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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55 vote 0 2016.03.19 (19:22:55)

 

    구조론의 개요

   
    세상은 사건의 집합으로 되어 있다. 단위 사건은 에너지의 입출력, 원인과 결과 그리고 의사결정으로 조직된다. 하나의 사건은 이를 반영하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 가지 매개변수를 가진다.


    우리는 이 다섯 가지 중에서 원인과 결과 둘만 알고 있다. 부족하다. 그러므로 본질과 현상, 형식과 내용, 알맹이와 껍데기, 뼈와 살 등으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존재의 실체를 가늠하지 못한다.


    사건이 아닌 것은 물질 알갱이다. 세상은 원자 알갱이의 집합으로 구성되었을 수 있다. 물질은 작용을 가했을 때 반응하는 것이다. 위치와 속도로 관측되는 반응이 인간의 경험적 지각을 구성한다.


    경험되지 않는 부분은? 모른다. 반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물질개념은 피상적 관찰의 결과이며 인간은 물질의 실체를 모른다. 양자역학이 파헤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세상의 근원을 모른다.


    어쨌든 세상은 존재한다. 가장 큰 개념인 존재가 모든 형이상학적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존재라고 하면 우리는 막연히 ‘공간적 존재’로만 여긴다. 시간을 제쳐놓았다. 이는 언어의 함정이다.


    ‘있다is’는 말 자체가 턱으로 공간의 어떤 사물을 가리키는 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헷갈리기 시작한다. 실수를 깨닫고 실재reality, 실존existence, 존存, 재在 등으로 표현하니 어수선하다.


    사건은 공간적 존재에 에너지를 태우니 시공간적 존재다. 에너지 관점의 도입이다. 에너지적 요소와 물질적 요소가 결합되므로 잘 뭉쳐지지 않고 결을 드러낸다. 마른 논바닥처럼 결따라 갈라진다.


    원자 알갱이 개념은 ‘잘 뭉쳐진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데 잘 갈라진다. 숨은 전제를 파헤쳐보자. 세상은 물질의 집합이므로 집합시켜야 한다. 모은다는 것이다. 잘 모여야 한다. 뭉쳐져야 한다.


    과연 그럴까? 잘 갈라져야 한다. 운동선수가 근육을 키우는 방법은 근육세포를 찢는 것이다. 찢으면 상처가 아물면서 커진다. 키가 한창 자랄 때는 성장통을 느낀다. 살이 찢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벅지 튼살이 그 증거다. 


    세상은 갈라지거나 혹은 결합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의사결정이다. 세상은 의사결정의 집합이다. 의사결정이 사건을 이룬다. 의사결정하려면 먼저 의사결정할 수 있는 상태로 가 있어야 한다.


    네거리로 가야 길을 꺾을 수 있다. 그것은 대칭이다. 세상은 대칭으로 되어 있다. 대칭은 둘의 대칭이다. 의사결정하면 갈라진다. 그러므로 A와 결합한다는 것은 동시에 B와 찢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세상이 깨진다. 그 찢어진 상처를 봉합하는 것은 호응이다. 세상은 대칭과 호응으로 의사결정한다. 이합집산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구조는 항상 이중구조다. 상부구조가 있고 하부구조가 있다.


    형식이 있고 내용이 있다. 본질이 있고 현상이 있다. 즉 관측되는 것 외에 무언가 하나가 더 있다는 말이다. 관측되는 부분이 물질이라면 관측되지 않는 부분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열역학이 규명한다.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으로 모두 설명한다. 모래시계에 모래가 다 떨어져도 뒤집으면 그만이다. 이것이 1법칙이다. 그런데 누가 뒤집지? 이것이 2법칙이다. 사건은 안과 밖이 있다. 계系 혹은 장場이다.


    모래시계를 뒤집는 손은 반드시 계系 혹은 장場의 바깥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건은 밖≫안의 방향성을 가진다. 에너지는 자유로운 형태바꾸기가 가능하지만 통제하려면 사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만큼 손해를 보므로 그만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현실에서는 주로 열로 변해서 빠져 나간다. 열손실이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아진다. 부분을 결합하려면 누군가 밖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략 윤곽이 드러났다. 사건은 처음 밖으로부터 에너지를 유도하는 데서 시작된다. 안으로 들여와서 대칭을 조직하면 사건의 시작점이 생긴다. 보통 이를 원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한다.


    의사결정은 공간적 방향의 선택이며 그 실행은 시간적 순서의 선택이다. 그 실행을 결과라고 한다. 최종적으로 에너지의 회수가 있다. 사건은 의사결정을 가운데 놓고 원인과 결과가 앞뒤로 놓여진다.


    다시 그 바깥에 에너지의 입력과 출력이 있다. 입력≫원인≫의사결정≫결과≫출력의 다섯 매개변수가 사건을 조직한다.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그 앞부분인 입력과 원인은 사건의 상부구조를 구성한다.


    그 뒷부분인 결과와 출력은 하부구조가 된다. 원인과 결과는 관측으로 알 수 있다. 의사결정은 내부에서 일어나므로 잘 관측되지 않는다. 에너지의 입출력도 보통 무시한다. 배경으로 치는 것이다.


    그 배경이 사실은 진짜 원인이라는 것을 모른다. 남녀가 연애를 한다면 눈에 보이는 사건 밖에 어떤 열정, 성적 긴장, 욕구불만이 있다. 이 부분은 논하지 않는다. 남북한의 물리적 충돌은 보인다.


    그 이전에 군사적 긴장상태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보통은 갈등이라든가 마찰이라든가 원한이라든가 이런 모호한 말로 대충 뭉개고 넘어간다. 그래서 사건이 제대로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밑바닥 에너지를 보지 않으므로 노동자가 왜 새누리당에 투표하는지 모른다. 지식인의 현학적인 언동이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뭉갰기 때문이다. 존엄의 훼손에 의해 그쪽에 에너지가 고인 것이다.


    노동자가 모르는 어려운 말을 쓰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이를 모욕으로 여긴다. 지식인은 자신이 노동자를 모욕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모욕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렇게 망한다.


    에너지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구조라고 하면 뼈대를 떠올리겠지만 뼈대야말로 에너지가 지나가는 길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형태는 살이다. 그 뒤에 뼈대로 가는 에너지가 덧씌워져 있다.


    무엇이든 한 겹 더 있다. 모래시계는 2층이 있다. 정치에는 배후가 있다. 바둑에는 포석이 있다. 축구에는 포메이션이 있다. 야구에는 작전이 있다. 전쟁에는 전술 위에 전략이 있다. 반드시 더 있다.


    감추어져 있는 하나를 더 찾아내지 않으면 알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물질세계이고 그 위에 한 겹 더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있다. 인력으로 설명된다면 배후에 척력이 있다.


    당신이 사랑을 논한다면 그 사랑 위에 무언가 있다. 당신이 영화를 보고 재미를 논한다면 그 재미 위에 무언가 더 있다. 당신이 그림의 아름다움을 논한다면 그 표피의 아름다움 위에 하나 더 있다.


    당신이 음식의 맛을 논한다면 그 맛 위에 분위기가 있다. 당신은 돈을 좋아하지만 그 돈 위에 그 돈으로 사려고 하는 권세가 있다. 그 권세 위에 진짜는 존엄이다. 당신은 열등감의 보상을 원한다.


    그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아야 한다. 정상에서 전모를 보는 관점이라야 한다. 맨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가? 신과의 일대일이다. 거기서 바라봐야 세상이 보인다. 그 눈높이로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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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의 금강경처럼 핵심을 압축해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이야기가 길지만 대략 개요는 이렇습니다. 이런게 있다는 것만 알아도 본전은 건집니다. 당신이 무엇을 보든 표피를 본 것이며 속에 뼈대가 있습니다. 반드시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야기는 그 높은 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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