간은 대충 이다/아니다로 뭉뚱거리고 세부는 생략한다.  

어떤 그레데인이 ‘그레데인은 항상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했으면 이 말은 참인가 거짓인가? 여기에는 부분과 전체 개념이 없다. 입체적 모형이 없다. 단계적 대칭구조가 무시되고 있다.

내막은 상당히 복잡한데 폭력적으로 뭉뚱그려서 청문회에 질문자로 나온 패널처럼 ‘증인은 예/아니오로만 답하시오’ 하고 윽박지르고 있다. 이것이 과학적 태도는 아니다. 언어의 폭력이다.

논리적으로 올바르기 위해서는 심층구조의 구분지 개념이 소용된다. [어떤 그레데인이 (그레데인은 항상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했으면 연산규칙에 의해서 먼저[대괄호] 안을 판정하고 다음 (소괄호) 안을 판정해야 한다.

구조론에 따르면 하위단계가 상위단계를 판정할 수 없다. 후건이 전건을 결정할 수 없다. 부분이 전체를 규정할 수 없다. 항상 상위단계≫하위단계로 일방향으로 진행된다. 연역된다. 범위는 점점 좁혀질 뿐이다.

[그레데인이 (어떤 그레데인은 항상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범위를 좁혀서 진술해야 한다. (소괄호)의 규칙은 그 소괄호 밖에 있는 단어에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위 명제는 참도 거짓도 아닌 비문이다. 인과율에 따르면 결과가 원인을 칠 수 없는데 결과로 원인을 치는 순환논리다. 규칙위반이다. 그런데 이는 기존의 논리학에서 말하는 바와 다르다.

우리는 일상적인 언어사용에 있어서 이렇듯 명석하게 말하지 않는다. 이다/아니다, 있다/없다, 같다/다르다, 옳다/그르다, 맞다/틀리다로 세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어는 대칭구조를 따르므로 분석해 보면 이들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역설은 속임수가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자연의 법칙이다. 구조론에 따르면  점은 점을 칠 수 없고, 선에서 선을 칠 수 없다. 입체에서 각을 치고 각에서 선을 치고 선에서 점을 칠 수 있을 뿐이다.

작용과 수용 중에서 작용쪽이 항상 한 단계 높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낮은 포지션의 상대를 쳐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상위단계의 포지션으로 이행하는데 이 과정은 인간의 눈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

권투선수가 오른손 혹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먼저 왼손잽을 내밀었다가 이를 당기면서 그 반동으로 오른손 훅을 내밀어야 한다. 이때 몸통은 왼팔과 오른팔을 동시에 통일하는 상부구조다.

동작은 항상 몸통을 거쳐 나아간다. 이 과정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친다면 팔을 뻗어 상대방과 접촉하기 전에 땅을 뒤로 밀어야 한다. 이때 땅이 몸통이 되어 상대방과 나를 통일한다. 이 구조는 관측되지 않는다.

점, 선, 각, 입체, 밀도의 다섯 포지션이 있다. 표적은 항상 부분에 있으며 부분으로 이행하기 전에 전체를 거쳐간다. 점은 선을 거쳐가고 선은 각을 거쳐가고 각은 입체를 거쳐가고 입체는 밀도를 거쳐간다.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항상 먼저 뒤로 가야 한다. 이는 예의 다섯 중 네번째 선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항상 뒤로 가는게 먼저다. 그러므로 역설이다. 조금이라도 뒤로 가지 않고 벽에 등을 딱 붙여서는 움직일 수 조차 없다.

우주공간에서 로켓은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우주공간에서는 추력을 받을 수 없으므로 진행할 수 없다. 즉 전혀 앞으로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몸의 길이를 늘인다. 지렁이와 같다. 거머리도 마찬가지다.

움츠려 있는 몸을 최대한 편다. 이때 양쪽으로 동시에 늘어난다. 그리고 늘어난 뒷 부분을 잘라낸다. 그 잘라낸 것들이 로켓트가 분사한 개스다. 이 외에 다른 방법은 전혀 없다.

1) 이 위치에 있다. ■■■■■

2) ━━━━━━━━━━━━━━━━━━━ 앞뒤로 가늘고 길게 늘인다.

3) ━ 선두부분을 남기고 나머지 뒷부분을 잘라내면 앞으로 이동한 셈이 된다.

이때 잘라내는 부분은 뒷부분이다. 그러므로 항상 뒷부분에 먼저 손을 댄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앞뒤로 동시에 전개하지만 우선순위가 있고 언제나 뒤가 먼저다. 뒤로 먼저 반동을 주어야 앞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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