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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346 vote 1 2016.06.09 (18:51:23)

     

    괴베클리 테페의 충격


    터키 남동쪽 ‘괴베클레 테페’ 유적에는 1만 2천년 전에 조성된 신전이 있다. 주변 지하에는 1만 5천년 전의 유적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유적이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기도 전인 석기시대에 만들어진 종교시설이라는 거다. 인류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충격적인 발견이다.


    이는 널리 알려진 농경민 중심적 사고에 타격을 가한다. 알려지기로는 6천년 전에 나일강 삼각주와 메소포타미아지역, 그리고 인더스강과 황하유역에서 처음으로 농업이 시작되었으며 이에 인류 4대 문명이 일어났고, 그 문명의 지배자가 통치의 편의를 위해 종교를 만들었다는 거다. 그런데 이번에 모두 뒤집혔다.


    태초에 종교가 있었다. 빙하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인류는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대집단을 이루고 정주생활을 했으며 종교행사를 위해 많은 인원을 한 자리에 모았고, 그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채집한 야생곡물을 창고에 비축했던 것이 농경의 시초가 되었다.


    본격적인 농경은 그로부터 6천년 후에 시작되었으니 문명은 농경과 상관없이 출현한 것이다. 농경민이 유목민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 뒤집어졌다. 농업혁명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한다. 모든 것은 수렵채집인의 종교로부터 시작되었다. 종교의 의미는 ‘집단적 의사결정’에 있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집단적 의사결정을 해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한가?


    인류의 모든 위대한 것은 ‘집단적 대응’으로 시작되었다. 종교와 정치와 문화가 그 집단적 의사결정의 산물이다. 부족민의 현실에서 집단적 대응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 물음이야말로 인류문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 하겠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언어를 가진 현생인류가 신과 내세에 대한 허구의 이야기를 꾸며내는 인지혁명을 이룬 것이 네안데르탈인을 이기게 된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부족민의 삶에서 종교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다. 무리가 집단적 대응을 해야하는 사정이 생겼다면 종교는 이미 탄생되어 있는 것이다. 종교는 그 ‘집단적 대응’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장치다.


    ◎ 최초에 집단적 대응이 있었다.
    ◎ 종교가 집단적 대응을 다음세대로 이어가게 했다.
    ◎ 농경은 대규모 종교행사에 따른 부수적인 성과로 생겨났다.


    인간이 신神을 이야기하기 전에 ‘집단의 합의’를 위한 ‘대표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신은 대표성 문제를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유추해낸 관념이다. 사실 인류는 대표성이라는 개념을 표현할 언어를 가지지 못했다. 권력이라는 개념을 나타내기 어려워서 왕홀이나 금관과 같은 상징물을 쓰는 것과 같다.


    종교의 의미는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의 전환에 있다. Enemy는 '엄마가 다르다'는 뜻이다. 모계사회는 어머니가 같은 자들로 무리를 이루니 많아야 100명을 넘을 수 없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소규모 씨족사회가 된다. 사냥감을 추적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으니 인류는 오랫동안 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부계사회는 아버지가 같은 자들로 무리를 이루니 집단의 규모가 1천 명 이상으로 커졌다. 대집단은 돌아다니기 어려우므로 정주생활을 한다. 정주생활을 하려면 영토를 지켜야 하므로 전쟁이 일어난다. 규모가 큰 집단이 전쟁에서 승리하므로 부계사회가 유리하다.


    정주생활을 하는 대집단의 결속을 유지하는 것이 종교의 기능이다.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물리적으로 증명되지만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입증되지 않으므로 종교의 믿음이 요구되는 것이다. 무엇인가? 종교 덕분에 대집단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대집단을 유지하는데 종교가 기능한 것이다. 고대인에게 종교는 꾸며낸 관념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었다.


    집단이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공격하거나 방어하거나다. 전진하거나 후퇴하거나다. 정주하거나 떠돌아다니거나다. 바둑을 두든 축구를 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쳐들어가서 상대의 말을 끊을 것인가 물러나서 내 집을 지킬 것인가? 방어는 혼자 할 수 있다. 한 명이 길목을 지키면 백명의 적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공격은 숫자가 많아야 한다. 숫자를 모으기 쉽지 않다.


    ◎ 생존전략 - 소집단의 방어전략이 에너지 효율에서 유리하다. 

    ◎ 세력전략 - 대집단의 공격전략이 비효율이나 이기는 방법이다.


    과연 대집단을 유지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실패한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힘을 합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거 원래 잘 안 된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씨족규모를 넘는 대집단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면? 강력해진다. 천장을 뚫는 문제와 같다. 어렵지만 한 번 성공하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부계사회로의 전환이며 그 결과로 종교와 정치와 문화가 탄생했다.


    세력전략과 생존전략이 있다. 세력전략은 대집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방법이고 생존전략은 소집단을 만들어 방어하는 방법이다. 에너지 효율로 본다면 방어가 유리하다. 소수의 인원으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뇌가 에너지의 25퍼센트를 소비하는 비효율적인 동물이다. 공격은 비효율적이다. 그런데 이긴다. 당신이 현명하다면 공격전략을 써야 한다. 단 답을 알고 가야 한다. 팀워크도 없이 섣불리 공격하다가는 공격측의 비효율에 의해 패배한다.


    지리가 중요하다. 넓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대집단을 만들어 공격하고, 좁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소집단을 만들어 방어한다. 평원 원숭이는 1천 마리 이상 대집단을 이루어 영역을 장악하는 방법을 쓰고, 정글 원숭이는 수십마리 정도의 소집단을 이루고 끊임없이 이동하여 살아남는다.


    도시와 농촌 사이에도 전략의 차이가 있다. 도시는 친노세력과 같은 핵심세력이 강력한 구심점을 형성하여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해낸다. 농촌은 계급제도를 만들어 역할을 분담하며 되도록 쉬쉬하고 덮어두는 만만디 방법을 쓴다. 지리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이집트는 일신교를 만들어 대집단을 이루었으니 강력해졌고, 서구는 기독교를 만들어 대집단을 이루었으니 강력해졌다. 동양은 오래도록 약한 변방이었다. 그러다가 한나라때 강력해졌으니 유교와 관련이 있다. 유교의 장점은 과감한 의사결정에 있다. 예수와 석가의 메시지는 방어적이다. 유교의 메시지는 공격적이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여, 나쁜 왕을 쳐죽이고, 어지러운 사회를 바로잡으라고 한다.


    중국은 유교에 의해 잠시 강해졌으나 도교에 의해 본래의 약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도교의 무위는 방어개념이다. 의사결정을 회피하니 ‘만만디’라는 단어가 이를 함축한다.


    유교는 서쪽 유목민의 영향을 받은 주나라 봉건제도에 근거하고 도교는 남쪽 묘족 농경민의 관습에서 유래한다. 중국사는 언제나 의사결정을 잘하는 북방 유목민의 승리로 점철되었다. 일본은 도교의 변종이라 할 신토의 와和사상에 따라 다테마에의 애매함에 숨어 의사결정을 회피하니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우리는 한국인이 왜 강한지 모르고 있다. 한국인이 의사결정을 잘 하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의사결정은 그냥 되는게 아니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구도의 장점은 이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내부에 강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잘나가는 집단에는 반드시 구심점이 되는 의사결정 그룹이 있다. 그들은 평등한 그룹이며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로마의 원로원과 같고 몽골의 쿠릴타이와 같은 수평적 회의체다. 조선왕조는 과거에 합격한 선비집단이 공론을 이루어 그 역할을 했으니 노론이 이를 대표한다. 지금은 6월항쟁의 체험을 공유하는 친노세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보통 이를 중산층이라고 부른다. 부르주아지라고 하여 나쁜 의미로 많이 쓰지만 천만에! 그들이 주인이다.


    역사상의 위대한 변혁은 지배자의 폭압에 신음하는 민초들의 궐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힘을 과신하고 오만해진 ‘요즘 잘 나가는 애들’에 의하여 이루어져 왔다. 영국에서 그들이 왕을 제압하고 마그나 카르타를 끌어냈다. 프랑스에서 그들은 왕의 목을 잘랐으니 대혁명이다. 조선왕조에서 그들은 파당을 이루어 실력으로 왕의 목을 조르곤 했다. 그들이야말로 역사의 진정한 주인이다.


    수평적으로 결속된 그룹이 의사결정의 축을 이룬다. 종교든 정치든 문화든 그러한 의사결정 그룹의 도출에 쓰인다. 민주주의가 그러하고 정당제도가 그러하다. 패션이든 디자인이든 유행이든 의사결정그룹에 치고나가는 방향성을 부여하는 장치다. 베스트셀러가 뜨고 인기곡이 뜨고 천만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것도 대중이 알아서 그 방향성을 판단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다.


    동물은 호흡하지 못할 때 죽고 집단은 그러한 상호작용이 없을 때 죽는다. 의사결정을 못해서 죽는다. 손발을 맞추지 못하므로 팀워크가 깨져서 죽는다. 적이 쳐들어오지 않아도 우리는 인기곡을 함께 부르며, 하현우의 가왕등극을 반기며 이렇게 또 호흡을 한 번 맞춰봐야 하는 것이다.


    공자는 집단의 의사결정, 집단적 상황대응, 집단의 합의, 집단의 대표성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추상개념에다 신神이라는 만능 치트키가 아닌 군자君子라는 보다 현실적인 이름을 부여했다. 그리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주자와 퇴계가 일부 망쳤지만 우리가 다시 살려내야 한다. 공자를 완성시켜야 한다.



   aDSC01523.JPG


    종교는 인류 표현력 빈곤의 산물입니다. 말을 할줄 모르면서 억지로 말을 하면 그렇게 됩니다. 말을 할줄 아는 공자가 처음으로 인류문명 단위의 큰 일을 벌였으니 스승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퇴행하여 다시 종교화 되었으니 맹자와 주자와 퇴계가 그 길에 서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세속적인 정치기술로 타락하였으니 순자와 묵가, 법가의 무리가 그러합니다. 공자의 본래를 이어가는 사람이 없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떻든 정답은 용감하게 의사결정을 잘 하는 것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6.06.10 (04:43:12)

다큐를 보면서 정리가 안되고 막연했던 논리와 연관들이 머리에 쪽 들어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6.06.10 (08:12:17)

자본권력의 앞잽이 같은 고대마피아 따위가 득세하는 한편

종교계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것이 또하나의 비극이라고 생각되오..

80년대 민주화도 종교계의 그 힘이 받쳐주었던 것인데..


[레벨:10]다원이

2016.06.10 (09:24:48)

잠깐 인터넷에서 괴베클리 테베를 검색해 봤는데, 머리가 어질어질 하네요.

역사를 새로 써야 할만큼 중요한 발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 웹사이트에 많은 사진과 함께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http://volitan.tistory.com/20

 

 

 

 

[레벨:6]sus4

2016.06.10 (10:02:39)

괴베클리 테페...엄청나네요

이거 알고 있었던 분...?

어제 게시판에 올려져있길래 봤더니...충격입니다.

저런 유적은 생전 처음 봤습니다.

사기인 줄 알았어요.


96년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이 정도면 교과서 첫머리에 실어야 하는거 아닐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06.10 (10:19:31)

구조론에서 여러번 언급한 겁니다.

동영상은 처음 봤지만.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zuna

2016.06.10 (10:47:49)

여기 유명한 곳입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피나 디스커버리 즐겨 보시는 분이면 이미 많이들 알고 있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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