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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39 vote 0 2015.11.10 (23:43:25)

     

    세상은 존재가 아니라 사건이다. 존재는 집합하고 사건은 연결한다. 연결에는 집합에 없는 맥락이 있다. 기승전결로 이어가는 일의 흐름이 있다. 이는 전혀 다른 세계다.


    집합은 그냥 눈으로 보고 알수 있지만 맥락은 얽힌 실타래를 풀 듯이 조심스럽게 추론해야 한다. 쉽지 않다. 그러므로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맥락을 단번에 파악하려면 직관의 모형을 써야 한다. 깨달음이다.


    사건은 계가 1회의 의사결정으로 에너지를 처리한다. 하나의 사건은 에너지가 계를 관통하면서 다섯 매개변수를 가진다. 에너지의 입력, 원인, 의사결정, 결과, 출력이다.


    이 다섯 중에서 우리는 결과-출력측의 하부구조만 확인할 수 있고 원인- 입력측의 상부구조를 보지 못한다. 사건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이기 때문이다. 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지났다.


    그러므로 관측에 의지하면 부분은 맞는데 전체가 틀어진다.


    구조는 얽힘이다. 사건은 얽혀서 일어나므로 풀어서 봐야 한다. 이때 두 번 뒤집어봐야 한다. 한 번은 관측된 정보의 전달경로를 뒤집어보고, 한 번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주도권관계를 뒤집어봐야 한다.


    첫째 내가 사실을 거꾸로 보지는 않았는가? 둘째 누가 배후에서 이 사건을 결정했는가? 두 번 뒤집어야 전체의 그림이 보인다. 이중의 역설이다.


    명절증후군이라 치자. 보통은 시누이가 어떻고 시아버지가 어떻다 하며 구체적인 사실을 다툰다. 그런데 그 사실이 왜곡되었을 수 있다. 보통 남편이 싸움을 말릴 의도로 중간에서 정보를 왜곡한다.


    아내 앞에서는 아내말이 맞다고 하고, 어머니 앞에서는 어머니 말이 맞다고 해서 일을 더 크게 만든다. 사실이 맞다 해도 그것이 진짜 정답은 아니다. 배후가 있다. 사실은 몇 시간 걸리는 음식차리기가 힘든게 아니라 시댁으로 가는 일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명절 3개월전부터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불편해진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일의 연속성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제사를 매달 지낸다면 몸이 힘들뿐 마음은 편한데, 일년에 두어차례 지내니까 기승전결로 이어가는 일의 흐름이 끊어져서 괴로운 것이다.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이렇듯 진짜 이유는 따로 있기 때문에 ‘일년에 딱 두 번만 참으면 되잖는가.’ 하는 남편의 설득은 속을 뒤집어놓을 뿐이다. 항상 진짜 이유는 은폐되어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 자체의 메커니즘에 진짜 이유가 있다. 깨달을 일이다.


   DSC01488.JPG


    우리가 정확한 사실을 알았다고 믿을 때 도리어 깊은 수렁에 빠진 것입니다. 구조적으로 알지 않으면 아는게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공연히 남편이 끼어들어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확히 판정하면 확실하게 파탄이 납니다. 얼치기 아마추어리즘의 실패입니다. 프로는 달라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뛰어넘어 더 큰 그림을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존엄관계를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어떤 행동 때문에 잘못된다고 믿지만 사실은 여럿이 공존할 때 요구되는 매뉴얼의 부재 때문에 잘못됩니다. 원래는 사회자 혹은 중재자의 역할, 평판시스템의 작동이 있어야 합니다. 향촌공동체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게 붕괴되어 있다면 그 관습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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