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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511 vote 0 2013.07.11 (17:22:46)

  자투리 글모음입니다.


    사물은 자신이 사물의 바깥에 있기 때문에 개입하려고 하고, 사건은 자신이 사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배제하려고 한다. 북이 하나 있다. 북은 사물이다. 그 북을 친다. 자신을 개입시키는 것이다.


    연주회가 있다. 연주회는 사건이다. 화음 속으로 녹아들어가야 한다. 북소리가 튀면 안 된다. 화음이 깨지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재판과 같다. 남의 아기면 자신을 개입시켜 아기의 배를 가르려고 한다. 내 아기라면 이미 자신이 개입되어 있으므로 자신을 배제하고 아기를 살리려고 한다.


    남의 아기면 사물이고 자기 아기면 사건이다. 남의 아기면 타자성이고 자기 아기면 주체성이다. 깨달음은 자기배제이며 타자성의 관점을 버리고 주체성의 관점을 획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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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는 진보의 에너지다. 문재인이 불공정했던 지난 대선에서 그나마 48퍼센트를 득표한 것은 진보진영을 구성하는 제 세력간에 일정한 신뢰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내의 제 세력들 사이에서 서로가 서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책목표에 비해 충분히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패배했다. 진보의 정책목표는 높고 예측가능성은 낮다. 반면 보수는 정책목표가 낮고 예측가능성이 높다. 물론 심리적으로 그러할 뿐 실제로는 보수의 예측가능성이 더 낮다.


    김영삼의 IMF와 이명박의 대운하 꼼수를 대선 전에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는 진보가 더 예측가능한 정치, 안정된 정치를 한다. 저학력자 중심으로 결집한 보수유권자들의 예측능력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보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진보는 보수 저학력자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예측가능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아이큐 떨어지는 사람 헷갈리게 하는 정책은 발표를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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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결정영역 보존의 법칙이 있다.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 신뢰를 생성한다. 곧 비대칭행동이다. 신뢰는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여 전체를 하나의 통짜덩어리로 엮어낸다. 그러나 진보는 대선과정에서 의사결정의 난맥상을 연출했다.


    충분한 대칭성 깨짐을 일으키지 못했다. 실제로는 나꼼수파와 강단지식파, 친노파와 반노파, 안철수파와 민주당파가 대칭을 이루고 교착되었다. 신뢰는 날아갔다. 이는 자기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권 이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교착상태가 어떻게 타개될지 유권자들이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적들은 의사결정을 회피하는 편법을 쓴다. 조선족 문제? 입국장 막으면 그만. 다문화 문제? 추방하면 그만? 북한문제? 관계단절하면 그만. 성차별 문제? 눈 감으면 그만.


    보통 이런 식으로 문제를 떠넘기다가 IMF 만나고, 장기불황 만나고,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적들은 의사결정 회피의 방법으로 내부에 비대칭을 성립시켰다. 새누리당 내부에 교착된 대칭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비대칭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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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 역시 비대칭행동이 정답이다. 그것은 타자성을 극복하고 주체성의 관점을 획득하는 것이다. 자연은 질량이 의미고, 사회는 신뢰가 의미고, 명상은 깨달음이 의미다.


    자연의 비대칭은 지구 중심으로 물체를 줄 세운다. 사회의 비대칭은 지도자 중심으로 개인을 줄 세운다. 명상의 비대칭은 창의를 중심으로 사유를 줄 세운다.


    명상의 최종목적은 새로운 소통의 장을 창의하는데 있다. 음악가는 명상으로 신곡을 쓰고, 작가는 명상으로 신작을 쓰고, 배우는 명상으로 애드립을 던지고, 명상가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연인은 새로운 데이트 코스를 찾아내고, 만인은 그 공간의 분위기를 띄운다. 창의는 공간의 밀도를 끌어올린다. 서로의 관계는 더 밀접해진다. 통짜덩어리로 발전한다. 인류는 소통하여 마침내 70억개의 뇌세포를 가진 하나의 큰 지능을 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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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위주의자는 질서있는 행동이 질서있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사물은 질서가 질서를 낳지만 사건은 무질서가 질서를 낳는다. 팀플레이를 원한다면 작고 빠른 사람과 크고 힘센 사람이 적절한 조합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질서해야 한다. 물론 닫힌계에 스트레스가 가해질 때만 무질서는 질서를 도출한다.


    남자만 있거나 여자만 있다면 극도로 무질서해진다. 중국 대학교의 남자 기숙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동성애자도 있어야 기숙사가 깨끗해진다. 동성애자를 억압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미래는 디자인의 시대인데 디자인능력이 퇴행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자신의 기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호에 대비하는 것인데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심리적 장벽이 있어서 상대방의 기호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무질서하게 공중으로 던지면 비중에 따라 질서있게 떨어진다. 반면 질서있게 던지면 무질서하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곡식을 키질할 때는 무질서하게 해야 한다. 죽을 데울 때는 무질서하게 주걱을 휘저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3.07.12 (14:46:57)

오매 조두들이 오용해먹기 딱좋은 거!

"물론 닫힌계에 스트레스가 가해질 때만 무질서는 질서를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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