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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319 vote 0 2016.02.25 (15:51:34)

     

    공자 가로되 “귀신의 덕은 성하다. 그것은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으며, 그것을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으며, 만물의 본체가 되어 있어 버릴 수가 없다. 천하사람으로 하여금 깨끗하게 차려입고 제사를 받들게 하니, 바다처럼 양양하게 그 위에도 있고, 그 좌우에도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신의 바로잡음은 헤아릴 수 없으니 물리칠 수 있으랴!’ 했다. 은미함이 나타나는 것이니, 정성을 숨길 수 없음이 이와 같다.


    귀신은 대단한 존재이므로 까불지 말고 제사를 잘 지내야 한다는 말이다.


    공자 가로되 “순舜은 큰 효자다. 덕은 성인이고, 존은 천자이고, 부는 사해의 안을 차지하여 종묘에 제사하고 자손을 보전했다.


    하은주夏殷周로 이어지는 중국사에서, 은殷나라는 18번이나 도읍을 옮긴 약탈집단이라서 근대개념의 국가로 보기 어렵다. 마지막에 제법 문명화 되었으나 곧 망했다. 주周는 정통성이 없으므로, 주의 원조로 하夏를 날조했다. 혹은 같은 시안지역에 있었던 고대의 하夏를 조명하여 국가의 승계를 정당화 했다. 


    은이 동쪽에서 망했을 때 서쪽에서 일어난 주와의 거리는 600킬로이며 그 사이에 태행산맥이 가로막고 있다. 이질적인 집단이다. 주周는 북방 유목민의 철기를 들여와 강해졌을 뿐 문명의 수준이 떨어진다. 농경민을 약탈하고 노예를 사냥하던 은에 비해 반농반목을 했던 주周는 상대적으로 평화롭다. 그러므로 연대를 1천년 이상 더 거슬러 올라가는 하나라가 있었다면 더 평화로웠을 것이다.


    “그러므로 큰 덕은 반드시 그 지위와 녹과 이름과 수명을 얻는다. 그러므로 하늘이 만물을 낳음은 반드시 그 재질로 인하여 두텁게 된다. 그러므로 심어진 것은 북돋우고, 비뚤어진 것은 엎어뜨린다. 시경에 이르기를 ‘훌륭한 군자의 밝고 아름다운 덕이여. 백성에게 알맞고 사람에게도 알맞아 하늘에서 녹을 받았다. 하늘에서 명하여 보호하고 돌보네.’ 했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자는 천명을 받는 것이다.”


    왕권신수설을 연상시킨다. 다른 점은 왕의 실천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부가 작물을 키우는 것은 날씨와 토질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법칙대로 하면 풍성한 결실을 수확하는 것은 역시 법칙대로이다. 그러나 농부가 가꾸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공자 가로되 “걱정없는 이는 문왕이다. 아버지는 왕계이고 아들은 무왕이니 아버지는 일으켰고作 아들은 계승하였다述.” (하략)


    밑으로 이어지는 잡다한 내용은 잘랐다. 아버지는 작作하고 아들은 아들은 술述한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곧 연역이다. 유명한 술이부작述而不作을 떠올릴 수 있다. 공자의 일관된 사상은 천성天性에서 인도人道를 연역하는 것이다. 하늘은 지어내고 인간은 퍼뜨린다. 하나의 일 안에서 연역된다.


    하략된 내용은 왕계와 문왕과 무왕과 주공의 관계를 일의 기승전결에 대어 왕과, 제후와, 대부와, 사의 관계로 연역하는 것이다. 즉 왕계가 밑그림을 그리고, 문왕이 토대를 다지고, 무왕이 실천하고, 무왕의 동생 주공이 공자의 노나라로 복제해 가니 하나의 일 안에서 왕과 제후와 경대부와 사와 민의 관계도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관계와 유사하다.


    공자 가로되 “무왕과 주공은 효의 달인이다. 효라는 것은 선인의 뜻을 잘 계승하여 선인의 일을 잘 발전시키는 것이다.”(하략)


    하략된 내용은 제사상 진설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제사가 종교였던 시대다. 집단의 결속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의 중요성은 고대사회에서 의미가 크다. 부족민은 반드시 적대부족이 있다. 인간은 대칭구도를 만들지 않으면 도무지 의사결정을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종교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종교가 부족간의 증오와 대립에 기반을 두는 부족주의를 해체한 점에서의 순기능을 봐야 한다. 문제는 현대사회에 와서 부족간 대립이 종교간 대립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슬람과 기독교가 그러하다. 힌두교는 계급간 대립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봉건시대에 원수가문이 없는 가문은 없다. 백범일지에도 원래 양반이었다가 김자점의 역모에 연루되어 상민으로 깎인 백범집안과 이웃한 양반마을 원수가문에 대한 증오가 기록되어 있을 정도이다. 공자의 효는 집단화된 종교를 보다 개인화 했다는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 


    원수부족이 생기고 원수가문이 생기는 이유는 집단적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효를 통해 의사결정단위를 잘게 쪼개려고 했다. 보다 개인주의로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국가간 대립이 사라지고 대신 가문간 대립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공자의 효는 대립의 단위를 부족에서 씨족으로 쪼갰을 뿐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은 인구가 많으니 씨족규모가 100만단위를 쉽게 넘어간다. 심지어 과거제도까지 씨족경쟁이 되어 급기야는 씨족집단에서 천재소년을 돈주고 양자로 입적시켜 벼슬하게 한 다음 경쟁가문을 치는 일까지 일어났다.


    애공이 정치를 묻자 공자 가로되 “문왕과 무왕의 정사가 목간에 기록되어 있으니, 그러한 사람이 있으면 그러한 정치가 이루어지고, 그러한 사람이 없으면, 그러한 정치는 사라진다.(중략) 모든 일은 예비豫되어 있으면 곧 성립하고, 예비되어 있지 않으면 폐한다. 말은 먼저 정해져 있으면 불겁不跲이니 엎어지지 않고, 일은 먼저 정해져 있으면 불곤不困이니 곤란하지 않고, 행동은 먼저 정해져 있으면 불구不疚이니 탈이 나지 아니하고, 도는 먼저 정해져 있으면 불궁不窮이니 끝나지 않는다. 아랫 자리에 있으면서 위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게 된다.(하략)


    전략적 예비를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구조론과 통한다. 구조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전개하며 항상 대칭을 조직하여 다음 단계를 예비한다. 예비는 곧 선제대응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대응하면 에너지가 없으므로 남의 에너지를 빌려 역이용하는 수법을 써야 한다. 


    그러다가 낚인다. 자기도 모르게 낚여 있기 다반사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자에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북방 유목민이 매번 중원을 침략하지만 그 에너지는 중원의 사치스러운 비단에 있다. 한 번 중국의 비단에 맛이 들리면 초원에서 말 타고 사는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중국에 동화되어 망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투의 승패에 얽매이지 말고 선제대응하여 에너지를 공급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를 공급하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권리가 쌓여서 언젠가 보상받는다.


    정성誠으로 밝아지는明 것을 성性이라 하고, 밝음으로明 정성誠되는 것을 교敎라고 한다. 정성되면 곧 밝아지고, 밝으면 곧 정성되어진다.


    자연의 성誠에서 인간의 명明으로 오니 성性이다. 인간의 명明에서 개개인의 성誠으로 가니 교敎다. 먼저 자연의 진리를 인간에게로 가져오고, 다음 이것을 개개인에게 보급한다. 그 연결고리는 왕이다. 왕이 자연의 진리를 인간에게로 가져와서 먼저 밝아진 후 이를 모두에게 보급하는 것이 교육이다. 


    왕에게 그러한 성性이 있으니 왕은 천명을 받은 특별한 존재다. ‘정성되면 곧 밝아지고, 밝으면 곧 정성되어진다.’는 말은 노자의 어투인데 순환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억지로 문장을 호응시키려고 한 바 숨은 전제를 만들었으니 이는 공자의 어투가 아니다. 


    이하 22장에서 33장까지는 대부분 자사의 말인데 대개 수준이 낮으므로 하략한다. 내용의 대강은 자사 본인의 주장인 성誠을 강조하고 있다. 성은 맹자로 이어지는 유교 유심론의 뿌리가 된다.


    공자가 과학의 방법론을 수용한 철학가라면 자사 이후 유가는 상당부분 종교로 퇴행했다. 그 뿌리가 된 것이 자사의 성誠 개념이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식의 논리다. 이후 동중서의 천인감응설로 발전하니 임금의 통치권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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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라는 개념은 당시로는 혁명적인 개념입니다. 일본이라면 19세기까지 시골에는 가족이라는 것이 불분명했습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의사결정 단위로 기능하는 것이며 친아버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효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세계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부계 혈연가족은 사유재산이 있는 귀족들에만 해당되는 것입니다. 유전자 조사를 해본 결과 귀족도 1/4는 친자식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농노는 사유재산이 없으므로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부계의 의미가 없는 것이죠. 부계로 계승하려고 해도 10원 남겨주는게 없습니다. 그러므로 효가 없습니다. 


    부족민은 대개 10살이 넘으면 자녀를 버립니다. 화랑도와 같은 무리에 들어가는데 흔히 '전사집단'이라고 합니다. 거짓말입니다. 전사집단이라는 말은 부족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적당히 둘러댄 것입니다. 


    부족민 사회는 남자족과 여자족이 있어서 10살이 되면 남자족에 들므로 여자족에서 추방되는 것입니다. 미성년자는 여자족에 속합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여권이 강했는데 이는 여자족 안에 우두머리가 있어서 만약 남자가 여자를 폭행하면 여자족이 집단제재를 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동북지역은 모계사회에 데릴사위제라서 본래 여권이 강했는데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중기부터 부계로 바뀌면서 문화가 바뀌었습니다. 2500년 전의 효는 부족주의 관습을 깨뜨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부족주의는 평등을 지향하므로 개인의 발전을 가로막습니다. 부족의 규모가 큰데 부족구성원 모두의 눈에 들게 행동하려면 자연히 퇴행하게 됩니다. 축제나 전투에만 열심히 참가하게 되고 개인은 돌볼 수 없습니다. 


    공부할 시간을 낼 수 없습니다. 공자의 효는 부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 가는 중간단계로 봐야 합니다. 이후 가문의 사이즈가 커져서 효가 또다른 부족주의로 퇴행해버린 것은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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