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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307 vote 0 2016.01.22 (23:38:19)

     

    깨달음은 문화다


    깨달음은 내 바깥의 존재인 타자를 남이 아닌 나의 확대로 보는 것이다.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나로 보느냐다. 일에 태우면 된다. 세상을 딱딱하게 죽어있는 물질이 아니라 살아서 호흡하는 일로 보면 나와 남의 경계가 사라진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있지만 위태롭다. 사랑해주면 더욱 나쁜 짓을 벌인다. 그러다가 두 배로 원수지는 수 있다. 나쁜 짓을 하는 자는 적절히 만져줘서(?) 사람 만들어주는 것이 사랑해주는 방법이다. 답은 일에 태우는 거다.


    축구시합은 내 시합이 아닌데도 잘만 응원하는게 한국인이다. 거기서 나와 남의 경계가 무너진다. 축구시합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질의 세계는 서로 대칭되고 분리되나 일의 세계는 호응되고 연결된다. 혼자 고립된 일은 없다.


    일을 근원을 추적하면 태양까지 연결된다. 에너지가 없으면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돌은 고립되어 있지만 일은 언제라도 서로 호응한다. 부르면 응답한다. 어원으로 보면 호呼는 call, 갈喝과 같다. 응應은 ‘응!’ 하는 응답이다.


    세상의 부름에 내가 응답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나의 부름에 세상이 응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연주하고 세상은 나를 연주한다. 나는 세상을 그리고 세상은 나를 그린다. 일의 진행에 의해 분별의 경계는 무너진다.


    물질은 내것과 네것으로 대칭되나 일은 내 일에 네 일로 호응한다. 내 차가 멈추면 뒷 차도 멈춘다. 기승전결이다. 기가 가지 않으면 승도 가지 못한다. 승이 가지 못하면 전도 결도 가지 못한다. 일머리를 아는게 깨달음이다.


    모든 사람이 낱낱이 깨달아야 할 이유는 없다. 70억 인류 중에 한 명이 깨달으면 모두 깨달은 거다. 아인슈타인이 답을 찾았으면 모두가 답을 찾은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만들었다면 나도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다.


    앞차가 가주면 뒷차는 따라온다. 잘 따라와야 한다. 모든 사람이 깨닫지는 못해도 깨달음의 문화에 동참하여 따라올 필요는 있다. 일은 연결된다. 한 사람이 먼저 와서 큰 일을 벌여놓으면 뒤에 온 사람은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자로는 처형당하면서도 ‘군자는 죽더라도 갓은 벗지 않는다!’고 외치고 갓을 고쳐쓴 뒤에 죽었다고 한다. 유교는 연못을 만들어도 사각형 연못을 만든다. 그것은 스타일이다. 대중은 깨달음의 스타일을 받아들여 따라와줘야 한다.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스타일의 문제 때문이다. 스님은 아직도 2천 년 전에 하던 방식으로 머리를 깎고 장삼을 입는다. 환경이 바뀌면 스타일도 변해야 한다. 일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일은 인류의 일을 따라가줘야 한다.


    일은 연결되어 있다. 다른 일과 박자를 맞춰 공진을 일으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군자는 이렇게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스타일이다. 스타일은 예측가능한 일관된 행동으로 다른 사람이 보조를 맞출 수 있게 한다.


    공자의 엄격한 스타일, 노자의 달관한 스타일, 석가의 열정적 스타일, 예수의 비장한 스타일은 과거의 것이다. 21세기에는 21세기 속도에 맞는 스타일이 필요하다. 다수가 보조를 맞추어 거대한 공진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활력있는 깨달음의 문화, 즉각 반응해주는 돈오스타일로 절망적인 사회에 새 기운을 불어넣어 종교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소임이다. 근대는 과학의 시대이다. 종교의 교리가 틀렸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과학이 대안적 삶의 스타일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에 빠진 사람이 다급한 김에 종교라는 이름의 지푸라기를 잡는다. 지푸라기가 무슨 소용이 되겠느냐고 비웃는 것은 의미없다. 그래도 잡는다.


    왜냐하면 물에 빠졌으니까. 그럴 땐 구명튜브를 던져줘야 한다. 대안적 삶의 스타일을 제시해야 한다. 말로만 떠드는 것은 의미없고 이런 때는 이렇게 하고 저런 때는 저렇게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낱낱이 시범보여줘야 한다.


    변덕이 없어야 한다. 예측가능한 스타일로 일반이 보조를 맞추게 해야 한다. 이발소 그림은 던져버려야 한다. 관객을 울리려고 기를 쓰는 영화는 걷어차야 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패딩점퍼을 입고 있으면 벗어버려야 한다.


    못생긴 차는 타지 말아야 한다. 등산복을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면 곤란하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면 안 된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향으로 소비해야 한다. 도시의 그림에 맞추어 도시와의 깔맞춤으로 옷을 입어야 한다.


    못에 좋다는둥 하는 웰빙음식 타령은 집어치워야 한다. 누가 고민상담을 해오면 무조건 이혼하라고 말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 의사결정의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행복보다 사회의 활력이 중요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치는 핑퐁식 대칭행동을 하면 안 된다. 역설적인 자기소개가 되는 말은 하지말아야 한다. 내 감정이나 내 입장을 말하지 말고 시대의 생각, 진리의 생각을 말해야 한다. 지하철 시는 시로 보지 말아야 한다.


    지붕마루가 삐죽삐죽한 집은 짓지 말아야 한다. 괴목이나 물소뿔, 대모갑 장식은 버려야 한다. 돌축대는 가지런히 쌓아야 한다. 통나무나 굽은 나무를 기둥으로 쓰면 안 된다. 본적 없는 새로운 일은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한다.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동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보조를 맞출 수 없는 개인의 돌출행동은 삼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집단의 획일화를 경계해야 한다. 돌출행동이나 획일화 행동은 상호작용을 낮추기 때문이다.


    어부가 물고기를 모는 것과 같다. 최대한 멀리 밖으로 나가되 방향을 틀어 점차 좁혀온다. 처음부터 좁히기만 하면 획일화 되어 망하고, 멀리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흩어져서 망한다. 보조를 맞추지 못해 상호작용 못한다.


    답은 대칭의 비대칭이다. 공간으로는 대칭으로 벌리고 시간적으로는 호응하여 닫는다. 대칭과 호응을 씨줄날줄로 삼아 상호작용을 조직해 간다. 음악의 연주와 같다. 초반 복제는 잔잔하게 가면서 패턴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중반 조합은 대칭을 조직하여 힘차게 공간을 벌리며 판을 키워야 한다. 종반 연출은 다시 조용하게 정리하며 떡밥을 회수해야 한다. 복제, 조합, 연출의 순서대로 먼저 판을 균일하게 고르고 대칭시켜서 다양하게 펼쳐야 한다.


    개인의 도덕보다는 집단의 활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선한 인격보다는 과감한 의사결정능력이 중요하다. 일어난 문제를 잘 다독거려서 수습하기 보다는 미리 선수를 쳐서 에너지의 물꼬를 틀어버리는 선제대응이 중요하다.


    등을 떠미는 강요보다는 밖에서 판을 벌이고 꼬시는 방법이 좋다. 하부구조에서 쥐어짜기보다는 상부구조에서 에너지원을 틀어쥐고 조율하는 것이 옳다. 절차탁마하여 수신제가 하는 수양의 방법은 필요없다. 그거 시간낭비다.


    돈오는 단번에 도달한다. 집단이 방향을 잡고 흐름을 만들면 공진에 의해 누구나 동화된다.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필요없다. 진정한 완전성의 경지를 한 번 경험하느니만 못하다. 걸작을 한 번 보여주면 단번에 인생이 바뀐다.


    한 명이 바뀌면 나머지는 묻어간다. 소승을 넘어야 한다. 대승도 넘어야 한다. 돈오로 바로 간다. 수행은 필요없다. 사람이 비루해 지는 것은 수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만날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진이 잘못된 거다.


    이순신을 만나면 용장이 되고 원균을 만나면 바보가 된다. 인간은 환경에 맞추는 존재다. 장단을 맞추다보면 그렇게 된다. 스승은 가르치지 않는다. 지식을 전수하면 장사꾼이다. 스승을 한 번 만나면 이미 그것으로 완전하다.


    만났어도 만나지 못했다면 눈이 삐었으니 안경을 맞추어야 한다. 스승은 먼저 와서 일을 벌이는 사람이다. 그 일은 큰 일이어야 한다. 함께 세상을 송두리째 엎어먹는 큰 일을 하다보면 큰 인격이 된다. 호연지기를 얻게 된다.



   aDSC01523.JPG


    깨달은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다만 겉보기 시늉만 따라하지 말고 속알맹이를 따라해야 합니다. 그것은 작가의 마음, 신의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신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신은 서로 연동시켜서 단박에 해결하지 시간낭비 안 합니다. 구조론은 절차탁마하지 않습니다. 공자는 누구한테 배우지 않았습니다. 혜능은 누구한테 배우지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누구한테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원래 타고난 성격이 그랬던 것이며 자기 성격대로 한 것입니다. 나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통하는 사람이 지구에 한 명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내일 죽어도 좋은 것입니다. 공자가 절차탁마를 주문한 것은 워낙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해서 하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호응은 부르는 목소리에 대답하는 것입니다. 부르면 대답하려고 했는데 부르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부르는 수 밖에요. 내가 기승전결의 기에 서는 수 밖에요. 응답하는건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것이 신의 부르는 소리에 내가 응답하는 방식입니다. 



[레벨:30]이산

2016.01.24 (01:35:13)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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