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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717 vote 0 2016.03.22 (12:01:20)

     

    종교인가 미학인가?


    철학이 발전하면 미학이 되고 타락하면 종교가 된다. 철학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출발한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려면 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의사소통해야 한다. 그 사람의 전부와 만나려면 그 사람에 맞추어 균일해져야 한다. 


    그래야 구조가 복제된다. 공자는 예악으로 완성한다고 했다. 현대의 용어로는 미학이다. 종교는 집단 안에서 가장 낮은 사람의 수준에 맞추고, 미학은 집단 안에서 가장 높은 사람 수준에 맞춘다. 인간 언어로 의사소통한다. 실패다.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은 자연의 에너지 흐름이다. 미학은 미美를 찾는게 아니다. 에너지 흐름의 결을 만든다. 흐름을 만들면 방향이 보이고, 말로 지시하지 않아도 일제히 그 쪽으로 달려간다. 방향이 맞아 충돌하지 않으니 자유롭다.


    미美를 아름다움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곤란하다. 미는 매魅다. 사람을 홀린다. 유혹한다. 에너지를 주고 긴장시키고 마음을 들뜨게 한다. 열정과 투혼을 불어넣는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는건 미의 디폴트값에 불과하다.


    그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진정한 미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나 그것이 곧 미는 아니다. 미는 상황에 임하여 스스로 조직해야 하는 소통의 양식이다. 미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당신이 즉석에서 연출해야 한다. 


    ‘내 입에 맞으니까 좋다.’는 식이라면 초딩이다. 극복해야 할 자기소개병이다. 심하면 '자기애성 인격장애'다. 좋은 손님과 진심으로 만나게 하는 좋은 연출이 되는가로 판단하야 한다. 음식이 너무 앞서면 그 또한 분위기를 깨뜨린다. 


    맛에는 맛이 없다. 철학의 사명은 종교의 극복에 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철학도 종교를 극복하지 못했다. 미학이 최종적으로 종교를 극복하게 한다. 서구철학은 기독교의 압도적인 힘을 극복하지 못했다. 미학의 빈곤 때문이다.


    불교든 힌두교든 이슬람이든 마찬가지다. 유교만이 특별하다. 일부 종교화 되었으나 본질에서는 종교에 밀리지 않았다. 유교의 미학 때문이다. 선종불교와 융합해서 더욱 세련되어졌다. 일본의 젠 스타일도 그 한 갈래가 된다.


    사람들이 종교를 신앙하는 이유도 종교의 미학에 끌리기 때문이다. 그 종교의 미학이 저급해서 문제다. 종교의 미학에는 사람을 제압하여 복종시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는 다분히 ‘의존성 인격장애’다. 그거 병이다. 


    종교가 아니라도 ‘자기애성 인격장애’다. 가부장이나 독재자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유전자의 덫이다. 인간에게는 원래 종교본능이 있다. 인간을 자기애성 인격장애 혹은 의존성 인격장애로 치닫게 하는 원초적 약점이 있다. 


    지배자에게는 자기애성으로 나타나고 추종자에게는 의존성으로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게 하는건 반가운 손님과 일대일로 대등하게 만나게 하는 미학이다. 말로 선언하는 철학만으로는 부족하고 자연의 에너지 흐름에 태워야 한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건드려야 한다. 인간은 별수 없는 동물이다. 누구도 유전자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전자는 인간을 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대신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잘 뭉친다. 인간은 뭉쳐서 강해진다. 


    그 과정에 약해진다. 뭉치다가 의존하니 길들여진 노예가 된다. 강해진 뒤에 약해지는게 딜레마다. 전체가 강해지면 대신 부분이 약해진다. 중앙이 강해지면 대신 지방이 약해진다. 단기적으로 강해지면서 장기적으로 약해진다. 


    공자는 미학을 말했고, 니체는 미학을 말하지 않았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다. 동양은 종교의 노예가 되지 않았고, 서양은 종교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학없는 철학은 죽은 철학이다. 미완성이다. 동양의 미학을 되살려야 한다.


    일본의 젠 스타일이 프랑스 등에서 각광받지만 허무하다. 프랑스인의 나약함과 궁합이 맞을 뿐이다. 한류드라마의 유행은 선비스타일의 강점이다. 젠 스타일은 매력적이나 에너지가 약하고, 한류드라마는 강하나 매력적이지 않다.


    개처럼 가까이 접근하여 질척되는게 한류드라마의 문제다. 고양이처럼 일정하게 거리를 두면서도 늑대처럼 강한 의사결정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젠 스타일은 거리를 두다가 고립된 채 자해할 뿐 의사결정 못한다. 쳐들어가지 못한다.


    한류 드라마는 너무 치근대며 호응을 호소하니 감정과잉이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으니 혼미해져서 아시아에서나 먹힐 뿐 세계적인 보편성이 없다. 성급하게 타인에게 호소하려 할 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들지는 않는다. 


    섣불리 호응하지 않아야 진정으로 호응된다. 호는 부르고 응은 답한다. 자기가 부르고 자기가 응답하는게 한류드라마다. 그게 미친 거다. 공자의 진짜는 복원되지 않았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 그대로의 모습으로그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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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자기애성 혹은 의존성 인격장애에 빠지게 됩니다. 가부장이 되거나, CEO가 되거나, 지배자가 되면 안철수나 박근혜처럼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응석받이가 되니 자기애성 인격장애이고, 자식이 되거나, 부하가 되면 책임을 미루고 의사결정을 회피하니 의존성 인격장애가 됩니다. 의사결정을 쉽게 하기 위하여 일종의 매뉴얼을 만들게 되는 거지요. 의사결정의 결이 생겨나 결따라 갑니다. 타성이 되고 습관이 되면 자기애성 혹은 의존성입니다. 미학이 아니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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